2차 재난지원금으로 노트북 살까?

재난지원금을 국민에게 요청하라

검토 완료

박우람(wooram06)등록 2020.09.08 09:38
"노트북 살까?"
"그러던지 친구들은 이 참에 마음에 드는 비싼 가구 산다는데"
처음 재난지원금이야기가 돌고 와이프와 나눈 대화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 인해 별 피해를 보지 않은 쪽이다. 그런데다 애들이 셋이라 꽤 많은 재난지원금을 탔다. 다 합쳐보니 200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와이프가 뜬금없이 물어본다.
"우리 백만원은 기부하는게 어때?"
"백만원!?!"
어디서 백만원 정도 꽁으로 안떨어지나 바라던 나였는데...미치지 않고서야 들어온 돈을 내뱉어?? 하지만 웬지 체(?) 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결국 동사무소에 기부하고 말았다.

몇 달 후 어떤 기부 단체에서 표창패를 보내왔다. 아마도 동사무소에서 내가 기부한 백만원을 그 단체에 전달 했었나 보다. 표창패의 날짜는 4월 16일이다.

그리고 9월 2차 코로나유행이 시작되고 2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돌았다. 뉴스에서는 이 재난지원금 처리가 긴급하다고는 말하는데 체감이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한적한 저녁시간 내가 사는 아파트 옆동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창가로 가니 아무것도 없어 위층에서 무언가 물건을 크게 떨어뜨렸나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5분 뒤였을까? 갑자기 와이프가 밖을 보더니
"여보 우리 아파트 코로나 확진자 생겼나봐! 병원차하고 119차 오는데?"
창가로 가서 다시보니 119구조대와 병원차...그런데 구급용 '들것'이 보였다.  '들것?" 순간 아까 "쿵"하는 소리가 뇌리에 스쳤고 나는 창가로 달려가는 애들을 즉시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아파트로 이사온지 한달도 안됐는데 이런 일을 보게되니 충격이 컸다. 그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극심한 우울증이 원인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참지 못할 환경이 그를 그곳으로 내몰았을까? 혹시 뉴스에서 한창 보도되는 그런 아직은 사업이 안정되지 못한 임차인들 중에 한명이었을까? 물론 이런 나의 모든 상상이 빗나갈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 절박함과 나의 이 평온한 일상과는 분명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재난지원금이 왜 그렇게 급하게 다뤄져야 하는지도...

나는 사태가 이렇게 절박하다면 정부는 왜 "2차 재난지원금" 외에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요청할 생각은 안하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2차 재난지원금"을 주냐 아니냐가 아니라 지금 누가 가장 힘들어하는가를 지체없이 조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에는 되도록 빨리 국민들에게 알리면 기금 조성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까? 아파트에 살지만 이웃집이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공동체가 무너진 이 개인주의 사회에서...오히려 누가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의심부터 하는 이 사회는 아마도 가장 힘들어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조사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일지도...그것은 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우리 다수가 선택한 개인주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오늘 뉴스에 이낙연대표가 연설 중 "우분투"라는 말을 언급했다. 너가 있어 내가 있다라는 아프리카 공동체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조금이나마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부여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요청하라 적어난 나는 작은 금액이나마 준비되어 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