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하위 20%의 빈농(貧農)이 이재명 지사에게

기본소득제를 버리고 지대개혁의 전선으로!!!

검토 완료

정화려(ccpr)등록 2020.03.23 08:09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로 선별적 복지는 보수이고, 보편적 복지는 진보라는 의식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9년이 지나 코로나19로 어지러운 지금 또다시 선별적 복지라 할 만한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재난 생계비"와 보편적 복지인 "재난 기본소득"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논란은 피해야 하는, 아니 해서는 안 될 논란입니다.
 
제가 아는 역사상 최악의 프레임이자, 우리 민족 최대의 희생과 분단을 가져온, 미 군정과 우익의 음모에 동원된 동아일보의 악의적인 오보로 시작된 신탁통치 찬반 논란이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1945년12월27일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진행 과정과 결정의 내용조차 모른 채, 신탁통치 = 식민통치로 받아들이는 민중의 감정을 악용한 신탁통치 찬반 논란과 기본소득 = 기본생계비로 여기는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채 벌이는 "기본소득제" 찬반 논란이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자력으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한 우리 민족이 했어야 할 일은 신탁통치 찬반 논란이 아니라 임시정부를 세우고 미소공동위원회와 협력하여 통일독립국가를 세우는 일이었듯이,
친일과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지금의 우리가 해야할 일은 "기본소득제" 찬반 논란이 아니라 친일과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노동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제 (basic income 혹은 universal basic income)
-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관계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보편적 복지의 핵심.
- 소득이나 연령 제한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복지 제도


3월17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한 명에게 1000달러 또는 그 이상을 앞으로 2주 안에 지급하는 1조2000억 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몇몇 언론은 1조2000억 달러라는 거액에 놀라 자세한 수치는 확인하지도 않은 채 트럼프의 기본소득제를 찬양하고 우리도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금(수표 지급)은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다. 기업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있어 미국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려는 것쯤으로 여기면 된다"
"약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수표형태로 미국인들에게 지급될 것"
"다만 이 현금을 고소득자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
당일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재무장관인 스티븐 므누신이 한 말들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조2000억 달러 중 약 2천500억 달러가 미국 전체 인구 3억3천만명 중 고소득자 8천만명을 제외한 2억 5천만명에게 1000달러의 현금이 지급된다는 셈입니다.
결국 기본소득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 광역지자체에서 실시하거나 실시하고자 하는 선별적 복지인 "소득 하위계층에 대한 재난 생계비"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선별 지급이 아니라) 반드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며 8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월세방 청년과 이재명의 "이불 속 깊은 인터뷰" 캡처 ⓒ 씨리얼

 
적폐청산의 기수인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제 논란을 그치고, 친일과 독재 잔재의 청산과 지대개혁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8가지 이유에 대한 제 의견을 남깁니다.
 
1. "재난기본소득은 경제가 정상일 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시행하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적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입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소득하위 20%를 차지하고 있는 빈민층(하류층) 400만 가구가 결코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망하지 않는 사용자 덕에 소득을 온전히 보장받고,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 공무원들,
생산라인에서 떨어져 있어도 월급의 70%를 지급받고,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 대기업 노동자들,
학교의 개학이 연기돼 기존의 방학 말고도 1개월분의 불로소득을 취하고,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 교사들,
월 10억원의 임대 수입을 올리다 2억원을 손해 보았다며 생색내는 상류층의 착한 건물주,
 
코로나19는 노동하지 않고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리는 불로소득 수익자들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습니다.
코로나19는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도 자본은 스스로 부를 축적하며 자신들의 시험을 통과한 노동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고, 노동자들은 그것을 특권이라 착각하고 살아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가난한 이들이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급격한 가격상승의 원상회복)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지대개혁을 하자는 마당에, 코로나19를 틈탄 기본소득제 논란은 대통령의 지대개혁을 위한 노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는 위험한 논란입니다.
본질적으로 국가에 의해 실현되는 불로소득인 기본소득제는 불로소득에 대한 중과세를 핵심으로 하는 지대개혁과 양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복지정책이든 경제정책이든 기본소득제는 불로소득입니다.
지금은 기본소득제를 버리고 그야말로 비상한 방안을 동원해 코로나19의 위기를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저는 불로소득이 아닌 "개인정보 제공 직불제" 도입을 주장합니다.
 
2. "급격한 경제위기로 상위 10% 이내의 부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십수억원을 투자한 대형음식점 운영자도 소비부족으로 문을 닫아 당장 생계가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부자는 기업인데 이들 기업은 이미 지급대상이 아니며, 재벌가족이나 고소득·고자산가들이 100만원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에 줄을 서 지급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재벌 가족이나 고소득·고자산가들이 지급신청을 하지는 않을 것을 전제로 한 기본소득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제는 지급신청이 없어도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주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지사 자신도 기본소득을 기본생계비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3.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제외하고,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내는 사람만 혜택을 주면 재원부담자와 수혜자의 불일치로 조세저항과 정책저항을 부릅니다. 받는 자와 못 받는 자로 나뉘어 사회통합에도 역행합니다."
 
10여 년 전, 김성훈 전(前)농림부장관으로부터 도시와 농촌의 1인당 정주 비용이 18배 차이가 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도로, 전기, 상·하수도, 통신망, 방범·치안, 교육 시설, 녹지 공간 등 개인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비용이 도시가 농촌보다 18배나 많다는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이 아닌 상류층과 빈민층의 정주 비용의 차이는 어떨까요?
18배를 훨씬 뛰어넘을 것입니다.
상류층은 아파트를 사면서 마치 자신들의 돈으로 사회기반시설을 설치한 듯 착각하며 삽니다.
빈민들은 발암물질인 슬레이트 지붕 아래서 자신들의 "노오오력"이 부족했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상류층은 이산화탄소를 뿌려가며 먹을 것을 탐닉하고, 자식들에게 자연을 가르칩니다.
빈민들은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며 간편식을 먹고, TV로 자연과 세계를 배웁니다.
 
상류층이 누리는 기반 시설을 설치한 것은 국가입니다.
빈민들의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지 않은 것도 국가입니다.
상류층의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국가입니다.
빈민들의 강요된 탄소 배출 자제와 환경보호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도 국가입니다.
 
국가는 이미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사람들은 혜택은커녕 그들이 실현한 가치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했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다는 자부심을,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것이고, 시혜나 혜택이 아닌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때 진정한 사회통합이 가능할 것입니다.
 
4. "부자가 죄인은 아닙니다. 부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냈는데, 그 세금으로 만든 정책에서 또 혜택을 박탈하는 것은 이중차별입니다. 복지정책도 아닌 경제정책까지 이중차별 할 이유가 없습니다."
 
3년전 단양군에서 지은 임대아파트에 입주 신청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가 아니라 일정 기간(10년) 임대 거주 후 입주자에게 우선 분양 전환하는 중산층(서민)아파트였습니다.
188세대를 모집했는데 200명 넘는 입주 신청이 몰려 성공적인 사업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당첨자 발표 후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188세대 중 절반 가까운 85세대가 입주자격 미달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입주자격 증명을 위해 제출하라는 서류 중에는 전(全)세대원의 전(全)생애에 걸친 소득자료와 재산 내역이 있었는데, 투기 목적으로 입주 신청을 한 일부는 서류제출조차 안 했고, 서류를 제출한 나머지는 서민이 아닌 상류층임이 드러나 입주 자격을 박탈당한 것입니다.
당황한 단양군은 소득과 재산 기준을 대폭 완화시켜 4차에 걸친 입주자 모집 끝에 아파트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순조롭게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호수 배정도 받았지만, 중산층(서민)으로서 부담해야 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입주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투기꾼과 상류층이 서민아파트를 차지하려 한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인들의 기본소득제 요구는 자신들의 소득과 재산을 노출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취하려는 꼼수입니다.
투기꾼과 상류층이 서민아파트를 차지하려 한 것이 파렴치한 일이듯 중산층과 상류층의 기본 소득제 요구 역시 파렴치한 일입니다.
 
물론 부자가 죄인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자라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낸 것이 아니라 부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미 세금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혜택으로서의 기본소득제를 폐기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산인 개인정보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재산과 소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빈민층에게 개인정보 제공료를 지급한다면 혜택이나 차별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5. "국민 중 일부를 골라 굳이 가난뱅이 낙인을 찍으며 지급하지 말고, 차라리 모두에게 지급한 후 지급대상 아닌 사람들에게 그만큼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더 쉽고 사회통합과 격차 완화에 더 좋습니다."
 
자동차 계기판의 Odometer를 촬영해 자신의 차량의 주행거리 정보를 제공하고 혜택을 받는 자동차 보험의 주행거리 할인 특약,
푸드 마일리지를 적용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 주는 로컬푸드,
난방비를 아끼면서 미세먼지도 줄일 수 있는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하면 주는 보조금 제도,
우리는 이미 에너지를 덜 소비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자산은 빅 데이터입니다, 그리고 그 빅 데이터의 핵심은 개인정보입니다.
주행거리 할인 특약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차량운행정보를 제공하고 자부심을 느끼듯이,
로컬푸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농민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며 자부심을 느끼듯이,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거와 난방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부심을 느끼듯이,
가난한 사람들이 탄소 배출을 자제하며 환경을 지켜왔던 자신들의 가난한 삶을 증명하는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 역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가난은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가난은 부모를 잘 못 만나서가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 부족했음을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가난이 낙인이 아니라 명예가 될 수 있게 항시적인 "개인정보 제공 직불제"를 실시하기를 바랍니다.
 
6. "재난기본소득 재원도 국민 부담을 늘리는 증세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내는 세금을 아끼고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만듭니다. 다른 지출보다 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을 지원하는 것이 일시적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재정정책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합니다. 일시적 경제위기 극복과 완화에 50조원을 집행한다 해도 향후 2-3년간 나누면 국민부담(증세) 없이 연간 500조원을 넘는 기존예산 조정만으로 얼마든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오늘 오전 지인으로부터 어이없고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개학이 연기돼 월급의 70%뿐이 못 받아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나 어렵냐고 물었더니 적금을 내기 힘들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설정한 생활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월 10억의 임대 수익을 올리는 건물주가 8억의 임대료를 받으며 2억을 손해 봤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으로 편성한 예산 중 10조만 있어도 진짜로 생계의 위협을 겪고 있는 소득 하위 20%, 400만 가구(가구원 수 1,000만명)에 가구당 250만원을 줄 수 있습니다. 가구당 매월 50만원씩 지급하면 5개월을 줄 수 있는 셈입니다.
 
7. "비상조치를 위해 한시가 급한 이때 일부를 제외하기 위한 조사비용과 선별시간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생계의 위기에 몰린 가난한 이들 스스로 개인정보를 정부에 제공하고 현금을 받을 수 있는 "개인정보 제공 직불제"를 도입한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선별 복지 실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가난한 이들은 정부의 시혜를 받는다는 비굴한 마음 없이 자신의 자산을 정부에 제공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8. "노벨상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을 포함한 세계적 경제석학들이 재난기본소득을 주창하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 국가들이 전 국민 상대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거나 시행준비중입니다."
 
미국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를 바랍니다.
  

소득 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 통계청

 
2017년 1월 21일 충북 제천에서의 강연회에서 눈 한번 맞추친 것만으로도 강한 동지의식을 느낄 수 있었던 이재명 지사가 다시 적폐청산과 지대개혁의 선봉에 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혹시나 이글을 본다면 경기도의 공무원 중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자들을 가려내 보기를 바랍니다. 지대개혁의 단초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