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업무추진비', 투명성 위해 지침서 필요해

순천시, 민선7기부터 세부내역 공개로 바꿔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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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주연(happinggo)등록 2018.09.18 09:52
민선7기에 새 시장을 맞이한 순천시가 기존과 달리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공개 방침을 바꾸었다. 현재 업무추진비 공개 수준에 법적 제한이 없어서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라 반가운 소식이다. 더 나아가 예산 유용을 막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공통 지침서가 요구된다.

지난 11일에 순천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민선7기로 부임한 허석 시장의 업무추진비를 처음 공개했다. '시정소식'에서 '시정자료실'을 클릭하면 업무추진비 공개를 확인할 수 있다. 내역을 보면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일자별로 집행목적, 카드나 현금 등 결재방법 및 금액을 고스란히 제시했다.
 

2018년 순천시장 업무추진비 민선7기로 새로 부임한 순천시장의 업무추진비 7,8월 공개내역으로 일자별로 집행목적과 결제방법 및 금액이 명시되어 있다. ⓒ 배주연

 
앞서 허석 시장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이미 행정 정보공개 확대를 약속했고, 여기에 업무추진비 세부내역 공개도 있었다. 순천시의 '착한' 변화가 SNS를 통해 알려지자, '선플'이 이어졌다.
 
"역시 믿음이 가네요."
"전직 시장님 많은 생각이 나실 겁니다. 낙선한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시겠죠."
"박수를 보냅니다."
"이미 공개만으로도 헛돈이나 부끄럽지 않게 썼다는 자신감이... 신뢰가 됩니다."
2017년 기준 순천시장의 업무추진비는 1억 3200만 원이다. 억대의 예산임에도 이전에는 매우 형식적인 수준에서 공개되었다. 월별로 이재민 및 불우소외, 시책 홍보, 학술·문화·예술 격려, 업무추진 회의·간담회, 현업(현장) 부서 격려, 소속 상근직원 격려, 업무추진 유관기관 협조, 직무수행 경비 등 총 8개 항목에 해당하는 건수와 총액만을 제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해당 월에 대한 업무추진비만 공개되어 그 이전의 자료는 아예 볼 수도 없었다. 심지어 어떤 때는 예산 금액으로 보아 시장과 부시장이 뒤바뀐 것이 확실한, 황당한 일도 발생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다.
 
이러한 상황에 우려하여 2017년 7월에 지역의 모 언론사가 지적했다. 해당 언론사는 2017년 6월 2일 정보공개포털 사이트(www.open.go.kr)에 2014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의 자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시는 그간 홈페이지에 공개된, 월별 총 건수와 금액 그대로, 월별 누적된 자료 수준의 정보만을 제공하여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개선하지 않다가 새 시장이 온 후에야 세부내역 공개로 방침을 전환했다.

 

2017년 순천시장 업무추진비 2017년 6월 순천시장 업무추진비 현황을 캡처한 화면이다. 8개 항목에 총 건수와 총액만 기재되어 있고, 이월자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 배주연

 
참고로, 인근 광양시는 월별이 아닌, 분기별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한다. 9월 17일 현재 2/4분기 집행 내역까지만 공개되어 있다. 이전의 순천시와 달리 누적자료를 제공하나, 여기도 항목별로 총 건수와 총액만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수시도 광양처럼 분기별인데, 현재 1/4분기만 공개되어 있다. 홈페이지에서 찾기가 힘들어 키워드 검색이 필수이다. 8개 항목에 집행일로 나누어서 집행일, 식사나 격려금품 등 집행구분, 건수, 집행대상, 집행액을 공개한다. 누적된 자료가 존재한다. 
 

2017년 신문기사 2017년 7월 21일 순천의 지역신문의 기사 일부를 캡처한 것으로,당시 조충훈 순천시장의 업무추진비가 허술하게 공개된 것을 지적했다. ⓒ 배주연

 
한편, 서울특별시는 2008년부터 PDF로 실·국·본부장 및 4급 이상 공무원의 업무추진비를 전면 공개했다. 2016년 12월부터는 단순한 확인에서 데이터 분석, 활용까지 편리할 수 있도록 스프레드시트(엑셀) 파일로 바꾸었다. '서울정보소통광장'에 공개하는 시장,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월 1회, 매월 10일 이내 자료첨부(XLS) 형태로 총무과, 실국이 공표한다. 

서울시가 2017년 6월 행정국 총무과에서 올린 자료를 보면 부서명, 집행일시, 집행장소, 집행목적, 대상인원, 결제방법, 집행금액이 나와 있다. 집행일시는 날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시각에, 집행장소는 업소명과 대략 위치까지 표기된다. 예를 들면, 2017년 6월 1일 08시 53분에 발우공양(중구 을지로길)에서 시정 정책 설명 등 언론 간담회 목적으로, 시장 등 5명이 카드로 125,100원을 결제했다.
이처럼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시기와 수준이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게다가 지자체에 따라서 홈페이지에 기재하는 곳마저 달라서 일반 시민들이 한눈에 찾아보기도 어렵다.

업무추진비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관리되지 않으면, 수천에서 억대의 혈세가 꼼수로 유용되어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장의 양심(?)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 차원에서 공개 시기와 기재 방법 등을 규격화하여 지침서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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