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이 직면한 "정치적 무리수" 비판, "노회찬을 살려내라"는 울분

[게릴라칼럼] 김경수 지사 구속영장 기각 이후 다시 기억해야 할 노회찬의 죽음

검토 완료

하성태(woodyh)등록 2018.08.20 10:04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 처음부터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특검의 어떠한 요구에도, 조사에도 성실히 임했고 특검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길 기대했다. 하지만 특검은 다른 선택을 했다. 정치적인 무리수를 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힌다."

18일 자정이 넘긴 시각, 서울구치소 앞에서 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당당했다.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 소식을 확인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법원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에 감사드린다"면서도 부러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허익범 특검을 향해 "정치적 무리수"란 일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모 관계의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의 가능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 피의자의 주거·직업 등을 종합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지난 15일 허익범 특검팀이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로 김 지사의 구성 영장을 청구한데 대해, 서울중앙지법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의 요지다.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법원의 영장기각 직후,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영장 기각을 당연시 받아들이는 한편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한 허익범 특검을 비난하는 의견이 쇄도했다. "허익범 특검은 끝났다", "허익범 특검을 특검하라"는 게시글과 댓글이 넘쳐났다. 환영 논평을 낸 더불어민주당과 여당 인사들도 허익범 특검에 대한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 인사들은 격한 반발을 표했다. 이날 본인들의 페이스북에 "살아있는 권력", "백정의 칼", "망나니들 칼날" 등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나 "국민을 개돼지로 안다", "법관이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도 없다",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던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적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특검이 정치적 무리수를 뒀다"고 언급한 김경수 지사의 발언을 향해 "권력 실세의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그럴까. 허익범 특검이 왜 '정치검사'란 비판과 '별건수사' 논란을 자초했는지를. 벌써 잊었는가.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안타까운 죽음을. 허익범 특검의 정치적 무리수로 인해 고초를 겪은 이가 김경수 지사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사망 당일 유감 표명은 면피용이었나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7.23 ⓒ 연합뉴스


"오늘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많이 침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으셨고, 우리나라 의정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하신 분이…, 오늘 보도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정치인으로 존경해온 분이었는데,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먼 거리에서 늘 그 분의 활동을 제가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늘 웃음을 띄면서 유머도 많았고, 달변이셨던 그 분의 이런 비보를 듣고, 그립고 안타까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제가 의원님의 명복을 가슴 깊이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도 깊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적당한진 모르겠지만 유가족에게 드리는 인사라고 생각하시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당하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다. 노회찬 의원이 사망한 지난달 23일, 허익범 특별검사는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러면서, "침통한 마음"이라며 유가족에게 "깊고 깊은 위로"란 표현까지 썼다. 하지만, 노회찬이란 정치인 개인에겐 미안했지만, 그가 지키려던 정의당은 별개라고 생각했던 걸까.

사망 이튿날, 허익범 특별의 박상융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보도에 나왔던 (드루킹)트위터의 협박성 글 내용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라며 심상정, 김종대 두 정의당 의원들의 소환 여부를 언급했다. 아주 애매모호한, 그러나 마치 물증이나 심증이 존재한다는 것 같은 뉘앙스로.

"(심상정, 김종대 의원은) 장례식 기간인데, 소환하기는 어려운 거 아닙니까. 드루킹과 핵심 경공모 회원, 드루킹과 같이 구속 기소된 사람들에 대해 불러 좀 더 조사할 예정입니다. 그런 다음에 정의당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검토하겠습니다."

어떻게 들리는가. 마치 소환은 필요하지만 노 원내대표의 상중이라 시기를 늦추거나 조율 중이란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뜻으로 해석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로부터 4주가 넘게 지난 지금, 허익범 특검은 소환은커녕 정의당이나 관련 트위터 글에 대한 별다른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당시 정의당이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은 당연지사였다. 25일 최석 정의당 대변인 역시 브리핑을 통해 "지금 특검의 행태는 허위정보를 확대 재생산, 유포하고 있는 것"이라며 "트위터상에 무분별하게 떠도는 허위 정보를 근거로 공당의 정치인들을 음해하려는 것입니까?"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팀을 격하게 비판했다. 사실 이정미 대표의 글에 허익범 특검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노회찬 대표님 상중에 자중해도 모자랄 허익범 특검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박상융 특검보는 당장 입을 다물라. 지난 특검 수사기간동안 댓글공작 실체에 한치도 접근 못한 무능력한 특검이 정의당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이제 정의당 정치인들의 이름을 대놓고 줄줄이 거명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의당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존재 정당성이 통째로 부정당할 위기에 처한 특검이 정의당을 희생양 삼고 추악한 거짓 여론몰이로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 착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라. 특검농단에 놀아날 정의당이 아니다. 특검농단에 놀아날 촛불시대 국민은 단한명도 없다."


"노회찬을 살려내라"는 울분, 정당하다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은 빈소 모습. ⓒ 공동취재사진


자, 이쯤 되면 허익범 특검의 "정치적 무리수"를 기정사실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별건수사'로 압박을 가한 노회찬 원내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허익범 특별검사는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 다음날, 박상융 특검보는 언론을 향해 마치 드루킹 일당과 심상정, 김종대 의원이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연막을 피웠다. 결과는 어땠나. 허익범 특별검사의 위로가 지극한 면피용이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는가. 이런 허익범 특검이 '정치검사'가 아니라면 무엇이 '정치검사'인가.

"김경수도지사 영장기각은 당연한 일이다. 허익범 특검은 애초 정치특검으로 출발해 추천정당의 요구에 충실한 결과 결국 별건수사로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최악의 특검'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 지사의 구속영장 기각 직후,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이다. 이 같은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18일 YTN에 출연한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노회찬 전 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도 특검이 본류수사, 그러니까 댓글 조작 수사가 본류 수사인데 그것보다는 곁가지 수사를 하지 않았나 라는 것"이란 비판이 존재한다며 허익범 특검의 자충수를 꼬집기도 했다

MBN 역시 같은 날 "설상가상으로 고 노회찬 의원 정치후원금 수사나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급여 문제까지, 별건 수사 논란은 숙제로 떠 앉게 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김진태 의원 역시 17일 김경수 지사의 구속을 촉구하는 글에서 "허익범 특검은 소심한 모범생이다. 노회찬으로 시험범위를 착각하기도 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또한 정치검사 논란 역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수사 종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 의원은 "허익범 특검을 저는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았다"며 "그 분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뉴라이트 멤버였다. 자기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건 믿을 수 없는 얘기"라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허익범 특별검사는 과거 뉴라이트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렇게, 구속영장 기각 이후 "허익범 특검은 끝났다"란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특검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특검을 특검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영장 기각 관련 뉴스에 달린 댓글 중 허익범 특검을 향한 "노회찬을 살려내란" 울분에 찬 의견들도 적지 않다. 그럴 만하지 않은가.

정리해 보자. 김 지사의 영장 기각 이후 허익범 특검이 고 노회찬 대표의 죽음으로 부담을 안게 됐다는 보도들은, 선후가 틀렸다. 허익범 특검이 그 안타까운 죽음으로 인해 부담을 갖는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다. 그 부담이, 그 결과가 먼저일 수 없다.

그에 앞서, 허익범 특검의 정치적 무리수와 별건수사란 압박이 노회찬 원내대표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맞다. 수사 연장 여부를 떠나, 수사 결과를 떠나, 적어도 곧 돌아올 '정치인 노회찬'의 49재에 허익범 특검팀이 빈소 앞에서 사죄라도 하는 것이 옳다. 적어도, 노 대표의 사망 당일, 허익범 특검이 했던 유감 표명이 진심이었다면 말이다.

드루킹 댓글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첫번째 공식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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