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제1노조 바뀌나... 새 노조 1000명 돌파

27일 오후 4시 현재 가입자 지속 증가세, 28일 대표 교섭단체 선정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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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현(impopcon)등록 2018.07.27 19:28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27일, 조합원 가입자수 현황을 발표했다. ⓒ 가천대길병원지부


가천대길병원 새 노조(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는 27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1052명의 직원들이 새 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발족한 지 1주일 만에 기존 한국노총 소속 기업노조의 두 배에 달하는 조합원이 모인 것이다.

올해 노사 교섭에서 대표노조를 결정하는 기한은 28일이다. 대표교섭단체 선정 기준은 조합원 수이기 때문에 새 노조가 대표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길병원의 전체 직원은 약 2500명으로 알려졌다. 새 노조가 설립 1주일 만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동안 병원측의 부당함을 모든 직원이 공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500~6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노조가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새 노조는 길병원이 이길여 회장 생일에 축하동영상을 강제로 찍게 하고, 병원 직원들에게 사택을 관리하게 하는 등의 갑질 뿐만 아니라 교대수당·시간외수당 등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임금을 동결하는 등 직원들의 복지는 뒤로한 채 이익에만 급급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 고위공직자에게 3억 5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건네는 등의 부정부패 의혹도 제기됐다. 병원의 비상식적인 운영이 계속되자 직원들은 노조에 해결을 요구해왔지만, 기존 노조는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이에 몇몇 직원들이 모여 지난 20일 새 노조를 설립했다. 대표교섭단체 선정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설립됐기에 짧은 시간 안에 기업노조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설립이후 첫 가입 권유 활동을 시작한 날부터 미리 출력한 가입원서가 모자라는 등 큰 호응을 받았고, 카카오톡 오픈 대화방에는 삽시간에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들어와 새 노조를 지지하고 병원의 부당함을 제보했다.

새 노조 관계자 A씨는 "직원들이 부당한 사례들을 제보한 메일이 현재 2000건을 넘었다. 그동안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근무해 왔을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새 노조가 설립되자 병원은 각종 부당노동행위로 노조활동을 막아섰다. 새 노조 지부장 등 간부들이 일하는 시간에는 부서장을 옆에 배치해 감시하고, 업무가 끝나고 나서는 퇴근길 이동 동선을 미행하게 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설립과 동시에 펼쳐졌다.

뿐만 아니라, 새 노조의 정당한 가입권유 활동에 병원의 사설 용역 경비원과 인사팀 직원들을 배치해 감시하게 하고 부서장 등 관리직 직원들이 고함을 치며 위협하거나 경찰을 불러 강제 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기업노조는 새 노조가 발족하고 나서 부서장, 수간호사 등 관리직을 동원해 기업노조 가입을 사실상 종용하고, 부랴부랴 임금인상과 각종 수당 지급 등의 공약을 내세웠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금까지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런 공약을 건다는 것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기업노조는 노보를 내고 새 노조의 활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 노조의 제보로 언론에 알려진 이길여 회장의 VVIP실 18원 이용, 생일축하 동영상 등을 두고 "우리 직장 흠집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역시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길병원 직원 B씨는 "그동안 갑질과 횡포에 죽어가는 직원에게는 눈감고 있다가 병원이 당하니 이제야 이런 노보를 쓰는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새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수 발표와 함께 "직원들이 그동안 병원의 부당하고 비민주적인 대우와, 기존에 있는 기업노조에 대한 실망이 새 노조의 지지로 이어졌다"며, "여기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전체 직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당당한 노동조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7일에는 정형우 중부지방노동청장이 길병원을 방문했다. 이날 정 청장은 길병원과 기업노조, 새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난 후 병원측에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새 노조가 요구했던 길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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