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재외동포 한인사회에서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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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disciple0411)등록 2018.01.03 23:06
최최근 최승호 전 뉴스타파 PD가 MBC 사장에 임명됐다. 해직 기자들이 복직하고, 새로운 임원진은 세월호참사 합동 분향소 희생자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MBC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사과와 앞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MBC의 반성을 많은 시민들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촛불 혁명 이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적폐 중의 적폐'로 지적 받던 주요 언론이 다시 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가짜뉴스'의 폐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을 타면 휴대폰 화면에 열중하는 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 '가짜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정규재 TV와 자유한국당에서 제작하는 <적반하장>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의 위력은 대단하다. 이 방송의 시청자들은 방송의 내용을사실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젊은층과는 달리, 이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편협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로부터 이들을 구출해 낼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

해외 재외동포 사회 역시 '가짜뉴스'의 안전지대는아니다. 특히 해외에서 자체 제작하는 보도 프로그램은 국내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하고자 한다면 더 대범한 내용의 '가짜뉴스'를 방송한다. 재외동포 한인들은 국내 정치, 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짜뉴스'의 타겟이 되는 국내 노인층과 마찬가지로 재외동포 한인사회는 부정확한 사실관계로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적절한 사실확인단계를 거치지 않고 한인사회 내에 빠르게 확산된다. 국내 이슈의 경우, 여러 정보가 공유되어 비교할 수 있는 기반이 비교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한인사회는 국내보다 '가짜뉴스'로부터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해있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대표 사례를 소개하며 그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다. 인도네시아 한인 신문 언론은 여러 군데 있지만, 방송 뉴스를 제작하는 곳은 한 군데 이다. KTV라는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한상재와 함께하는 인도네시아의오늘> 제목의 방송이다. 프로그램 제목을 보면 마치 교양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방송 내용은 개인 인터넷방송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스스로는 '뉴스 프로그램'임을 자처한다. KTV는 주로 한국 방송사에서 철지난 드라마 판권을 사와 방영하는 방송사이다. 인도네시아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방송된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환경이 좋아지면서 대부분 한인들은 더 이상 이 방송을 보지 않지만, 인도네시아에 오랫동안 거주하여 예전부터 습관적으로 이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이 방송을 시청한다. 저녁시간 드라마 방영 전 15분 분량의 뉴스를 방송한다. 일주일에 한차례 녹화하여 같은 방송을 일주일 내내 반복하여 방영한다.

방송은 크게 두 순서로 진행된다. 인도네시아 및 국내 정치,사회 소식과 한인사회 소식이다. 이 뉴스는 취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영상 자료는 없다. 뒤에 관련 화면을 띄워놓고 소식을 전하고, 진행자 ㅎ씨의 논평을 덧붙인다. 이 방송의 백미는 바로 진행자 ㅎ씨의 논평이다. 가짜뉴스도여기서 생성된다. 이 논평은 탄핵 정국과 대선 당시 가장 심각해졌다. 그 중 몇 가지를 엄선하여 소개한다. (아래는 방송에 나온 발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1. 2016년 12월 19일 방송

' 그(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는 요즘 세계를 크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그 반대 세력 즉 자유 민주주의 법질서 보다는 군중을 동원하는 일종의 군중 민주주의 세력 간의 충돌로 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4.11과 2.12 자카르타 이슬람 단체의 군중 집회가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인데요 대한민국도 광화문 촛불 시위 집회와 박사모 태극기 집회가 바로 그런 것을 그렇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

진행자 ㅎ씨는 우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과 자유민주주의 법질서 보다는 군중을 원하는 일종의 군중 민주주의 세력이 있다고 하며광화문 촛불 시위와 박사모 태극기 집회를 언급한다. '자유 민주주의'라는표현을 즐겨 쓰는 정파가 어디인지 생각해 본다면 진행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자유 민주주의 법질서를 지키는 세력은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만, 또다른 세력은 '군중 민주주의'라고 폄하한다.('군중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지만, 진행자 ㅎ씨는 군중에 의한 우매한 민주주의를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2. 2017년 3월 13일 방송

' 헌법 재판관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그것도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리는바람에 그 동안 태극기를 들고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외치던 분들에게는 큰 좌절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들은 좌절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헌재 재판관들의 결정을 존중히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겠지만 적어도 촛불 시위대와 태극기 시위대가 서로 갈라서서 극렬하게 싸우게 만드는 원인을 헌재가 만장일치로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주 아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3월 9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진행자 ㅎ씨에 따르면, 사회 분열 제공 원인이다. 참고로 만장일치 판결은 오히려 탄핵 이후 분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분석이 중론이었다.

3. 2017년 4월 24일

' 여기서 잠시 한국 대선에 대한 얘기를 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서 대선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오는 5월 9일 제 19대 대선이 끝나봐야만 뭔가 한국 미래에 대한 윤곽이 잡히겠지만 지금으로선 매우 불안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정치 군사적으로 매우 엉뚱한 혼란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5월 대선이 끝나고 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고 해서 곧장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안정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어느 정당 후보가 이기든 국회 선진화법이 쳐 놓은 3분의 2찬성의 장벽을 넘지 못할 것이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아무리 신임 대통령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들을 임명하려고 해도 국회 청문회 조차 통과를 하지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 뽑히게 되는 대통령 보다도 박근혜 전대통령이 임명한 바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들을 하나도 바꾸지 못한채 그냥 지금 행정부 조직 그 자체를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어서 그대로 국정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 매우 귀중한 매우 위중한 국정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국방부 장관과 경제부총리 법무부와 내무부 장관 등은 아주 중대한 문제를 놓고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기존의 내각들이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경우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것입니다. 지금 현재 국회의석 수가 과반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정당 아 두 정당 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할 때에 아예 거론의 여지조차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가능성은 괜찮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불어 민주당 후보의 경우를 보면은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 때문에 국무총리나 내각을 새로 구성할 수는 없게 될 것입니다. 그 반대로 자유한국당 후보는 좀 낫습니다. 그 국무총리에 그 장관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구현하기는 힘들겠지만은 그런대로 기존의 국정을 어느정도 까지는 현상유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정리 됩니다.이처럼 대선 후에 벌어질 정치적 대립을 생각해 보면 매우 우울해집니다. 특히 사드를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 더 극단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새 대통령은 반대하기 때문에 철거를하라고 할것이지만은 한미국방장관은 그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그래도 좀 조정이 좀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침을 하거나 미국이 선제 타격을 하고 할 때에는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달을 것입니다. 그걸 새 대통령은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보자고 할 것이겠지만 한미국방장관의 경우에는 즉시 응징을 하자고 주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은 인도네시아 한인 동포들은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한인 동포 각자의 의무요 권리일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국가 예산을 들여서 어렵사리 마련한 해외 동포들의 참정권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인 동포 여러분은 19대 대선이 금주에 있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귀중한 참정권의 행사를 포기하지 않는 그런 행사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기간 (2017년 4월 25 ~ 30일) 을 앞두고 진행자 ㅎ씨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한다. 그가 자유한국당의 후보가 '더 낫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전 정권의 내각과 코드가 맞기때문이다. 또 그에 따르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후보는 극단적 갈등을 유발하는 후보이다. 그런 다음, '많은 분들이 귀중한 참정권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참고로 진행자 ㅎ씨는 재외국민 투표 권한이 없는 인도네시아 영주권자이다. 그렇다고해서 한국 정치 상황을 평론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투표권이 없는 사람치고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자 이 '가짜뉴스'의 정도는 더 심해졌다.

4. 2017년 6월 5일 방송

' 최근 미국이 최신예 항모까지 동원을 해서 부대나 동해상에 전진배치를 하고 있지만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요, 북한은 전혀 흔들림없이 자기들이 정한 있는 일정대로 나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문재인 대통령 새 정부가 친북한정권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먹혀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주가 멀다하고 계속 쏴 대는걸 보면 이제 미사일이 쏠 자금이 다 떨어져 가니까 어서 빨리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처럼 자금을 북한으로 가져오라는 그런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문재인정부를 '친북한 정권'이라고 단정하지만, 판단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북한 무기 개발 자금을 지원했다는 '가짜뉴스'를 은근슬쩍 끼워넣었다.

5. 2017년 10월 16일 방송

' 다음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될 때에 북한과 정상 회담만 주선해 달라고 인도네시아 정부에 요청할 것이 아니라 이세파 협상 문제도 이번 기회에 다시 꺼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언론들을 보면요 서울발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쇼를 더 이상 전하지 않구요 그 대신 베이징발 한반도 전쟁위기 상황을 아주 크게 전하고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 북한과 정상 회담을 주선해달라는 주장은 확인된 바없다. 이런 식으로 교묘하게 색깔론을 들먹이는 뉴스 진행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KTV 관계자들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몇 차례 만남을 요청해도 진행자 ㅎ씨에게 문의하라는답변만 반복했다. 편협한 시각을 뉴스로 내보내는 것은 전적으로 방송사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모르쇠'로 일광한다. 뉴스 책임자와 연락하려 해도 매번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인사회 시민단체인 416자카르타촛불행동은 이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위해 국내 시민단체, 정당, 언론 등에 접촉했지만, 해외에서 방송하는 뉴스라 그런지, 어디에서도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뉴스의 형식을 빌려 진행하지만, 진행자의 편협한 생각이 사실관계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전달되는 방송을 보고 아무런 문제제기도 할 수 없는 재외 동포들은 괴롭기만 하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연령의 재외동포 한인들은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언론의 문제만 지적했지만, 범위를 넓혀 전 세계 한인 사회의 한인 언론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할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부터 재외국민 투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여론 형성 과정에 대한 적절한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일부 재외동포 한인언론의 횡포에 대한 제재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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