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의원님께 이 책을 드립니다

[서평]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을 읽고

검토 완료

김정록(kim2001kt)등록 2017.06.12 14:13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도종환 의원님께.

안녕하세요, 도종환 의원님.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가 되시고, 14일에 있을 청문회 준비하시느라 바쁘시겠습니다. 의원님의 바쁨을 조금 덜어드리려 편지를 씁니다. 준비하시면서, 청문회 나가시기 전에,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젊은역사학자모임, 역사비평사, 2017)입니다. 젊은 역사학자 10명이 모여 낸 책이에요. 유사역사학자나 사이비역사가가 쓴 책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 아, 역사학계는 식민사관에 찌들지 않았느냐구요? 읽어보세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의원님은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에서 임나를 가야라고 주장했는데, 일본의 연구비 지원으로 이 주장을 쓴 국내 역사학자들 논문이 많다.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 "가야사에서 일본 쪽 주장이 일리 있다는 국내 학자들이 있어서 쟁점이 생긴 상황"이라면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놨다"라고 하셨어요(6일 한겨레 보도).

그런데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의원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책을 가지고 계신다는 전제로 얘기해 볼게요. 우선, 임나일본부설이란 무엇인지 알고 시작해야겠죠?

임나일본부설이란 왜(倭, 고대 일본의 야마토 정권)가 4세기 중엽 가야 지역을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가야를 비롯한 백제, 신라 등 한반도 남부 지역을 200여 년간 지배 또는 통제했다는 주장이다. 이 견해는 스에마쓰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148쪽)

의원님의 말씀은 일본이 임나를 가야라고 주장하는데, 우리 역사학계도 그에 동조하고 나아가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럼 '임나는 가야인가', '일본학계는 임나일본부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는가', '그럼 우리 역사학계는 임나일본부를 인정하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요, 의원님.

임나가 가야라고 인정하면 식민사관이라구요?

우선, 역사학계는 '임나'가 여러 가야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여러 가야 가운데 어디를 말하는지는 다른 견해가 있지만요. 의원님 말씀대로, '임나'가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에 있다는 견해는 종종 제기됐어요.

<일본서기> 기록을 보면 '임나'는 일본의 쓰시마에 있었다는 말도 있어요. 가야가 멸망한 562년 이후에도 <일본서기>에 '임나'가 나오는 걸 들어서 '임나'는 한반도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지요.

이는 <일본서기>에서도 '임나' 관련된 일부 기록만 본 결과입니다. '임나'라는 명칭이 <일본서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414년 건립된 고구려의 「광개토왕비」를 통해 신라와 가까운 곳에 '임나가라(任那加羅)'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924년 건립된 '봉림사 진경대사보월능공탑비'에는 진경대사의 선조가 신김씨(新金氏)이며 '임나(任那)'왕족이었다고 기록되었다. <삼국사기>에서는 가야 출신인 강수(强首)가 자신을 '임나가량인(任那加良人)'이라고 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 '임나'가 가야의 한 세력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된 것은 분명하다. (159쪽)

중국 사료에서도 '임나'는 나옵니다. <송서> 왜국전, <남제서> 왜국전, <양서> 왜전, <남사> 왜국전, <통전> 신라전 등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임나'가 한반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아요. 일본만 특별하게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임나'가 가야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식민주의 역사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임나'가 여러 가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한국·중국·일본 사료를 검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이기 때문이에요.

역사학계는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한다구요?

현재 일본 학계의 '임나일본부' 논의도 의원님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일본 학계도 가야 지역에 대한 야마토 정권의 지배는 인정하지 않는대요.

대체로 '임나일본부'의 성립 시기를 6세기 전반으로 제한해 보고 있으며, '임나일본부'의 성격을 야마토 정권이 '임나'를 군사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설치한 지배기관이 아니라, 한반도의 선진문물을 독점 수용하기 위해 '임나'에 파견한 사신 또는 관인 집단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많다. (155쪽)

스에마쓰의 임나일본부설처럼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하였다고 주장하는 이는 국내 학계에 없다. '임나일본부'를 왜의 통치기관으로 이해하는 연구자도 없다. (162쪽)

의원님이 우려하시는 것과는 달리, 우리 역사학계에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학자는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연구자들이 고대 한일관계의 실상을 규명하기 위해 '임나일본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들을 정확하게 소개하지도 않은 채 실상을 왜곡하는 것은 선입견 혹은 공명심에 사로잡혀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 결코 학술적인 범주의 '연구'라고 지칭할 수 없는 것이다. (163쪽)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의원님, 역사학계는 의원님의 역사관이 우려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부디, 이 책 읽으시며 '역사란 무엇인가?' 한 번 더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대학생 드림
덧붙이는 글 도종환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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