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만 막으면 이긴다? 대통령의 확신, 그 이유는

대통령이 학수고대하는 구도, 탄핵 불발되면 가능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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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성(toutplus)등록 2016.12.03 20:19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호언했던 비박계가 입술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마음을 바꿨다. "대통령이 '4.30 퇴진'을 밝히면 굳이 탄핵까지는 갈 필요가 없다"며 발을 뺐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한 목소리로 '4.30 퇴진, 6월 대선'을 외친다. 완전히 등을 돌렸던 여당의 두 진영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모양새다.

촛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대통령

야3당은 우여곡절 끝에 3일 새벽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의결정족수까지 28석이 부족하다. 비박계는 '대통령이 7일 18시 이전까지 '4.30 퇴진'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탄핵에 참여하겠다'며 가능성을 크게 좁힌 조건을 달았다. 이미 비박계 상당수는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비박계와 주말회동을 준비 중이다. 탄핵 표결 불참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퇴진 시점을 언급할까?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얼버무릴 확률이 높다.

200만 촛불 앞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청와대 턱밑까지 몰려가 목 터져라 '퇴진'을 외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촛불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퇴진 시점을 지레 못 박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불안하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촛불시민들의 비난이 일제히 자신들에게 쏠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러나면 끝이지만, 비박계는 어떻게든 다음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니 촛불민심이 얼마나 부담이 되겠는가. 때문에 주말회동은 불안해하는 비박계를 대통령이 직접 다독이는 분위기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분의 결정을 무겁게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멘트 정도는 나올 성싶다.

탄핵만 막으면 해볼 만하다?

정치권은 광장의 촛불을 두려워한다. 친박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뒤돌아서면 지역구 민심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시민들의 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비박은 더하다. 촛불이 탄핵 부결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물을 경우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을 거라며 우려한다. 국민의당도 촛불의 뭇매을 맞았다. 탄핵 표결 날짜를 미뤘다가 몇 시간도 안 돼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국민 열 명 중 여덟 명이 탄핵을 외친다. 이런데도 당사자인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은 채 '탄핵 돌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떻게든 국민의 뜻을 꺾겠다는 오기다.

탄핵 저지에 사활을 건 대통령. 탄핵만 막으면 해볼 만 한 판세라고 보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염두해 둔 어떤 수가 있다는 얘기다. 탄핵을 막고 임기를 채워 물러나는 것? 최선이겠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대통령 스스로 잘 알 거다.

그렇다면 차선이 최선이 될 수 있다. 대통령 뇌리에 들어있는 '최선 같은 차선책, 대체 무얼까? 최대한 오래 버티며 보수진영에게 대선을 치를 시간을 벌어 주는 동시에,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만들어준 뒤 물러나는 것. 이런 거 아닐까?

이것이 가능하려면 대통령의 손발이 묶여서는 안 된다. 탄핵이 통과돼 직무가 정지되면 식물 상태가 된다. '해볼 만 한 일' 중 어느 하나도 손대지 못한 채 헌재의 결정만 바라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어느 정도 작동되는 구도를 유지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탄핵 저지가 선결과제인 것이다.

탄핵 부결되면

대통령의 의도대로 탄핵이 부결되면 어떻게 될까? 국회는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 촛불이 국회로 몰려가 비박계를 정조준할 것이고, 친박계는 낮췄던 목소리를 다시 키울 것이다. 수구단체들도 숫자를 불려  맞불 집회를 벌일 거다. 보수의 결집이 이뤄지면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은 얼마간 오를 수도 있다.

야당 역시 온전하지 못할 거다. 자중지란을 일삼는 무기력한 야당을 향해 촛불이 분노할 것이고, 여기저기에서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정치권은 똑같다'라는 비난이 쏟아질 거다. 분노한 촛불의 야당에게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혼란의 틈을 타 이런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 있다. '제6공화국은 이제 끝났으니 개헌을 해서 난국을 돌파하자.' 개헌 깃발 아래 몰려든 정치인들은 소속이 어느 당이든 상관없이 자신들이 입었던 옷을 벗어던질 거다. 그리곤 '개헌의 옷'으로 갈아입고 대선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탄핵 피하려는 궁극적인 목적

친박, 비박, 국민의당이 개헌의 기치아래 모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165~170석이 확보된다. 개헌 정족수에서 30여석이 부족한 셈이다. 탄핵정국에서는 비박계가 캐스팅보터 역할이지만, 개헌 정국이 되면 민주당의 '비문계'가 캐스팅보터를 쥘 수도 있다.

내부에서 유력한 대권 후보를 배출하기 어려운 '개헌진영'. 권력구조를 바꾸려 들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개헌 정국이 본격화 되면 촛불시민도 각자의 판단에 따라 흩어질 것이고, 끝내 촛불은 꺼지고 말 것이다. 바로 이거다. 박 대통령이 학수고대하는 구도가 이런 것일 거다.

새누리당의 보수세력과 야권의 중도보수가 주축이 된 새 정권. 이건 보수정권의 재탄생이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 편에서 보면 정권재창출인 셈이다. 사력을 다해 막고자 하는 탄핵.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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