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절박한 심정으로 조계사에 한 위원장 신변보호 요청"

긴급 기자회견 "오늘 낮 불미스러운 일, 종단의 공식 입장 아냐...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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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애(findhope)권우성(kws21)등록 2015.11.30 21:44
30일 낮 조계사 신도회 측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끌어내려고 시도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절박한 심정으로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조계사에 거듭 요청한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같은 날 오후 5시 50분께 한 위원장이 머무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오늘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조계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입장을 정하려) 회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저희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8일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호소문을 통해 "종교인들이 사람벽으로 평화지대를 형성하겠다"며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를 설득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조계사 신도회가 강제퇴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후 7시 현재 조계사 내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조계사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경찰은 물론 취재진도 오전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상진·김경자·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거듭 호소한다'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이성을 상실한 공안탄압이 이미 선을 넘었다"며 "헌법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이렇듯 '원천 금지'하는 행위는 위헌적 독재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낮 발생한 조계사 신도회 측의 한 위원장 강제퇴거 시도에 대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신변 위협 또한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해 벌어진 충격적 사건"이라며 "경찰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부처님의 법당에 권력이 난입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이 감당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감내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라며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위해, 목 졸린 민주주의와 노동자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허락해달라"며 거듭 조계사 측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은 앞서 4시께 취재진과 만나 "회장단이 들어가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고 나오려다 실패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을 꼭 경찰에 인계해 그간 실추된 불교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주지 스님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조계사 관음전 안에는 한 위원장 홀로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 "조계사 신도회 측 요청으로 다른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모두 나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민주노총 임원들이 기자회견에서 읽은 내용 전문이다.

<긴급 기자회견문>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거듭 호소합니다.
경찰은 침탈시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노동자에 대한 정치탄압 공안탄압 공포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의 책임을 덮기 위한 폭력시위 여론몰이가 그것이고,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했던 민중을 폭력세력으로 둔갑시킨 공안 탄압이 그러합니다. 무차별 공안탄압으로 민주노총을 토벌한 후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산, 노동개악을 밀어붙인다는 것이 정권의 계산입니다.

최근의 공안정국은 모두 이러한 맥락 하에 기획되고 있습니다. 오늘 조계사에서 벌어진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신변위협 또한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하여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부처님의 뜻을 펴야 할 도량에서마저 정권의 탄압과 편견 등 인권을 무시한 일들이 벌이지는 것에 민주노총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포용은 사라지고 권력의 힘만이 절대 가치가 된 세상에 다시금 절망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다시금 희망에 대해 호소하고자 합니다. 불과 며칠 전에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 요청을 품어주신 조계사의 모습을 다시 떠올립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오늘 일부 신도분들이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했다니, 민주노총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홀로 있던 한 위원장은 모든 옷이 찢기는 일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신변을 의탁한 처지에 나가달라는 신도분들의 의견을 들을 도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걸칠 옷 하나 내줄 수 없다는 야박함엔 서운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가눌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절박한 심정으로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조계사에 거듭 요청합니다. 민주노충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면 감내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위한 마음을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목 졸린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인 세상에서 신음할 노동자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지금 이곳엔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노동개악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있음을 알아주시길 호소드립니다.

경찰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처님의 법당에 권력이 난입하는 일만은 없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품어주신 부처님의 뜻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이성을 상실한 공안탄압이 이미 선을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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