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왜 추락하지 않을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13] 가장 안전한 탈 것 비결은 다중사고방지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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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엽(husky)등록 2014.04.24 10:40
"여보,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어떡해?"

주부 C씨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남편과 엘리베이터에 동승할 때면, 심심치 않게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곤 한다. 더불어 뇌리에 여운 긴 잔상으로 남아 있는, 영화 속의 이런저런 엘리베이터 사고 장면도 그녀의 불안감에 한몫을 한다.

국내 엘리베이터 최초 50만대 돌파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추락사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될 확률은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올해 들어 국내 엘리베이터는 대수 기준, 최초로 50만 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추락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인의 안전 의식이 유달리 뛰어나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엘리베이터의 자유 낙하 사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는 카(car), 즉 사람을 태워 나르는 모든 종류의 기계장치 가운데 가장 안전 신뢰성이 높다. 엘리베이터 중에서 사람을 태우는 부분을 '엘리베이터 카'라고 부르는데, 승용차나 기차, 케이블카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사고 확률이 낮다. 비행기나 선박 등 다른 탈것들을 포함해도 엘리베이터는 월등 안전한 축에 든다. 수송 승객 수를 기준으로 하든 이동시간을 기준으로 하든 마찬가지다. 

사고 확률 '50만 분의 0'이 가능한 건, 엘리베이터 특유의 안전 설계 때문이다. 오늘날 엘리베이터의 대부분은 도르래 원리로 작동된다. 사람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 카가 눈에 보이는 부분이라면, 도르래의 다른 한쪽에는 엘리베이터 카 최대 중량의 150%쯤 되는 무거운 균형추가 달려 있다.

엘리베이터 카와 추는 강철선으로 연결돼 있다. 이 강철선은 보통 철선 19~36가닥을 꼬아 한 묶음으로 하고, 이런 묶음을 다시 6~8개쯤 합쳐 만들어진다. 강철선이 버틸 힘은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꽉 찼을 때, 즉 최대 중량에 이르렀을 때 무게의 12배 정도로 설계된다.

엘리베이터 강철선 여러 개의 강철선을 꼬아 만들어지는 엘리베이터 로프. 엘리베이터 총중량의 12배를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오른쪽 그림은 엘리베이터 강철선의 단면으로 동그라미 하나가 강철선 한 가닥을 의미한다. ⓒ 장명원


강철선(로프)이 이처럼 안전하게 설계됐음에도 불구하고, 마모나 부식 등으로 절단된 경우 또는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으로 카의 하강속도가 갑자기 빨라질 수 있다고 치자. 이런 상황에선 카를 정지시켜주는 또 다른 안전장치인 '비상정지장치'가 작동된다. 또 엘리베이터가 설계속도의 1.3배를 초과하려 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이 브레이크는 일반 자동차 브레이크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다.

예민한 탑승자라면, 예컨대 간혹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출렁'하고 내려갔다가 살짝 다시 올라오는 느낌을 받아봤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 카의 바닥과 건물 층의 바닥 높이가 약간 맞지 않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승객이 출입하거나 물건을 싣고 내리는 동안 이런 일이 발생하면, 즉 ±20mm 이상 바닥 높이와 차이가 생기면, 엘리베이터는 이를 자동으로 바로잡도록 설계돼 있다.

엘리베이터는 정상 운행 땐 최상층 혹은 최하층을 지나치면 안 된다. 이를 통제하는 게 바로 '리미트 스위치(limit switch)'다. 이 스위치와 더불어 원인이 무엇이든 리미트 스위치만으로 최상층 및 최하층에 정지시키지 못할 경우, 승강로 천장 혹은 반대로 바닥에 충돌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파이널 리미트 스위치(final limit switch)'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한번 세어 보자. 엘리베이터 12배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철선, 비상정지장치, 브레이크, 높이 보정, 리미트 스위치, 파이널 리미트 스위치까지 5~6개의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게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이러니 탑승자들이 추락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정작 조심해야 할 것은 이른바 '개문 발차'다. 말 그대로 문이 열린 상태에서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개문 발차다. 특히 설치된 지 10년 이상 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문 사이에 발 넣거나 몸 기대는 행동 삼가야 하는 이유

2003년 6월 이후 건축 허가된 건물의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개문 발차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엘리베이터라면 드물긴 하지만, 개문 발차 사고의 위험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개문 발차 사고는 십중팔구 엘리베이터에 타거나 내릴 때 발생한다. 엘리베이터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승강장문 사이에 발을 밀어 넣거나 몸을 기대는 행동을 삼가야 하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또 비상 통화장치에 대한 승강기 검사기준이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정전 등으로 카에 갇힌 승객이 비상호출버튼을 누르면, 시설물 내부관리자가 설령 부재중이더라도 승강기 유지관리업체나 자체 점검자로 자동 연결된다.

현대 도시인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를 걱정하기보다는 평소 비상통화 장치 사용법을 익혀두는 등 안전한 이용 습관을 들이는 게 먼저다. 현실에서 사고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건, 만에 하나라도 정말 끔찍한 일이다.

도움말: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장명원 부장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http://www.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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