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북유럽에서 일어나는 소아성추행

[리뷰] 안네 홀트 <데드 조커>

검토 완료

김준희(thewho)등록 2012.08.14 11:20

<데드 조커> 겉표지 ⓒ 펄프

대부분의 범죄자들이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겠지만, 그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그 비난의 강도가 더 세지기 마련이다.

어린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서 판단력이나 사고력, 자기방어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런 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사람은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파렴치한 인간으로 취급된다.

유괴범이 어디에서건 동정을 받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소아성애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사춘기에 접어들지도 못한 10대 초반의 아이들을 성추행한다면 그 사람은 한 아이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아성애자들을 엄격하게 다루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형벌을 강화하더라도 세상에는 그런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언젠가는 잡힐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살인을 멈추지 못하는 연쇄살인범들 처럼.

그런 사람들은 성인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10대 초반의 여자아이, 혹은 남자아이를 보면 성적으로 흥분할 뿐이다. 열살 이하의 아이도 괜찮지만 그 선을 넘기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안네 홀트의 <데드 조커>에도 이런 소아성애자들과 연관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데드 조커>의 무대는 북유럽의 복지국가 노르웨이다. 차가운 봄바람이 불어오는 오슬로피오르, 한 남자가 바다로 뛰어들어서 자살한다.

한편 고등검사 할보르스루드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사무라이 검에 목이 잘려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할보르스루드는 아내의 피를 뒤집어쓴 채 현장에서 체포된다. 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이 그를 진범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또다른 등장인물인 신문사 기자 에발 브로모는 얼마전부터 협박 이메일에 시달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인물인 에발은 사실 소아성애자이다. 그는 스물다섯 살 때 거리에서 열세살 소녀의 몸을 산 이후로 꾸준히 어린 소녀들을 찾고 있다. 결혼해서 가정도 꾸렸지만 어린 소녀에 대한 욕망은 식을 줄 몰랐다.

그런 에발이 자신의 범죄를 고발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협박범은 돈이나 다른 보상을 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앞으로 몇 개월 후에 신문사 편집장 앞으로 에발 브로모가 소녀와 함께 있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겠다고 말할 뿐이다.

에발 브로모의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일 것이다. 돈을 요구한다면 협상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상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에발은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남자와 살인범으로 몰린 검사, 그리고 소아성애자. 이 셋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북유럽에서 일어나는 범죄들

노르웨이나 스웨덴, 아이슬란드처럼 북유럽이 무대인 범죄소설들을 읽다보면 작품 속에서 성범죄를 꽤나 많이 다룬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곳에는 총기를 난사하며 거리를 누비는 갱단도 보기 힘들도, 쾌락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도 드물다.

대신에 자신의 성적욕구를 주체하지 못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평화로운 복지국가에서 살다보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 또는 직업적 성취를 위한 노력보다, 성적인 상상력을 키우는데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모양이다.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묘사하는 노르웨이에는 돈에 몸을 파는 소녀들이 도시 곳곳에 흘러넘친다. 도시에서 소녀들은 아무 가치도 필요도 없는 잉여에 불과하다. 도시는 그런 소녀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아버린지 오래다. 이 소녀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더라도 소아성애자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커다란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잊거나 용서하기 힘든 범죄가 있다. 아동성추행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데드 조커> (전 2권) 안네 홀트 지음 / 배인섭 옮김. 펄프 펴냄.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