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가 남긴 마지막 원고를 찾아라!

[리뷰] 매튜 펄 <디킨스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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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thewho)등록 2012.08.06 10:26

<디킨스의 최후> 겉표지 ⓒ 펄프

<올리버 트위스트>, <위대한 유산>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1870년 6월에 58세의 나이로 영국에서 사망했다.

당시에 디킨스는 한 잡지에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그가 사망하면서 이 작품도 연재가 중단되고 말았다. 총 12회로 기획된 이 작품은 6회까지의 원고만 완성된 상태였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 작품은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미완소설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에 디킨스는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미국의 여러 도시를 돌며 개최한 낭독회도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고 한다.

지금 식으로 따지자면 인기 걸그룹의 순회공연에 맞먹는 흥행이었던 셈이다. 이런 작가가 소설을 연재하다가 갑자기 사망했으니 그 충격과 여파가 과연 어느 정도 였을까.

디킨스가 남긴 미완성 소설

매튜 펄의 2009년 작품 <디킨스의 최후>는 디킨스의 마지막 소설인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에 얽힌 미스터리다. 작품은 1870년 미국의 보스턴에서 시작한다. 출판사 '필즈 앤 오스굿'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을 미국 내에서 독점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매달 한편씩 시리즈로 소개하면 기존 독자의 친구와 친척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독자층을 넓힐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편까지 연재가 끝나면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는 것이다. 이 출판사는 작년과 재작년에 디킨스와 함께 뉴욕, 보스턴, 볼티모어 등에서 낭독회를 열어서 꽤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디킨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러던 어느날 디킨스가 영국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작품의 연재는 정확히 절반만 진행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영국 출판사에서 건네주는 디킨스의 원고 일부를 받으러 간 직원은 부두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그 원고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출판사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진다. 이대로라면 디킨스의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라진 원고를 찾아야하고 디킨스가 남겼을지 모르는 나머지 원고의 행방도 알아봐야 한다. 또한 부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상도 추적해야 한다.

출판사의 공동 경영자인 오스굿은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 직접 영국으로 향한다. 영국의 출판사와 디킨스의 자택을 방문해서 미완성 소설의 결말이 어떤 형태인지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소설로 복원된 19세기 보스턴과 런던

역사 미스터리답게 작가 매튜 펄은 작품 속에서 디킨스와 그 주변인물들의 생전 모습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디킨스의 낭독회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2킬로미터가 넘게 줄을 서고 거리에서 밤을 새려고 돗자리와 담요를 준비한다. 출판사 대표는 이들에게 맥주를 대접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디킨스를 보좌하는 측근들은 디킨스를 '추장님'이라고 부르며 그를 따른다. 측근들은 낭독회가 무사히 열릴 수 있도록 그리고 디킨스가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디킨스도 '내가 쓴 원고를 한줄로 늘어놓으면 65킬로미터는 당연히 넘을 것' 이라며 자화자찬한다.

변변한 오락거리도 없던 그 시절에 많은 사람들은 찰스 디킨스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대 문학계에서 위트와 안목, 자극과 연민을 골고루 섞을 줄 아는 작가는 디킨스 뿐이었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다른 계층 사람들을 동경하거나 증오하기보다는, 모든 계층에게서 인간미와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

디킨스가 당시에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요인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완성이 되어버린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에 더욱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완성이기에 독자들은 자기만의 결말을 상상하며 행복해할 수도 있다. 좋은 소설이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다면, <에드윈 드루드의 비밀>이야말로 그런 역할에 충실한 작품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킨스의 최후> (전2권) 매튜 펄 지음 / 이은선 옮김. 펄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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