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빼빼로 데이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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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희(db1013)등록 2010.11.12 08:42

빼빼로 데이 아이들이 만들어 준 하트모양의 빼빼로 ⓒ 김환희


11월 11일(목요일)은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 아이들은 이날 빼빼로를 꽃다발 모양이나 하트모양으로 꾸며 선물하면서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식사 대신 빼빼로를 먹으며 롱다리가 되라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누군가에 줄 각양각색의 빼빼로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학교 앞 마트에는 빼빼로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언제부터인가 이날은 아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것을 만드는 제과회사 또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실 문을 열자,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줄 빼빼로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열심히 포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빼빼로를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수능시험(18일) 일주일을 남겨놓고 오랜만에 아이들이 갖는 여유였다. 아이들의 표정은 다소 긴장되어 있었으나 왠지 편안해 보였다. 문득 빼빼로 데이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대부분의 책상 위에는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빼빼로가 놓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내 시선이 멈춰선 곳은 한 여학생의 옆 자리에 놓여 있는 빼빼로가 가득 채워진 큰 바구니였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그 바구니 선물을 준비하는데 족히 5만 원 이상을 투자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바구니는 만난 지 백 일이 된 기념으로 남자친구가 보낸 거라고 하였다.

문득 빼빼로 데이에 아이들이 빼빼로를 사는데 지출한 돈이 얼마인지 궁금해졌다. 우리 반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이 삼천 원 미만이었고 몇 명의 아이들만 만 원 이상의 돈을 지출하였다. 그런데 남자친구로부터 큰 바구니 선물을 받은 그 아이는 삼만 원 이상의 돈을 지출하여 아이들을 놀라게 하였다. 빼빼로를 준 대상으로 친구가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형제와 부모님께 선물한 기특한 아이들도 있었다. 

빼빼로의 크기와 종류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빼빼로를 먹으며 즐거워하였다. 어떤 아이들은 빼빼로를 서로 양 끝에 물고 장난기를 발동하기도 하였다. 잠시 뒤, 아이들은 사랑의 하트모양으로 장식한 빼빼로를 내게 건네며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며칠 전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다쳐 깁스한 여학생에게 빼빼로를 건네주며 빠른 쾌유를 빌기도 하였다.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이자 G20 서울 정상회담이 개최된 오늘 시국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으나 아무런 동요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나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 날이었다. 모(某) 대기업의 지나친 상술이 조금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으나 바쁜 와중에 아이들은 하나둘씩 작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한교닷컴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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