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선생님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

무상급식과 4대강을 둘러싼 초딩 아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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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미(gracecho)등록 2010.06.09 10:14
모처럼 일찍 퇴근해서 아이에게 감자와 당근을 넣어 카레라이스를 해 주었다. 태권도를 하고 돌아온 아이는 배가 고픈지 뜨거운 카레를 맛있게도 먹는다. 밥을 먹으며 아이가 문득 말을 꺼낸다.
"엄마, 우리 선생님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내막을 들어본다. 오늘 국어시간에 자기주장하기가 있었다. 반 친구가 이번 선거에서 교육감이 내건 정책에 대해 자기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토론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무상급식을 할 돈으로 학교시설을 위해 쓰는 것은 어떨까 ?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니 ? 그렇다고 이게 선생님의 생각은 아니고…"

4대강에 대해 반대주장을 준비하고 간 아이는 발표는 안 하고 써 간 내용을 제출만 했다(요즘 덩치가 커지고 오히려 적극성이 떨어졌다. 걱정이다). 그런데 앞에 무상급식에 대해 선생님이 던진 질문으로 고민이 된 모양이다. 선생님이 만약 무상급식을 반대한다면, 4대강 살리기는 찬성하시지 않을까 ? 4대강 반대를 하는 아이는 선생님이 어떻게 보실까. 아이는 자기 주장을 제출하며 선생님의 표정을 살폈다.

선생님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대체로 학기 초기 만남을 통해 대충 감이 잡힌다. 교육에서 그러한 성향들이 영향을 크게 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학부모인 나 역시 내가 진보적이라고 해서 그런 생각을 드러내고 싶진 않다. 적어도 학교를 접하는 나는 '튀지 않으며 협조적인' 학부모 정도가 되고 싶을 뿐이다. 전에 아이가 거쳤던 어떤 담임선생님이 북한에 대해 통일보다는 반공정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용히 아이에게 엄마는 생각이 다르다고, 잘 감안해서 받아들이라고 일렀을 뿐이다 (이만하면 쿨하지 않은가 !).

문제는 또 아이의 일기장이다. 일기가 무엇인가. 자기 일상의 내밀한 기록이 아닌가. 하지만 선생님에겐 글쓰기를 지도해주는 수단이 되어주고 엄마에게도 아이를 적절히 살피는 수단이 되어준다. 아이는 일주일에 사흘 정도 일기를 쓴다. 지난주 내용을 읽어보았는데 두개의 글이 '4대강'이다. 하나는 5월 29일 봉은사에서 열렸던 강을 위한 콘서트에 참석했던 소감, 다른 하나는 갤러리 류가헌에서 있었던 강을 위한 사진전 (강강강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을 다녀온 이야기이다. 당연히 아름다운 강이 파괴되고 있다는 내용과 인간의 욕심(!)에 대한 비판이 아무리 초딩이라도 한줄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이 보수일까 진보일까'는 아이만의 고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조금 왼쪽으로 기운 학부모'로 커밍 아웃을 하게 된 나도 약간 걱정이 된다. 그나저나 지난번 현충일에 영부인께서는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셨다는데 혹시 그분도 왼쪽을 좋아하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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