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사장, 취임 일성이 반공드라마 제작?

등록 2009.11.25 14:47수정 2009.11.2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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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신임 KBS 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취임했다. 김인규. 사실 많이 낯이 익고 귀에 익은 친숙한 얼굴이자 이름이기도 하다. 과거 KBS의 이런저런 많은 보도,교양물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던 바로 그 사람 아닌가. " KBS 김인규 기자 나와주세요 ! " 역시 9시 뉴스 등에서 자주 들었던 소리다.

 

 따라서 KBS 공채 1기 기자출신으로 30년 넘게 취재현장을 발로 뛰었던 김인규 사장의 입장에선 자신을 보고 낙하산 인사라느니,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라느니 하는 비난을 퍼붓는건 억울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어느 기업이든 사회단체든 대표로 취임하는 사람은 대개 취임사에서 자신이 이 집단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그 포부와 비전을 밝히기 마련이다. KBS 공채 1기생 김인규 사장의 취임사를 쭉 살펴보았다. 2010년 KBS의 10대 기획중 하나로 6.25를 소재로 한 전쟁드라마 ' 전우 '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우는 사실 1970년대에 바로 KBS에서 방영하여 화제와 인기를 모았던 바로 그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 전우를 6.25 60주년인 2010년을 맞아 리메이크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내년은 바로 6.25 6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기에 비단 KBS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드라마나 다큐물들을 계획중에 있기도 하다.

 

 그러나 70년대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전우는 국군은 선 그리고 공산당은 가령 툭하면 죄없는 동네 젋은 처자나 겁탈하는등 철저한 악으로 그려낸 전형적인 반공드라마였다는 점에서, 특히 2000년대 들어 7080 세대 네티즌, 블로거들로부터는 많은 비판과 지적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70년대 드라마 KBS 전우와 관련 검색을 해보면 이 작품에 관한 7080세대 네티즌들의 작품평은 대체로 좋지 못하다.

 

 헌데 그 전우를 30여년이 지난 2천년대에 들어 리메이크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KBS 공채 1기출신으로 30년동안 KBS에서 기자생활을 했음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신임 김인규 사장의 취임사에서. 김인규 사장은 그 외에도 ' 명가 '라든가 ' 김만덕 '등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소재로 한 대하극들을 주로 제작할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사실 이중 ' 명가 '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 방송가 고위직으로 있는 모 인사 가문을 띄워주려는 드라마라는 비난과 지적이 자자했지만 이 부분은 논외로 하겠다.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6.25 60주년을 눈앞에 둔 2천년대 이 시점에서 과연 70년대 반공드라마 전우의 리메이크가 지금의 시대정신과 부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다.

 

냉전시대였던 7,80년대야 반공이 시대정신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6.25가 있은지 어느덧 60년이 지난 지금의 시대는 파란과 굴곡으로 점철된 현대사에서 상처입은 영혼들을 어루만지고 그 위에서 화합과 화해의 토양을 마련해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해야할 때다. 6.25때 어디 공산당에 의해 피해입은 사람들만 있었는가. 가령 6.2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난 10년간 10여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던 남북 이산가족 찾기에서 북쪽에서 남쪽 가족을 찾는 사례의 대다수는 월북했거나 또는 의용군이나 간호사로 징집되어 북으로 간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남쪽 가족은 대개는 연좌제로 피해를 입었거나 또는 차라리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는게 속편해 헤어진 가족을 찾을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숨죽이며 산 사람들이 대다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거치면서 6.25때 좌익활동을 하다 피해를 입었거나 또는 국군이나 미군에게 학살당한 사람들. 이러한 그 이전까진 젊은 세대들이 몰랐던 쉬쉬했던 어두운 상처들을 뒤늦게서야 발굴할수 있었던 것은 실로 다행이었다. 6.25를 감정적이 아닌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대가 우리사회의 주류가 된 시점에서 이제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피해입고 핍박받었던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6.25 납북자 가족들 조차도 연좌제로 피해를 보았다고 하지 않는가. 냉전시대에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핍박받고 상처입은 영혼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지 않고서야 어찌 우리사회의 화합과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보니 격세지감이다. 6.25 60주년이라니. 똘이장군 만화를 보며 무찌르자 공산당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란 필자같은 세대도 어느덧 40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6.25때 열 살남짓 했던 사람은 이제 7순 초로의 노인이 되어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화해와 용서이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반공 드라마의 부활은 지난 시절의 또다른 이념논란만 불러일으켜 이제 겨우 아물어가는 지난날의 상처만 다시 터트릴뿐이다. 6.25가 있은지 어느덧 반세기 이상이 훌쩍 지난 지금의 시점에선 아직까지도 분단과 전쟁 그리고 냉전으로 얼룩진 현대사속에 상처입고 아직까지도 아파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밝은곳에서 함께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일이지 상처를 더욱 덧나게 하는 일을 만들어선 안된다.

 

 김인규 사장은 취임사에서 자신이 바로 13대 총선이 있던 1988년 당시에 KBS 정치부장으로 있으면서 ' 공정보도 내부준칙 '을 만들었던 사람이라 자화자찬했다. 김인규 사장이 정녕 민주화가 막 새싹을 틔우던 시점에 공영방송의 보도국 정치부장으로써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해 힘썼던 그 김인규 기자가 맞다면, 21세기 대명천지엔 과연 어떻게 하는것이 우리사회의 심각한 좌우갈등, 정치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길일지. 그리고 파란으로 점철된 우리 현대사의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미래의 희망을 열기 위해서 공영방송 KBS 사장으로써 진정 해야할일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심사숙고 해 줄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2009.11.25 14:47 ⓒ 2009 OhmyNews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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