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희망청 사람들: 노리단 공연팀장 씨앗 이야기

등록 2009.06.21 09:34수정 2009.06.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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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희망청 사람들: 토양 구분하기
② 희망청 사람들: 희망청 소개글
③ 희망청 사람들: 희코에서 인턴으로, 몽상가 이야기
④ 희망청 사람들: 희망청 대표 모험 이야기
⑤ 희망청 사람들: 노리단 공연팀장 씨앗 이야기

판화가 이철수의 <씨앗>이라는 작품을 인상깊게 본 후 자신의 닉네임을 씨앗으로 결정했다는 노리단 공연팀장 씨앗. '꿈, 미래, 사랑, 가능성. 살면서 중요한 것들이잖아요. 네 가지를 다 담고 살고 싶어서요' 라고 말하면서도 이제는 심지만 말고 꽃 피워야겠다며 밝게 웃는다. 이야기를 하면서 가끔씩 보여주는 환한 미소로 미루어 보건대 이미 씨앗의 꽃은 활짝 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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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씨앗> ⓒ 김윤하


함께 가는 희망청과 노리단

- 노리단 공연 팀장의 이름으로 희망청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희망청에서 자신이 맡은 몫은?
"우선 희망청과 노리단, 함께 일하는 재단과 하자센터의 관계부터 이야기해야 해요. 재단이 실업문제와 청년사업을 연계시키기 위해 희망청을 만들었고, 노리단이 희망청의 위탁운영을 맡게 되었어요. 참고로 노리단은 2004년 하자센터라는 곳에서 탄생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노리단의 모체인 하자센터와 희망청, 그리고 재단을 네트워킹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지금 그 일을 맡고 있어요."

- 희망청과 노리단의 관계?
"쉽게 말해 하자센터가 서울시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연세대학교의 청년문화원에서 위탁운영을 하고 있듯이 희망청은 재단에 소속되고 노리단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어요. 초기에는 희망청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이 컸는데, 올해부터는 아마 희망 코디네이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노리단과 밀접하게 연계될 것 같아요. 하반기에는 공연, 워크샵, 악기 만들기 등 노리단 활동에 희코가 함께 참여하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모험이 노리단의 일본 공연과 관련된 일도 도와주고 있고요."

'사는 것처럼' 살고 있는 씨앗

- 노리단을 한 마디로 소개한다면
"한 마디로 소개 못해요(웃음). 일하면서 놀면서 배운다가 딱 맞는 것 같아요('일하며 논다, 배운다'는 노리단의 단장 김종휘가 쓴 책의 제목이다). 노리단에서 일하면 '삶이 이런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 유기농이 이슈잖아요? 사실 옛날에는 전부 유기농을 먹고 살았는데 말이죠. 노리단도 어쩌면 우리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몰라요. 고속 성장, 경쟁 심화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오히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노리단을 고부가가치로 만들어 버린거죠. 노리단의 또 다른 특성인 '다세대 구조'도 마찬가지 맥락이에요. 대가족 안에서 여러 세대가 더불어 살아왔던 방식이 고스란히 살아있죠. 노리단은 이전에 살아왔던 방식을 정직하고 재미있게 되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 노리단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사실 노리단에 들어오기 이전까지는 하고싶은 것을 찾는 일이 쉽지가 않았어요. 대학에서는 화학공학을 전공했지만, 하고싶은 건 음악이나 디자인과 같이 문화예술계통이었지요. 본업하고 관심있는 분야가 달랐던 상태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하자센터를 지나가다가 악기를 보게 됐는데 소리가 너무 독특하더라구요. 그 때가 노리단이 막 창단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어요.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고민이 많았죠. 친구들은 대기업 들어가고, 배우자도 만나고 하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도 들었구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건 노리단이 예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새로운 관점이었어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초대해서 함께 만들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하는 노리단의 철학이 저를 확 끌어당겼어요. 지금 아니면 이런 선택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 어떻게 노리단 공연팀장이 되었나?
"노리단 들어가고 일 년 후에 공연팀장으로 발탁되었어요. 그 때에는 비교적 20대가 많지 않아서 아마도 제가 책임지는 위치에 가장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 노리단이 워크숍 때 교육하는 '몸벌레' 아이디어는 누가 냈는가?
"예술이 참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 들고 특별한 영역으로 들어가버렸어요.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데 말이죠. 물론 세분화된 예술에 대한 수요도 있고 중요한데 이렇게 정형화된 것을 통합할 수 있는 것이 없나 라는 질문에서 나온 것 같아요. 쓰레기로 악기를 만들어 공연하는 허법이라는 호주 공연팀이 있는데 그 중에 스티브라는 멤버와 워크샵을 했어요. 허법이 악기를 만들고 즉흥적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커뮤니티 뮤직을 한 것을 노리단이 벤치마킹한거죠."

- 군 문화예술교육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꼭 노리단 공연을 위한 수단이 아닌 것 같은데.
"해병대에서는 장병들을 위해 국방부가 주관하고 여러 단체가 후원하는 군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어요. 포항에 있는 해병대에 가서 3개월 정도 교육사업을 했는데 참 다른 활력, 다른 소통들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워크샵을 통해 그들 사이에서 상명하달식 소통이 아닌 새로운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어요. 워크샵은 아기들부터 선생님, 기업 등에게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 초기단원 11명에서 지금은 여든 명이 넘는 단원이 있는데 남녀노소의 다양한 단원이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책에서 언급한 '사람-히든 커넥션-사람' 중 노리단이 '히든 커넥션'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있다면?
"노리단에게는 세 가지 약속이 있어요. 표정을 책임지자, 자격을 증명하자, 소통을 연출하자. 그 중에서 마지막 약속이 여기에 속하는데요, 십대부터 예순 살이 넘는 단원이 모인다고 생각해보세요. 일, 이년도 세대차가 난다고 하는데  몇 십년 차이가 나면 당연히 문화적 차이, 생각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노리단은 이 차이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어요. 나한테 없는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을 연출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거죠. 그 때부터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방식으로 말하는 거에요. 일하다 보면 모든 게 다 문제인데 노리단은 'Thanks to problem'이라고 말해요. 문제를 통해 배우는 거죠. 해보고 나니까 달라서 좋더라고요. 다르기 때문에 더 다양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아직도 어렵기는 하지만 확실한 건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구나 라는 생각이에요."

- '일하며 논다, 배운다'라는 슬로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을 하면서 동기가 충전이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무대에서 증명할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활력이 노리단의 게런티라고 봐요. 스스로 중심이 된다는 것, 자기고용을 한다는 것 이게 아니면 되게 힘들죠. 일정도, 월급도 말이 안되는데 이런 부분이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리더의 입장에서 단원들이 지치지 않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업적으로는 월급을 6단계로 나누는 시스템이 있구요, 마케팅이나 사업영역 개발도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죠. 쉽지 않은 숙제이긴 해요."

- 노리단 이전에 직장경험이 있다면 노리단이 사회적 기업으로써 어떤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무역회사에서 일을 해봤는데 물론 모든 직업이 다 그렇지는 않을 테지만 상식이 잘 통하지 않는 사회더라구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강하고, 정말 경쟁을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에요. 노리단은 경쟁하면서도 상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너를 밟고 일어나야지 내가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니가 있어서 내 삶이 풍부진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일을 통해서 이런 것들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노리단이 가진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 노리단을 통한 개인적인 성취가 있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사는 것처럼 살자'라는 구절이 있는데, 정말 사는 것 같아요. 매력적인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각자가 지닌 경험들을 교류할 수 있는 것이 소중해요."

- 미래의 노리단의 모습에 대한 상상
" 밖에서는 단순히 노리단의 규모가 커지는 부분을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규모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 몇 사람이 모이든 각자가 자기답게 살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퍼포먼스, 워크샵, 악기를 만들고 하는 지금의 활동들이 많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요. 누구든 놀러왔다 갈 수 있고,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을 재미있게 살고, 그것들이 모여서 노리단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희망청 #노리단 #공연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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