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진단과 제언 - 전문가에게 듣는다

연속 인터뷰를 기획하며

검토 완료

최봉실(grasslight)등록 2008.02.12 11:20
이상했다. 모두가 영어에 매달려 있는데, 인수위가 영어공교육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며 몰입교육과 영어전문교사 제도를 언급하자 인터넷은 걱정과 비판 여론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지난 2월 5일 발표된 한겨레 조사에 따르면, 공교육 확대 방침에 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찬성 여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취업 등을 위해 영어공부를 많이 한 젊은층에서는 영어 공교육 확대 반대 입장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다. 반대 의견은 20대 51.2%, 30대 49.3%, 40대 46.2%, 50대 37.9%, 60대 32.7% 순이었다. 심지어 해외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를 사용하며 살고 있는 이들이 ‘그건 아니다’고 이구동성으로 글을 날려 보냈다. 왜일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해봤기 때문에. 또한 실제로 좀 할 줄 안다고 해서 고달픈 인생과 영어의 여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 불편이 조금 해소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 그거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부풀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또 영어에 매달리고 있는 사람들, 부모든 학생이든. ‘영어, 영어’ 해서 따라가자니 너무 힘든데, 이보다 더 강조하면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지 안 봐도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어서, 자신의 내적 동기로 인해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도 ‘중요하다, 중요하다’고 하니, 좋은 대학 가야 취직 잘 된다고 하니, 취직 잘 해야 돈 잘 벌 수 있다고 하니,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끝이 없고,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영어가 안 되는 이유는 1차적으로 바로 이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은 그 다음 문제다. 외적인 강요로는 결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배움에서 약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억지로 붙들고 있어봐야 더 정만 떨어질 뿐이다. 그런데 그거 안 하면 이젠 대학도 졸업 안 시켜주니 손놓을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다른 것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을 시간도 없고, 그 쪽을 더욱 계발해 능력을 키워갈 여력도 없다. 그 능력을 통해 사회와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꿈은 꿈도 못 꾼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려고 시작한 영어가 사람들의 근원적인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을 뿐이다.

영어를 배우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경쟁의 관점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사람들은 배움의 궁극적인 즐거움과 유익을 누릴 수 없다. 그러나 영어교사가 되려는 모든 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를 토하고 있다. 그런 토양에서 양육된 영어교사가 과연 어떤 관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사교육 시장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대부분의 강사들은 좀더 노골적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살아남으려면, 돈 많이 벌려면!’이라고. 오직 그것만인, 경쟁만이, 살아남는 것만이, 배움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동기라고 알고 있는 무지의 소산이다. 이것이 우리 영어교육의, 우리 교육의 자화상이다! 

영어, 얼마든지 즐겁고 기쁘게 익힐 수 있다. 물론, 힘든 고비와 싸우는 과정조차 배제하는 말은 아니다. 배움의 대상에 담겨 있는 참된 의미와 가치를 풍성히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걸 못하게 하는 게 문제다. 그러한 영어 교육과 배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경쟁과 시험만 강조하고 있는 구조를 근원적으로 회의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걸 짚지 않고서는 아마 몇십년이 지나도 우리는 똑같은 문제 앞에서 똑같은 논쟁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핀란드의 영어교육을 추켜세우지만, 영어 성적이 대학입시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보지 않는다. 캐나다의 몰입교육을 강조하지만, 영어 프랑스어 두 언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이라는 점은 주목하지 않는다. 캐나다 인구의 43%가 영국계이고 프랑스계가 26%이니 공용어로 하는 건 자연스런 정책이다. 미국도 스페인어와 일본어 등에 대한 몰입교육을 실시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민족적 뿌리 혹은 가족의 언어를 잊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몰입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이런 배경에 침묵하고 ‘그러니 우리도 몰입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인수위의 영어공교육 확대 발언이 수많은 이들의 불만과 불안의 촉수를 자극한 것은, 사람들의 인생을 대부분 좌우하는 성장 시절에 엄청난 영향을 줄 정책과 관련해, 오랜 시간의 충분한 평가와 진단, 토론과 중지를 모으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공표된 것이 그 1차적인 원인이다.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인이 진정으로 영어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재 영어교육에 깊은 뿌리박힌 근원적인 문제부터 차분하고 꼼꼼히 짚고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모색하고 있는 대안의 유불익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5년 동안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이후 영어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연착륙시키는 데 큰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상품은 광고될 때 단점은 결코 언급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좋은 점만 나열된다. 그 상품의 단점을 드러내는 때는, 다음 신상품이 출시할 때이다. 이것은 진정한 상도(商道)가 아닐 텐데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고, 이에 대해 아무런 반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어떤 새로운 것을 제시할 때는 단점을 늘 함께 확인하고 제시해야 한다. 정말 장삿속만 챙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위해서’ 그런다고 한다면 말이다. 단점을 고려하며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지혜롭게 취할 때 유익한 점도 십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걸 안 하는 게 문제다.

이번 논란이, 일시적으로 불붙었다 가라앉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구성원의 시간적, 정서적, 물질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영어교육이 바람직한 궤도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영어교육에 대한 애정과 혜안을 가진 이들과 교육 전체에 대한 통찰을 지닌 이들이 만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 만남을 통해 영어교육의 근본적인 철학부터 점검하여 그 철학에 바탕 해 이후 바람직한 영어교육의 방향이 모색되어지기를 바란다. 미약해보일지라도 의미 있는 모색은 반드시 미래에 귀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으로, 우리 사회의 영어 교육 전문가, 일선에서 직접 영어를 가르치고 계신 세 분과 연속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의 견해를 통해, 다시 앞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 이후 나아가기 위해 살펴야 할 문제들을 짚고 논의해가는 장이 활발하게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부는 중요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다양한 고견들을 신중히 고려하면서 대중과 공유하며 함께 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가고, 또 다음 과제를 설정해가는 성숙한 정책 입안의 모범을 보이기를 크게 꿈꿔본다.

검게 내려 앉은 국보 1호인 숭례문 앞에서 오열하며,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흰 국화로 조문하는 이들을 보며, 사람들의 가슴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망연자실함을 느낀다. 수차례 목조 문화재 화재 대비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무책임함이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뻔뻔하게 그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기가 차다. 우리의 영어 교육이 계속되는 비판과 성실한 제안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미안하다’는 한 마디로 그 엄청난 폐해를 덮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어교육, 진단과 전망 - 전문가에게 듣는다

연속 인터뷰를 기획하며

인터뷰 1. 신동표 (동시통역) 학원, 신동표 원장
인터뷰 2.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이성하 교수
인터뷰 3.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