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MBtious, 명박스러운

진실과 야망의 게임을 보면서

검토 완료

김갑수(kim gabsoo)등록 2007.11.25 12:55
이명박, MBtious, 명박스러운

1일교사가 된 이명박이 자기 영문자 이름 MB에 tious를 붙여 ‘야망을 가져라(be ambitious)'라는 뜻으로 강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를 보면 그는 야망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인생은 말 그대로 ’야망의 계절‘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야망이란 인간에게 필요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야망이 없으면 어려운 일을 성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야망을 가진 사람을 이기기란 아주 어렵다. 무엇보다도 그는 무모하기 때문이다.
야망에는 천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진실이다. 지금 이명박의 야망은  이면계약서라는 진실과 맞서 혼연히 싸우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홍준표와 나경원이라는 남녀가 있다. 세 남녀는 이면계약서는 원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있다고 하면 그것은 가짜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경준은 어머니를 통해 이면계약서의 원본을 검찰에 들이밀었다. 그의 주변에는 어머니와 누나가 있다. 그들 세 남녀는 이면계약서는 진실이라고 우긴다. 이렇게 됨으로써 난데없이 한 정당과 한 가정 사이에서 이른바 진실게임이라는 것이 벌어지게 되었다.

진실게임 판별의 3가지 상식
진실게임을 판별하는 3가지 상식이 있다는 점은 아주 상식적인 것이다. 첫째 게임이 누구에게 더 절실한가의 문제다. 김경준은 주가조작과 횡령의 단독 주범으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중형을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면계약서가 진실이라면 그는 주범이 아닌 공범이나 종범으로 격하되어 이명박과 형량을 나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 게임은 김경준에게 더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대통령 유력 후보라는 권력자에게라도 게임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둘째, 진술의 일관성 여부다. 신이 아닌 이상 거짓을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진술의 일관성에 구멍이 난다. 아직까지 김경준 가족의 진술에는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측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말을 자주 바꾸었다. 만난 시점과 서류의 성격 그리고 도장과 서명 문제 등에 이명박 측의 진술은 수시로 오락가락했다.
셋째, 객관적 증거자료를 검토하는 일이다. 이면계약서의 ‘주식매매계약’에 의하면 이명박이 김경준에게 비비케이 주식 61만 주를 판다고 되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명박은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온 것이 입증된다. 물론 이 문서가 진짠지 가짠지가 검증되어야 한다. 먼저 서류에 찍힌 도장은 한나라당 식으로 꼭 인감이야 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비상식적이다. 인감이 아니더라도 그 도장이 다른 경우에도 사용되었는지만 밝혀지는 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같은 도장이 찍힌 다른 서류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도장이 가짜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한 번 쓰기 위해서 판 막도장도 도장은 도장이기 때문이다.
원본계약서의 종이도 객관적인 증거가 된다. 같은 규격의 A4 종이라도 나라마다 가로 세로의 비율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므로 그 종이가 미국 용지인지 한국 용지인지를 밝히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또한 문서의 변색 정도를 조사하여 작성 시기를 알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계약서가 작성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도 검증의 대상이다. 같은 한글 프로그램도 출시 연도별로 줄 간격이나 부호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상식으로 볼 때 승자와 패자는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인다. 진실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고들 흔히 말한다. 그런데도 인류 역사상 진실과 맞서 싸운 무모한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언제나 진실의 상대역은 야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다. 하지만 야망은 버티는 시간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지 진실에 모두 패배했다. 신의 결정론을 고집하던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패배시킨 것은 극미한 양자적 진실이었다. 미국 대통령 닉슨을 나가떨어지게 한 것은 얇은 워터게이트 테이프의 진실이었다. 비근한 예로 황우석 박사를 몰락하게 만든 것도 미세한 줄기세포의 진실이었다.
지금 이명박 후보와 홍준표, 나경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 후보는  계속 진리와 무모한 싸움을 벌이며 야망을 꺾지 않을 것인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황우석 짝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홍준표와 나경원도 더 이상 진리를 외면하고 이 후보의 야망 편을 들다가는 김경준이나 에리카 김 이하로 전락하게 될지도 모른다.
후보를 사퇴하고 자수하지 않는 한 미구에 이명박은 이 사회에서 아주 희화적인 사람으로 회자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그의 격언 'MBtious'는 더 이상 ‘야망을 가져라’는 뜻이 아니게 될 터이다. MBtious, 이 말은 야망 때문에 끝내 거짓말을 하는 사람, 진실에 도전하다가 야망을 망치는 사람, 즉 ‘명박스러운’이라는 뜻으로 바뀌어 구전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 토론방에도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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