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여대생의 죽음과 실신한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2

검토 완료

김학규(hkkim21)등록 2003.08.18 12:03
生死路隱 此矣 有阿米 次?伊遣

吾隱 去內如 辭叱都 毛如 云遣 去內尼叱古

於內 秋察 早隱 風未 此矣 彼矣 浮良落尸 葉如

一等隱 技良 出古 去如隱 處 毛冬乎丁

阿也 彌陀刹良 逢乎 吾 道 修良 待是古如



생사의 길은 이에 있음에 머뭇거리고

"나는 갑니다"말도 못 다 이르고 가는 것이냐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 저기 떨어질 잎같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

아아, 미타찰에 만나 볼 나 도 닦아 기다리겠다.

(제망매가, 향가)

홍성에 있는 화장터에 도착한 것은 2003년 8월 17일 아침 8시 정도. 처음 도착하니 작은 아버지를 포함해 시신은 두 구에 불과하다. 아마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좀 지나자 여러 운구행렬이 속속 도착한다. 오열하는 유족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그 중 유독 나의 이목을 끄는 운구행렬이 있었다. 행렬의 슬퍼하는 모습도 유난하다. 보니 젊은 여대생이 죽었나 보다. 친구들로 보이는 젊은 여대생들의 울음소리가 거짓말 조금 보태 천지를 뒤흔든다. 거기에 어린 딸을 절대로 이승으로 보낼 수 없다며 오열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다. 좀 있으니 죽은 여대생의 할머니인 듯한 분이 울면서 버스에서 내리려하자 주변사람들이 못 내려오게 막는다.

저 젊은 여대생은 왜 그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뜻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이승에 하직을 고하게 된 걸까?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요즘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 자살을 한 걸까? 아니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일까? 궁금했다. 그러나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앞서 왔던 우리 일행이 떠나는 와중에 다시 보니 그 여대생의 어머니는 끝내 실신을 했는지 업힌 채로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 엄청난 산고를 감내하면서 낳았던 자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랑스런 자식, 예쁜 짓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여 귀여움을 독차지했을 귀여운 딸, 그러한 딸을 먼저 저승으로 보내야만 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부모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야했을 그 딸의 심정은 또 오죽했으랴마는 ‘불효 중에 최고가 부모를 남겨두고 저승으로 가는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하루에 36명꼴로 자살을 한다고 한다. 물론 나는 그 젊은 여대생의 사인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화장터에서 만난 젊은 여대생의 주검과 오열하다가 끝내 실신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나를 비롯한 이 땅의 젊은이들이 절대로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그런 잘못을 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며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