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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플라스틱병 생수, 더운 날 더 위험' 하버드 출신 의사의 경고... 나노 플라스틱 연구, 이제 시작

등록 2024.05.16 10:09수정 2024.05.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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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 ⓒ elements.envato

 
하버드 의대 출신 내과 전문의가 틱톡에 올린 영상이 화제다. 자신은 물을 마실 때 '플라스틱 생수병'에 마시지 않는다며 '건강상의 위험'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조회수 40만 건을 넘었다.

생수병에서 나오는 나노플라스틱이 사람의 세포안에 침투해 혈류와 주요 기관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논문을 인용한 것인데, 지난 7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을 인용한 <헬스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하버드 의대 출신 내과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박사였다.

"나는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도 플라스틱 물병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그가 인용한 논문은 지난 1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의 연구 결과였다. 지난 3월 CNN은 이 논문의 핵심 내용은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에 이전에 추정된 것보다 10~100배 더 많은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표준 크기 생수 2개에 해당하는 1리터의 물에는 7가지 유형의 플라스틱에서 평균 24만개의 플라스틱 입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 90%는 나노플라스틱이고 나머지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인 것을 확인했다.' (CNN, 2024.3.22)

나노 플라스틱은 사람 머리카락의 10만분의 1 정도 크기로 너무 작기에 인체에 들어오면 소화관이나 폐 조직을 통해 혈류로 이동해 잠재적으로 유해한 합성 화학 물질을 몸 전체와 세포에 퍼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노 플라스틱의 존재가 이제야 밝혀진 까닭
 

ⓒ 최주혜

 
그럼 나노 플라스틱의 존재가 왜 이제서야 밝혀지고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작아서 측정 자체가 힘들었고, 측정 방식의 진화를 통해 이제서야 그 존재 위험성이 입증되고 있을 뿐이라고, 사실 그 존재는 누구나 짐작했다고...


"우리가 나노플라스틱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분석할 수 없었습니다." (셰리 A 메이슨, 화학자, CNN 인터뷰)

지난 2018년 생수에서 나노 플라스틱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논문의 저자인 메이슨 박사는 나노 입자를 보다 명확히 들여다볼 수 있는 올해 논문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연구는 포장 샐러드나 치즈 등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다른 음식과 음료에도 적용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이 계속 꺼풀을 벗는것(Shedding)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실제로는 그렇습니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피부 세포의 꺼풀을 벗는것과 같은 방식으로 , 상점에서 구입한 샐러드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치즈를 담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열 때 플라스틱은 부서지는 작은 조각을 끊임없이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셰리 A 메이슨, 화학자, CNN 인터뷰)


생수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CNN은 해당 논문을 인용하며 국제생수협회(International Bottled Water Association)에 답변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이러한 답변이 왔다고 보도했다.

"이 새로운 방법은 과학계에서 완전히 검토되어야 하며 우리 환경에서 나노 플라스틱을 측정하고 정량화하기 위한 표준화된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현재 표준화된 방법이 부족하고 나노 및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없다. 따라서 식수에 함유된 이러한 입자에 대한 언론 보도는 소비자에게 불필요하게 겁을 주는 것 이상일 수 없다." (국제생수협회 대변인의 답변, CNN, 2024.3.22)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두 방향에서 레이저를 쏴서 특정 분자가 진동하는 것을 감지해 나노 크기 입자를 분석하는 라만 분광 현미경(SRS) 방식을 적용시켜 이제 나노 플라스틱을 제대로 관찰한 만큼 추가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해야 할 연구가 훨씬 많다"

CNN 보도에 따르면 연구자들의 관심은 나노 플라스틱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있다. 단지 생수병을 여닫을 때나 후끈거리는 자동차 안에 있을 때 나온 것이 아니라 생수 공장 제조 공정 일부에서부터 배출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이 논문을 인용하며 영상을 올린 세티 박사는 신체에 축적된 나노 입자는 암, 불임과 관련이 있다며 특히 무더운 날 플라스틱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열로 인해 미세 플라스틱이 더 많이 배출된다는 주장이다.

이 내용을 <오늘의 기후>에서 방송한 직후 한 청취자가 문자를 보냈다.

'생수를 운반하는 차량도 여름철 특히 고온의 탑차에 냉장없이 배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상에 천막만 씌워두고 며칠씩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햇빛에 투명 플라스틱병이 돋보기 역할을 하며 생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끝번호 3728번님의 라디오 생방송 참여문자, 2024.5.14)


또 다른 청취자는 '올 게 왔구나'라는 문자를 보냈다. 맞다. 생수업계에서는 현재 표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반박하지만 나노 플라스틱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3년 뒤나 5년 뒤에는 어떨까? 아마 생수업계 최대 화두는 나노 플라스틱이 되지 않을까? 생수업계 최고의 ESG 대응은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대안 제시이며 소비자들은 본질에 충실한 기업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자료]
- 전종보, '하버드 출신 의사 "플라스틱 병 생수 절대 안 마셔"… 이유는?' (헬스조선, 2024.5.12)
- Sandee LaMotte, 'Bottled water packed with nanoplastics, study finds' (CNN, 2024.3.22)
- Naixin Qian 등, 'Rapid single-particle chemical imaging of nanoplastics by SRS microscopy' (PNAS, 2024.1.8)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 방송으로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을 통해서도 시청,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나노플라스틱 #생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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