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화상에도 야외수련활동 계속? 대구교육청 안전불감증 여전"

초등학생 버너 사용하다 화상 입고 피부 수술에 대구교육청 안전대책 마련했지만 교원단체 비판 목소리

등록 2024.05.13 23:57수정 2024.05.1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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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교육청 직속 팔공산 수련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야외수련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 대구교사노조

 
대구 팔공산수련원에서 야영수련활동을 하던 초등학생이 화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하자 교원단체들이 대구시교육청의 안전불감증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구교사노조와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교육청 산하 직속기관인 팔공산수련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버너를 이용해 조리를 하던 중 화상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버너의 불이 여학생이 입고 있던 옷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고 근처에 있던 교직원에 의해 진화되었다. 하지만 여학생은 2~3도 가량의 화상을 입고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대구시교육청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20여일 후인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야영활동 시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하고 안전용품 배부와 수련활동 안전메뉴얼 보강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1박 2일의 야영활동 중 취사체험을 2회(1일차 석식, 2일차 조식)에서 1회(1일차 석식)로 줄이고 2일차 조식은 위탁급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안전요원을 기존 7명에서 15명으로 추가 투입하고 취사 현장에 항시 배치하는 한편 방염 앞치마 등 안전용품을 배부하고 버너 사용 안전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구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13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교육청은 교육과정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냄비밥과 야외 텐트 숙박을 고수하며 졸속적인 후속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며 비판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이 밝힌 후속 안전 대책은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막겠다는 것보다는 면피용 대책"이라며 "여전히 조리활동, 야외 숙박 등 위험한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형 사고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시교육청에 ▲교육청 주도의 수련활동 대신 학교 단위의 현장체험학습 편성과 운영자율권 보장 ▲텐트 숙박 야영 체험 활동과 직접 조리 방식의 운영 방침 폐기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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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사노조와 초등교사노조는 13일 오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상 사고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들의 야외체험활동을 강행하는 대구시교육청의 안전불감증을 규탄했다. ⓒ 조정훈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 안전을 위해 교사들만 열악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아무리 지도해도 역부족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교육청 관계자는 누구 하나 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으니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교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학생 안전은 나몰라 하는 대구교육청의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크게 일어날 것이고 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구지부 "숙박형 수련과정에 의무적 참여 강제하는 것이 문제"

전교조 대구지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숙박형 야영수련활동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사항"이라며 "학부모들의 걱정은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도 실제 학생들을 인솔하여 야영수련활동을 진행해가야 하는 교사들은 행사 진행의 어려움을 계속적으로 호소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팔공산 수련원은 대구시교육청의 다른 직속 수련 활동 운영기관(낙동강 수련원, 해양수련원)에 비해 시설 또한 협소하고 낙후되어 예년부터 여러 민원이 제기되어 왔다"면서 "대구 시내 모든 초등학교가 팔공산 수련원의 1박 2일 숙박형 수련과정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대구교육청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결국 학생이 보게 되었지만 시교육청은 여전히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고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숙박형 야영수련활동이 시교육청의 특색 사업이라 하더라도 교육주체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담보해내지 못한다면 그 사업의 교육적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야영수련활동의 운영 방식과 낙후된 팔공산 수련원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여 교육 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팔공산수련원 #야외체험활동 #초등학생 #화상 #대구교사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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