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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수 바람에 실려온 꽃향기, 마음도 출렁거렸다

모란에 비할쏘냐, 작약꽃의 수줍은 아름다움... 붕어섬 작약꽃밭에 가다

등록 2024.05.13 11:37수정 2024.05.1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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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섬 내 작약꽃밭전경 저 멀리 국사봉을 머리삼아 펼쳐진 작약꽃밭 ⓒ 박향숙

 
섬진강 물줄기마다 피어나는 꽃봉오리들이 손짓을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요. 임실 옥정호수 내 붕어섬에서 피어난 '작약꽃' 사진만 보아도 맘이 설레서 꼭 한번은 가고 싶었지요. 지난 3월에는 섬진강 하류, 남쪽에서 뽐내던 봄의 전령사들인 '매화와 산수유'의 환대를 받았구요. 멀리도 아닌 한 시간여 거리, 전북 지역의 여름꽃잔치상도 궁금했답니다.


꽃 중의 여왕, 화왕(花王)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오월 꽃, 모란. 이 꽃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약꽃으로 지자체의 역량을 보여주는 임실 옥정호. 새로운 도로 개통 전에는 호수 안에 있는 붕어섬에 직접 가지 않고 호수를 둘러싼 둘레길에 서서 물안개 피어오르는 붕어섬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섬진강 상류의 대표적 일출 명소인 임실 운암면 국사봉(國士峰, 475m)에서 바라본 붕어섬의 사계절 모습은 사진애호가들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2023년 3월 개통한 출렁다리로 인해 신비의 섬, 붕어섬으로 들어가는 물길이 열리면서 섬 전체가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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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수가를 따라 심어놓은 작약꽃밭 강가의 버드나무 소나무와 동행한 작약꽃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 박향숙

 
전국의 지자체들마다 꽃을 활용한 지역 홍보 상품이 유행처럼 번져도 꽃을 갈구하는 사람의 마음은 상처받지 않는 전염성체인 듯합니다. 꽃으로 애타는 마음자리는 누가 뭐래도 불꽃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해갈이 된다는 논리를 펴니 남편이 동행길에 나서 주었습니다.

전북 군산에서 붕어섬입구 광장까지 한 시간여 거리. 마을버스가 수시로, 무료로 대기하고 있어서 주차에 대한 피로도 없이 10분 이내의 버스행을 선택한 것도 소소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어디서나 흥이 떠나지 않는지, 붕어섬광장 한편에서는 소위 '관광버스 모드 춤'을 추는 어르신들이 있었는데요, 소소하게 귀엽게 춤추는 모습에 오히려 관광지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입장료는 3000원. 출렁다리 입구에서 한 바퀴까지 쭈욱 둘러보니 마치 호수 안에 제 모습 또한 하나의 붕어섬 같이 느껴졌습니다. 붕어섬을 둘러싼 생태공원인 요산공원과 국사봉 만으로도 옥정호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데요, 은 붕어섬의 든든한 언덕인데, 출렁다리까지 등장하다보니 전국의 관광명소로 완전 탈바꿈한 모습입니다.

사실, 작약과 모란을 좋아하는 친정엄마를 모시고 싶어서 사전 답사차 갔던 것인데요, 직접 가보니 다리가 아픈 엄마가 걷기에는 상당히 긴 거리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단체 관람객들 속에서 엄마의 동병상련을 느끼며 주위의 풍경사진만 보내 드렸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붕어섬까지 걸어가는 내내 옥정호수 바람 내음에 실려오는 꽃향기까지, 덩달아 마음도 출렁거렸네요.


섬 전체가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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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꽃잎을 모란꽃잎과 비교하고파 한컷 단꽃잎이라 스치는 바람에도 어린아이 분홍빛 원피스의 살랑거림이~ ⓒ 박향숙

 
섬 전체를 갖가지 꽃으로 심었는데요, 특히 호수가 섬의 가장 양지바른 곳에 작약꽃 단지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읽었던 한시 중 작약꽃을 노래한 이규보(고려시대)의 <붉은 작약(紅芍藥)>이란 시에 쓰인 구절, 중국의 미녀 '서시(西施)'에 비견하여 작약을 노래했습니다.

곱게 단장한 두 볼이 취한 듯 붉으니 (嚴粧兩臉醉潮匀)
다들 말하기를 서시의 옛 모습이라 하네. (共導西施舊日身)


국사봉을 정면으로, 옥정호 물길을 옆에 껴앉고 조성된 작약꽃밭은 찾는 이 누구라도 그 황홀함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붉고 흰 작약들, 이 두 가지 색을 섞은 분홍빛 작약꽃들의 진한 향기에 취해 사람들 역시 환호를 부르고 사진을 찍느라 취했습니다. 오지랖넓은 우리 부부는 연인, 벗들, 부부 서너쌍의 사진도 찍어주며 사진용 멘트도 드렸지요.

보통 사람들이 흔히 궁금해하는 작약과 모란의 차이점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지인들에게 보내는 '아침편지'에서 지인들과 나누기도 했네요.

"며칠 전 임실 붕어섬 작약꽃밭에 다녀왔는데요, 이번 기회에 모란과 작약, 두 꽃의 차이를 자세히 알아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식물의 형태, 작약은 풀이고, 모란은 나무죠. 작약은 땅속에서 붉은 싹을 틔우고, 약 70cm 정도로 낮게 자라며 겨울엔 줄기와 잎이 모두 떨어져 땅속의 뿌리만 남구요. 모란은 나뭇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고 최대 2m 높이까지 자라요. 겨울이 되어도 잎이 떨어진 가지는 남아 있죠. 그래서 작약은 초본, 모란은 목본이라고 하네요.

작약 꽃봉오리는 공처럼 둥글고 모란 꽃봉오리는 장미처럼 끝이 볼록 올라와 있어요. 꽃잎수는 작약보다 모란꽃잎이 더 많구요. 작약꽃의 중앙 부분은 3~5개의 암술을 수많은 노란 수술이 감싸고 있고, 모란꽃의 중앙부는 암술과 수술의 구분이 뚜렷하며 색깔도 다양하더군요. 또 작약 잎엔 광택이 있지만 모란 잎에는 광택이 없답니다. 작약 꽃말은 수줍음이고, 모란 꽃말은 부귀, 영화, 행복한 결혼이라는데요, 갑자기 개그맨 김제동이 코믹하게 말한 '키 큰 것들의 세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나 싶어 저는 작약꽃에게 정을 조금 더 나눠주겠습니다."


휴일에 다녀오면 좋을 곳 

제 편지를 보고 지인들 말하길 마음이 설렌다 하네요. 금주가 지나면 작약꽃의 절정이 시들해질 것이니 오는 석가탄신일 휴일(5.15)에 꼭 다녀와 보라고 권했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고 여름꽃들도 선보이네요. 모란꽃, 장미꽃, 배롱나무꽃, 하얀수국꽃, 능소화꽃, 낮달맞이꽃, 무궁화꽃, 해바라기꽃 등은 말랭이 마을 책방근처에서도 해마다 보는 여름꽃입니다. 매년 만나지만 이번에는 또 어떤 고운자태와 심성으로 찾아올지 너무도 기다려집니다. 아니 생각을 바꾸어, 꽃보다 더 고운 심성과 그리움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싶습니다. 
#작약꽃밭 #임실붕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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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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