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보내며 아카시아 떡을 찝니다

매년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아카시아 꽃

등록 2024.05.12 12:23수정 2024.05.1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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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늘 그리움을 동반한다. 


사람마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봄이 오면 즐기는 놀이가 있어 봄을 기다린다. 계절을 맞이하는 방법은 오랜 차 생활을 하면서 스승님에게 배웠다. 계절을 맞이하는 음식 놀이, 자연을 즐기고 살아가는 방법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지 배우고 난 후 지금까지 실천을 해 오고 있다. 

삶이란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곳에 행복이 숨어 있음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작은 일에 만족하는 삶이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으면 이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할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젊어서는 부지런히 생산적인 일을 해서 생활을 안정하고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물질이 행복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봄은 놀이터

봄은 나에게는 놀이터다. 어린 새싹이 나오는 걸 보노라면 생명의 환희를 느끼고 봄나물은 우리 생명의 먹거리를 선물처럼 건네준다. 찻잎이 나오면 찻잎을 사다가 차도 만들고 쑥이 나오면 쑥 버무리를 하고 진달래가 피면 화전놀이를 한다. 그리고 또 빼놓지 않고 하는 놀이가 아카시아 떡을 찌는 일이다.  내게는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봄은 축제를 하듯 기쁘고 행복한 날들의 기다림이다.

계절이 주는 풍요는 내 삶의 기쁨이며 내가 살아있음의 존재를 느낄 수 있어 나는 늘 봄을 기다리며 겨울 보내왔다. 꽃 피는 시기는 날씨와 연관이 있으므로 늘 촉각을 세우고 꽃피는 시기를 관찰한다. 내가 계절을 맞이하는 것 일은 늘, 오랜 벗을 기다리듯 봄은 나에게는 설렘 가득한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계절인 봄이 가고 있다. 

아카시아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최근 우리 지역 문화 답사를 다니고 있는데 서원 주변에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는 걸 보았다. 어라, 언제 피었을까, 나는 놀라서 내일이라도 꽃 따다가 떡을 쪄야겠다는 생각에 어제는 늘 산책을 다니는 월명공원을 갔다. 사실은 전날 문화 답사를 다녀온 후라 약간 피곤해서 망설이는 남편을 재촉하며 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공원에서 걷기는 하면서도 내 눈길은 온통 아카시아 꽃이 피어있는 나무를 찾기 위해 나무만  바라보고 걸었다. 아카시아 꽃이 핀 어떤 나무는 너무 높아 언감 생신 꽃을 딸 생각도 못해 아쉽고, 한참을 걷다가 수원지 둑길 한쪽에 손이 닿는 곳에 아카시아 꽃이 핀 걸 확인하고 꽃을 따는데 남편은 뭐라 하신다. 사람들이 야단 할거라고, 꽃 따서 넣을 주머니만 가지고 혼자 앞서서 걸어가고 있다. 

아카시아 떡을 찌려면 꽃은 차가 다니지 않아 매연이 닿지 않은 꽃을 따야 한다.

그곳에서 조금 딴 걸 가지고는 떡을 찔 양이 아니었다. 우리가 항상 보아왔던 좁다란 언덕을 올라가 보았으나 꽃을 없었다. 아직 꽃이 활짝 피지를 않아 이른 느낌이다. 무엇이던 그 시기를 맞추려면 신경을 써야 한다. 꽃이 너무 피면 향이 줄어들고 모양도 예쁘지 않다. 마치 어른 들 안경 주머니처럼 꽃이 활짝 핀 것보다 막 피려는 꽃 모양 조롱 조롱할 때가 알맞다. 다행히 꽃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떡을 찔 만큼 아카시아 꽃을 따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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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지 않은 아카시아 꽃 줄기 아카시아 꽃을 딸 때는 송이로 따야 꽃이 흩어지지 않는다. ⓒ 이 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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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어 놓은 아카시아 꽃 떡을 찔 때는 활짝 핀 꽃보다 아직 피지 않은 조롱 조롱한 아카시아 꽃 ⓒ 이숙자

 
집으로 돌아온 즉시 꽃을 다듬기 시작했다. 쌀은 물에 물려놓고 오늘 안에 떡을 찌려면 부지런을 내야 한다. 마트에서 단 호박도 하나 사 오고 팥도 삶는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나는 놀이처럼 즐겁다. 사는 것은 아파트지만 마치 자연을 벗하고 자연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꽃피는 시기는 온도 차로 지방마다 다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원산지다. 지구상에 아카시아종(種)은 열대와 온대 지역에 약 500여 종이 분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된 아카시아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카시아로 5,16 후 사방공사 목적으로 나무가 수입되어 전국에 분포되었다고 한다. 아카시아는 그 향이 좋고 꿀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꿀의 밀원(蜜源)으로 봄철 대표적인 나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카시아는 흰색으로 알고 있는데, 붉은 아카시아, 노란 아카시아도 있다.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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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찔 준비 재료 쌀을 빻아온 가루와 썰어 놓은 단호박, 삶아 놓은 팥 ⓒ 이 숙자

 
아카시아 떡 찌기

1. 맵쌀을 3시간 정도 물에 담가 놓는다. 
2. 꽃을 따다가 준비한다.
3.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썰어 놓는다.
4. 팥도 삶아 놓는다.
5. 재료 준비가 다 되었으면 쌀가루와 함께 섞어 찜솥에 
포을 깔고 버무린 재료를 넣고 30분 정도 찌고 난 후 젓가락을 찔러 
가루가 묻지 않으면 떡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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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된 아카시아 떡 완성된 떡은 지인과 나눔을 하기 위해 그릇에 담아 놓고 소분 에서 냉장고에 넣은 다음 아침 밥을 대신해 먹는다. ⓒ 이숙자

                                   
우리는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 설탕을 넣지 않고 떡을 찌지만 기호에 따라 설탕을 첨가해도 된다. 떡은 소분해서 아침밥을 대신해서 먹고 지인에게 나눔도 한다. 다른 떡이야 떡집에서 사서 먹어도 되지만 내가 찐 아카시아 떡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나만의 떡이기에 소중한 분과 나눔을 한다.

아카시아 떡을 먹으면 입안에 봄맛을 느끼며 봄을 먹는 기분이다. 나는 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동안은 떡을 찌고 봄맞이를 할 것이다. 사람의 행복은 아주 단순하고 작은 일에 있다.

산다는 것은 늘 아쉬움을 안고 살아간다. 이제 늦은 때 지만 나는 후회 없이 내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자연 속에 사는 것만이 자연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찾아 누릴 때 우리는 자연인이 된다고 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쉴 수 있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아카시아떡 #봄을보내며하는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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