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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나비 전문가들이 낸 '한반도의 나비' 도감

279종 나비의 분류와 생태, 3759컷 사진 수록... "다음 세대 나비 연구자 없어 아쉬워"

등록 2021.06.07 14:22수정 2021.06.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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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출신 주재성(58, 서울 일신여자상업고 재직)씨가 대학생 때부터 40여 년간 나비에 몰두하여 채집하고 연구해 온 나비 표본과 해설을 담아 학회 회원 5명과 함께 책을 냈다. 6인 공저인 <한반도의 나비>는 나비 279종의 분류와 생태, 3759컷의 사진을 실은 도감으로 교육, 생태계, 환경 분야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나비도감 표지 5월 20일 출판된 도간 표지 ⓒ 주재성

 
40여 년 이상 나비 연구에 몰두해 온 저자들이 한반도의 나비를 치밀하게 정리해 냈다. 일생을 나비 탐구에 몰두한 한국나비학회의 주역 6인이 이룬 역작이다. 

한반도의 나비 분류와 생태, 영문 해설을 수록하고 있다. 3759컷의 나비 표본과 1종당 52컷의 표본을 수록하여 다양한 개체 변이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도감이다. 한국의 나비를 연구한 모든 과학적인 문헌 중에서 의미가 있는 역사를 찾으려고 노력하였고, 과학적인 의견을 정리하였다.


최신 분류계통이 서로 닮은 나비의 비교, 완벽한 분포 기록과 먹이식물, 다른 생물과의 공생 등 흥미로운 생태를 현실감 있게 기록했다. 또한, 우리 나비에 관심을 두는 외국의 나비 애호가들을 위해 영어 해설을 달았다. 과거 도감의 내용을 더욱 발전시키고, 다른 도감에서 볼 수 없던 그동안의 축적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나비 중 의심스러운 종들과 잘못 기록된 종, 미접(迷蝶 원래 발견되지 않는 지역에서 여러 이유로 발견된 나비)의 최신 학명, 분포, 생태의 정보를 비롯하여 우리 나비가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담았다.

저자들은 이 책을 준비하는 10년 동안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찾지 못했던 논문들을 의외로 많이 찾았고 이를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우리 나비의 표본들을 실으려고 노력하였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일본 큐슈대학교 박물관, 독일, 러시아, 필란드, 스웨덴 표본실을 방문하여 북한 표본을 살펴보고 해외에 소장된 표본들을 사진에 담아서 한반도 나비의 실체를 밝혀냈다.

특히, 저자 가운데 가장 어린 진도 출신 주재성 교사는 진도 첨찰산에서 2002년 채집하여 한국 미기록종으로 기록하고 직접 이름을 지어준 '검은테노랑나비'를 비롯하여 미접(迷蝶)인 '남방남색공작나비', 남방계 나비인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청띠제비나비', '남방노랑나비', '극남노랑나비' 등 진도산(産) 표본을 도감에 여러 종을 수록하여 학계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주재성 최초 기록 작명한 나비 주재성 교사가 최초 발견 이름지어 학회, 도감 등에 나비 기록종 ⓒ 주재성

 
주 교사는 대학 졸업 후 학교에 근무하면서 고향 진도의 나비 상(相)을 밝히기 위해 서울에서 진도까지 당시 버스로 7~8시간 장거리를 2년 동안 다녔다. 방학, 명절, 심지어 조상의 기일까지 고향에 내려가면 어김없이 철마산, 여귀산, 첨찰산을 중심으로 추가 조사를 30여 차례 강행하였다.

어떻게 다녔나 생각이 들지만, 그 열정으로 '진도의 나비목 곤충상'이란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주 교사는 "이 논문이 공식적인 기록물로서는 처음이었기에 기쁨은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라며 이를 계기로 훗날 나비 도감을 내겠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주재성 틈나는대로 나비 체집에 나서는 주재성 교사 ⓒ 주재성

 
이후 한국나비학회 활동을 하면서 현직 교사로서 주말과 방학을 이용하여 쉴 틈 없이 전국을 누비며 채집활동을 하여 모은 표본 자료, 발표 논문 21편을 쓰고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해 3명의 선생님과 공저로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이야기 곤충도감> 책도 출간했다.


주 교사는 이런 일상들로 가족의 핀잔도 있었지만, 새벽같이 야외 조사를 나가는데 도시락을 챙겨주면서 지지해준 아내와 가족 덕분으로 목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마침 학회 회원들이 의기투합하여 도감을 출판하자고 했을 때 꿈꿔 오던 게 현실로 다가왔다. 어려움도 있었다. 저자들의 채집 표본을 모두 모았으나 '한반도의 나비'를 꾸리기에는 부족했다. 특히 북한지역 표본을 확보하는 일이 막막하였다.

부족한 표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강원도 오지 산골 화천, 양구 인제에서부터 한라산, 마라도까지 전국을 쉴새없이 다녀야 했다. 수많은 논문과 문헌을 찾아보면서 공부해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지쳐 갔다. 그러나 저자들 가운데 가장 어린 주 교사는 나비 분포도를 그리기를 수십 번, 이번 도감에서 모든 걸 담아내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

아쉬운 현실은 나비 연구를 하고자 하는 다음 세대들이 없다는 것, 하루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걸으며 관찰과 채집, 촬영 등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보다 더 향상된 도감이 앞으로 출판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최근 한국 나비는 서식지의 감소, 기후변화 등 생태계의 변화를 겪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나비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한편 향후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주 교사는 "도감 출판이라는 1차 목표가 완성되었다고 본다. 직장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내 고향 진도의 나비상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밝혀내기도 했지만 30년이란 시간이 지나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어 계획 중이다. 더불어 '진도의 나비 도감'을 내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퇴직 후 고향에 전시 공간을 갖게 된다면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표본을 기증하여 환경 교육과 더불어 일반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욕심이지만, 진도에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표본을 전시하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나비의 멸종은 근본적으로 인간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간에 의해 기후변화가 생기고, 그에 따라 많은 나비들의 특색 있는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왔고 일부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으로 지정되기는 했으나 지정에만 그치지 않고 지금이라도 서식지 환경을 보호하고 무분별한 채집을 막아야 보존할 수 있다. 아직 다른 지역에 비교해 좋은 환경을 지닌 곳이 진도이기 때문에 가장 특색있는 문화 관련 콘텐츠로 정립하여 생태환경 청정 문화관광을 위한 지자체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고향에 호소했다.

주 교사는 진도 출신으로 현재 서울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생명과학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나비학회 회원, 동아시아 환경생물연구소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인, 국가 기후변화 대응 농촌 나비생태조사에 2018년부터 지금까지 참여해 오고 있다.

한반도의 나비

주흥재, 김성수, 김현채, 손정달, 이영준, 주재성 (지은이),
지오북, 2021


#주재성 #진도군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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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를 중요시하며 문화의 원류와 미래를 연구하는 공무원 퇴직자로 고향의 이미지가 이기심 가득한 주변인들로 손상되고 현실에만 치우처진 삶에 다소간의 회의적 ^^ 후손들에게 우리것에 대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과도 우리의 잘못된 현실을 함께 지적하고 시정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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