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없고 취직도 못하고... 이게 내 잘못이야?

[내가꿈꾸는나라] '꿈'이라도 꿀 수 있는 나라를 소망한다

등록 2011.07.01 18:58수정 2011.07.0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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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앨범 ⓒ 하지혜


2010년 11월 6일 오전 8시 13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인디밴드. 그리고 그 밴드의 유일한 구성원인 고(故) 이진원님. 저 6장의 앨범은 그분이 이 땅에 남기고 간 유산이다. 개인적으로 그분을 알진 못했지만, 앨범을 들으면서 난 느낄 수 있었다.

이분은 그 무엇보다 음악을 사랑했었다고. 풍족한 삶 대신 생활고가 함께 했고, 한때는 음악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다른 세상으로 가기 직전까지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분이라고. 2010년 11월 6일 오전 8시 13분에 다른 세상으로 갔지만, 지금도 그곳에서 아마 계속 음악을 하고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진원님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걸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서 잠깐, 감히 대한민국 20대의 삶을 몇 문장으로 줄여 이야기해 보겠다.

12년 동안 죽어라 공부해서 수능을 쳤다. 전공을 정해야 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취직을 하기 쉬운 학과에 갈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수능 점수에 맞추어서 아무 학과나 들어갈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한다. 각자 나름의 답을 가지고 전공을 정한 뒤, 잔소리 없는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만끽할 것이란 꿈에 부풀어 캠퍼스로 들어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는 '용자'였네


하지만  대학생활의 낭만은 학교 도서관 구석진 책상 어딘가에서 시들어 가고, 그 자리를 힉점과 봉사활동, 영어시험, 자격증, 인턴 등 온갖 '스펙'들이 채워나간다. 캠퍼스를 거닐며 사색을 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람의 정을 느낀다? 동아리 활동이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글감이 된다면 모를까, 그건 다 옛말이다. 캠퍼스는 이미 취업 준비 학원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다.

거기다 등록금은 왜 그리도 비싼지. 집이 좀 넉넉하거나 아니면 부모님 회사에서 장학금이 나오는 경우라면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등록금을 모아야 한다.

수업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어느새 몸은 파김치. 장학금 받으려면 학점 관리도 해야 하는데 몸이 피곤하니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다음 학기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학기 중에 안 되면 아예 휴학하고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해 수업을 듣고 또 휴학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렇게 전쟁같은 대학 생활을 마치고 나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청년실업'의 문제다. 처음 한두 달은 이른바 '대기업'이나 자신의 적성과 맞고 어느 정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회사에 지원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일단 돈을 벌어놓고 하고 싶은 건 나중에 하자는 생각으로 적성과는 상관없이 일단 아무 곳에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넣기 시작한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계속 떨어지는 원인이 '스펙'에 있나 싶어, 또다시 다른 스펙을 채우기 위해 자격증 시험과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20대는 한 '인간'에서 '스펙 덩어리'가 되어간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스펙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또 떨어진다. 눈을 낮출 만큼 낮췄지만, 남은 건 비정규직이나 임금이 겨우 최저임금 수준인 곳들 뿐이다. 나이만 먹어간다고 집에서 주는 눈치도 장난이 아닌데, 일단 들어가자고 생각하기엔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고. 적성이나 꿈 따위는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

결국 고민고민하다 공무원 시험을 택한다. 경쟁률이 장난 아니지만,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이 어딘가. 당장 공무원 시험 책을 사서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험을 친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다. 나이는 하루하루 먹어가고 이젠 나이가 많다고 자신을 써줄 곳도 없어 보이는데, 시험은 계속 떨어지기만 하고. 불안함은 날로 더해만 간다.

'꿈'이라도 품어봤으면 좋겠다

사실 이 이야기는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20대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사실 30대나 그 이상도 비슷한 문제들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한 우물을 파다 보면 길이 보일 거라고. 초년 고생은 주고도 한다고. 지금 고생하는 것들이 나중엔 다 좋은 것으로 돌아올 거라고. 왜 그렇게 눈이 높냐고. 다른 사람들은 다 취직해서 잘 산다고. 세상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고. 젊으니까 꿈은 언제든지 이룰 수 있다고.

여기서 질문. 정말 내 노력이 부족해서 꿈은 고사하고 취직도 못해서 눈칫밥 먹고 사는 걸까? 정말 내가 더 노력하는 것만이 답일까? 젊다는 걸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될까? 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없는 걸까? 어렸을 때는 그렇게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서, 왜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때에는 정작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내가 꿈꾸는 나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나라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나라다. 돈 걱정 없이, 자신의 꿈이 윤리·도덕적으로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가진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음악을 하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하느라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나라. 나는 그런 나라를 꿈꾼다.

덧붙이는 글 | [내가 꿈꾸는 나라] 공모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내가 꿈꾸는 나라] 공모글입니다.
#내가꿈꾸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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