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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19 08:17 수정 2020.08.19 08:1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관저는 이미 이마이 비서관이 잡았죠. 역설적이긴 하지만 또 이것 나름대로 관료의 역습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고. 하하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제2파가 창궐하고 있는 도쿄의 백중절 연휴 기간에 일본 정계의 브로커 K씨를 만났다. 그는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업체를 소개시켜 주고, 계약이 성사되면 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일을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관례상 용인되었던 이 로비스트 일이 엉망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마스크 때문이다. 기백 억 엔의 예산이 투입된 마스크 사업자 선정에 '유스비오'라는 유령 업체가 들어가는 바람에 지금까지의 관례가 송두리째 깨져 버렸다.
 
"마스크 이후에 한창 문제가 됐던 지속화 급부금 사건. 그거 맡은 서비스디자인추진협의회가 20억엔 중간에 빼돌렸다고 말이 많았는데 그런 게 지금까진 관례였거든요. GO TO 트래블 캠페인 할 때도 니카이 간사장 쪽에 정치헌금 흘러가고 그런 것들 다 용인되는 건데. 이제 끝났다고 봐야죠. 근데 야당 의원들도 그런 거 다 알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민주당 정권 잡았을 때도 똑같이 그랬거든요. 지금까지 전혀 몰랐단 식으로 저러는 거 보면 내 입장에서 좀 코미디 같아요."

그는 익명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털어놓겠다고 했다.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미리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술술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분하거나 조기 총선거를 확신하기 때문인 듯했다. 아예 그는 총선거 날짜를 못 박기도 했다.
 
"9월말에 총해산하고 10월 25일 선거할 겁니다. 내기해도 좋아요."

왜 구체적인 날짜까지 명시할까. 이유는, 중의원 총선거의 거시적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언론과 집권여당 내부에서 '포스트아베' 이야기가 연일 등장하고, 현 내각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총리대신은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내각을 총해산하고 중의원 총선거를 실시한다. 최근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다시 합당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건강이상설까지 겹쳤다. 스가 관방장관은 총리의 건강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총리의 당내 측근으로 분류되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6일 후지TV에 출연해 "코로나 대책 등으로 쉼 없이 달려와 지금 피로가 극도로 누적된 총리를 쉬게 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다음날 아베 총리는 게이오대학병원에 하루 동안 검사입원 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기적인 검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발언 도중 '추가' 검진임을 언급해 의혹을 자아냈다. 보통이라면 정기검진에서 뭔가 발견돼 추가로 검진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도 8시간에 걸친 추가 검사이니 아베 총리의 지병인 대장염 관련 증세가 악화된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올해 안의 총선거는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짜로 내기를 한다. 실제로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입헌민주당의 모 지역본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일단은 10월말 혹은 11월초를 총선거로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추락하는 아베에겐 이유가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아베 정권은 급격하게 망가졌다. 원래대로라면 도쿄올림픽이 성대하게 마무리될 시기다. 물론 코로나19가 없더라도 엄청난 폭염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올림픽이다. 치를 수만 있었다면 아베 정권의 아름다운 마무리, 혹은 한 번 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일군의 사람들은 아베 총리에게 복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잇따라 터진 자연재해를 만났기 때문이라며 불운으로 퉁치려고 하는 이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6월 17일 마지막 기자회견 이후 국회가 휴회에 돌입하자마자 49일간 매스컴 앞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그리고 49일 만에 참석한 두 군데의 원폭 희생자 영령식에서 그가 읊은 추도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는 지명만 제외하고 똑같다는 것, 그런 부분과 함께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에 대한 기자단 질의응답은 단 4분에 그쳤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더 질문하려는 기자가 경호원들에게 거친 제지를 당한 것, 오죽하면 "총리! 도망가는 겁니까?"라는 기자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끝끝내 아베가 도주한 것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가사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마쓰야마마치(松山町) 평화공원에서 열린 나가사키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 및 평화 기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8.9 ⓒ 연합뉴스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비서관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파워게임이 존재한다. 둘 다 2012년 제2차 아베내각 시기에 관저에 발탁됐다.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인 이마이는 총리대신 정책담당 비서관, 스가는 관저의 2인자인 내각관방부 장관직을 맡았다. 이 둘의 협업으로 전후 최대, 최강의 관저정치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애초 300명이었던 관저의 인원이 1200명까지 불어났다. 그 대부분은 내각정보조사실 인원의 확충이었고 이 인사권을 가진 내각인사국의 권한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에는 내각인사국을 관리하는 공무원제도개혁담당대신 직책이 폐지됐다. 이로써 내각인사국장을 제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내각관방부 장관, 즉 스가 관방장관이 되었다. 현재 내각인사국장을 맡고 있는 경찰관료 출신의 스기타 가즈히로 역시 내각관방부 부장관 출신이다.

스가가 관방부의 책임자로서 컨트롤하고 각종 정책은 이마이 비서관이 주축이 돼 내각정보조사실 위주로 꾸려 나가면 될 것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시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져왔던 이마이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거의 모두가 반대했던, 특히 스가 관방장관이 맹반발을 했다는 3월 2일의 '일제휴교조치' 발표는 이마이 비서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코로나 이전부터 깨졌다고 한다. K씨가 말한다.
 
"지금 아베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가장 큰 스캔들은 '벚꽃을 보는 모임'이에요. 이건 검찰이 수사 조금만 하면 무조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으니까요. 법조계 인사들 수백 명이 고발했으니 수사를 안 할 수가 없죠. 그걸 막아줄 구로가와 도쿄고검장도 마작 문제로 사퇴했으니까 아베 총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요. 근데, 웃긴 건 지금까지 없다고 폐기했다고 그렇게 우기던 벚꽃 모임 자료가 올해 1월 21일 갑자기 나왔다는 겁니다. 그것도 3년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생생한 자료가 말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 연합뉴스

 
그는 이 자료가 스가 관방장관 쪽에서 나왔다고 확신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을 기획한 사람이 이마이 비서관인데, 이게 총리 마음에 아주 들었나 봐요. 또 아베 총리는 관방부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세지는 것, 차기 총리로 스가 장관의 이름이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위기감도 느꼈죠. 원래는 세 번만 하려고 했지만 아베노믹스니 뭐니 해서 계속 잘 풀리니까 한번 더하고 싶어진 거죠.

스가 장관이 모리토모 학원부터 줄곧 터져나온 스캔들 대처도 못하니까, 오히려 그런 스캔들은 관료들이 다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마이 비서관이 뒤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스가 장관이 삐딱하게 나오니까 거슬린 거죠. 그런데 그걸 스가가 모르나? 그 백전노장이. 그래서 스가 쪽이 일부러 그 3년치 자료를 누설했다는 거죠. 이건 자기한테 절대 화살이 날아올 일이 없는, 순수한 아베 총리 개인의 스캔들이니까요."

하긴 잡초의 생명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스가 관방장관이다. 그와 아베 총리의 사이가 갑자기 틀어진 것이 아니라, 아베 총리가 이마이 비서관의 의견을 중용하고 그를 가까이 두는 정권말기적 행태를 보이자 오히려 스가 관방장관 쪽에서 아베 총리를 '손절'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왜 아베 총리는 이렇게까지 이마이 비서관을 신임하는 것일까. 아베 총리는 내각의 경우 정치인 출신의 대신, 부대신, 정무차관이 참여하는 3역회의 정례화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관저를 보면 각 내각부서의 엘리트 관료들을 대규모로 발탁해 내각정보조사실을 키웠다. 한국으로 치자면 행정부의 엘리트 관료들을 청와대로 모조리 끌어와, 취임 때보다 세 배 이상의 인원을 모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내각정보조사실은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역할도 겸임한다. 가히 일본을 운영하는 초엘리트 규모로 키웠다는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신문기자>에 이 기관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나오는데, 왜 총리가 이런 관료들에 의존하게 됐는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케학원 스캔들이 등장한다. 즉 촌탁(忖度)의 악영향이다.
 

2019년 6월 이마이 비서관은 총리대신 보좌관도 겸직하게 돼 명실상부한 최측근으로 자리잡게 됐다. ⓒ 일본 내각부

 
'총리의 마음 헤아리기'... 촌탁이 불러온 재앙

촌탁은 윗사람의 심중을 헤아려 미리 아랫사람이 알아서 하는 언동을 뜻한다. 2012년 12월 자민당 및 아베 총리가 다시 정권을 잡게 되면서 관료들은 함성을 질렀다. 민주당의 관료경시에 질려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 시절의 관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공연한 사보타지를 일삼았다. 민주당은 정치와 관료를 분리해서 생각했고, 그 전까지 유명무실했던 '정무차관' 제도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관료의 꽃이자 최고 정점인 사무차관을 배제한 3역회의를 신설했다.

지금 아베 총리도 이 제도는 그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관료들에 대한 대우 자체는 당시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좋아졌다. 일단 출세를 나타내는 관저 및 내각관방부 관료인원이 300명에서 1200명으로 대폭 늘어나지 않았는가. 민주당의 지옥에서 겨우 탈출한 관료들의 마음가짐은 일단 아베 정권에 우호적이었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중추기관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 금융청 관료들이 그러했는데, 앞서 언급한 이마이 비서관도 이 경산성 출신이다.

아베노믹스가 진행되면서 관료들에 대한 처우가 확연히 달라지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 하는 촌탁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2017년 5월 17일 <아사히신문>의 "가케학원의 새로운 학부 '총리의 의향' 문부과학성에 기록문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이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할 때 터져 나온 것이기도 해 이 둘을 합성한 '모리가케' 스캔들로 부르기도 한다.
 

<아사히신문>이 입수해 최초 보도한 이후 구글닥스에 PDF 화일로 무료공개한 가케학원 관련 문부성 및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관련문서들. ⓒ 아사히신문

 
모리토모 학원이 워낙 큰 사건이었던지라 가케학원 문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이미 관료들의 '촌탁'이 횡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일본을 이끌어나간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커리어 관료들의 자긍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행위들이 등장한다.

가케학원 문제는,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일단 학부 설치에 관한 인허가이기 때문에 문부과학성의 소관이다. 문부성이 심사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렇게 복잡해졌냐 하면 '수의학부'에 대한 오랜 관행이 아베 정권 들어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은 1966년 도쿄기타사토 대학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한 이후 근 50여 년간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6월 다음과 같은 각의결정이, 그야말로 뜬금없이 내려진다.
 
"현재 기존의 수의사 양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상이 구체화 되면서 라이프 사이언스 등 수의사가 새롭게 대응해야 할 분야에 대한 구체적 수요가 명확해지고 나아가 그 수요에 대해 기존의 대학 학부로서는 대응이 곤란해질 것이 예상되므로 최근의 수의사 동향을 고려해가며 전국적 견지에서 검토한다."

이 각의결정이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 에히메 현의 이마바리 시가 지난 9년간 15차례나 요청해도 되지 않았던 '국가전략특별구역'으로 선정됐다. 그 해 11월 열린 내각부 산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에서는 "광역적 관점에서 수의사 양성을 위한 학부가 존재하지 않은 국가전략특구에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개정을 결정했다.

2017년 1월 내각부는 특구로서 이마바리 시를 선정했고, 학교법인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오카야마 이과대학 이마바리 캠퍼스에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여기까지만 훑어봐도 지난 수십 년간 안 됐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마바리 시는 2007년부터 숱한 로비를 해왔음에도 국가전략특구 선정이 불가능했는데 아베 정권의 파워가 절정에 달하던 2016년 너무나 쉽게 통과됐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이 일련의 사건이 마치 시나리오대로 왜 이렇게 잘 풀렸는가, 즉 '특혜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총리의 의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문서였다. 총 11페이지로 된 이 문서를 보면 이미 2016년 10월 이전에 오카야마 이과대학 이마바리 캠퍼스에 수의학부를 신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의학부 설치시기는 가장 빠르게 진행할 것이며, 농수산성 및 후생노동성 등의 관련부서는 내각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문부성은 여타 부서들과의 연계는 신경쓰지 말고 최단시간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적혀 있다. 또한 당의 허가절차도 필요 없고 정무조사회장과 상담해서 처리하겠다고 되어 있다. 뭔가에 쫓기듯 매우 급박하게, 그리고 총리의 구체적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의향'을 알아채고 하루빨리 처리하겠다는 기묘한 충성심이 행간마다 느껴진다.

이 기사가 나가자 스가 관방장관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라며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라고 특혜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또한 자료에 거론되는 문부성 및 농수산성, 후생노동성 등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비해 당사자들의 태도가 워낙 강력해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나 싶었다. 그러나 최초 보도 후 일주일이 지난 5월 25일 문부성 마에가와 기헤이 전 사무차관의 결정적 증언이 등장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니 다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있었던 일을 그럼 없던 것으로 하란 말인가. 이게 왜 괴문서냐. 내가 재직할 때 나도 봤던, 그리고 공유한 문서들로 확실히 존재했던 것들이다. 2018년 4월에 수의학부 신입생 모집한다는 결론을 세워놓고 역산해서 최단 스케줄을 짜보자면서 이건 관저의 최고레벨이 지시한 사항이고 총리의 의향이라고 분명히 들었다.

전달사항 같은 구체적인 문서들도 분명히 봤는데, 다들 왜 그러냐. 누구라도 총리의 의향이라고 그러면 긴장하고 압력을 느끼는 것 아닌가. 압력을 받지 못했다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물론 당당하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으므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내 책임도 크다.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마에가와 씨는 "이즈미 히로토 총리보좌관이 수의학부 신설을 빨리 진행하라고 몇 번이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며 "그는 총리대신이 자기 입으로 그런 이야기를 직접 못하니까 내가 대신 전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마에가와 씨가 말한 이즈미 보좌관은 국토교통성 관료 출신으로 2012년 10월 내각관방에 들어가 2013년 1월 총리대신보좌관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보좌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지만, 일련의 정황을 보면 이 스캔들은 총리가 직접 관여했다기보다 '총리의 의향'을 알아챈 관료출신 내각부 비서관, 보좌관, 자문회의 구성원들이 마치 돌격전을 치르듯 '촌탁' 전투를 성공시킨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관여를 부정했고, 이름이 거론된 다른 사람들도 한결같이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오카야마 이과대학 수의학부는 예정대로 2018년 4월부터 신입생을 받고 있으며 작년에는 한국인 유학생 면접점수를 0점으로 처리하고 전원 불합격시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참고로 아베 아키에 부인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과 아베 총리는 엄청난 친구사이(大親友)인 것 같다.
 

아베 아키에 부인이 2013년에 올린 가케 고타로 이사장과 아베 신조 총리의 사이좋은 모습. "정말 친한 가케 씨와 함께. 릴랙스한 웃음띤 얼굴." 이라소 쓰여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6년 이후 만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 아베 아키에 트위터

 
대략 짚어봤지만 일본사회의 쇠락 중 하나는 촌탁에서 드러나듯 관료들의 보신주의이다. 물론 이 보신주의 역시 '아베일강'의 장기집권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영원히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안정을 도모하기 마련이고, 그 안정의 정점에 이마이 비서관으로 대표되는 관료출신 내각부 인사들이 스가 관방장관으로 대표되는 정치인 출신과의 경쟁에서 '표면적'으론 이긴 셈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해석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스가 장관이 오히려 아베 총리를 손절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두어 시간 동안 방역대책을 해가며 대화를 나눈 브로커 K씨가 헤어질 즈음 다시 말한다.
 
"아베 총리로는 뭐 안 되는 건 확실한데 문제는 앞으로 총리할 사람들도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일본사회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봐야죠. 한국은 이것저것 시끄럽긴 해도 다이내믹하잖아요. 코로나 막는 것만 봐도 대단하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베 총리는 훗날 일본을 이류 국가로 만든 지도자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땐 박 상이나 나나 이 세상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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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현재 인테리어업체 테츠야공무점 대표 겸 도쿄생활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