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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바우처로 언론개혁? 정파성 강한 해장국 언론만 이득"

[논쟁 / 미디어바우처 법안 - 반대]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21.07.05 07:09최종 업데이트 21.07.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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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희훈

 
"정부여당이 4년 전 언론개혁을 약속했는데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4대 입법 투쟁을 벌여왔지만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이러한 개혁안에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내년 대선 정국이 어두워지니 언론개혁 깃발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갑자기 미디어바우처 법안을 들고 나왔다. ABC협회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한다. 그런데 ABC협회가 밉다고 정부광고의 기준, 그것도 신문사에 국한된 기준만 손을 대는 건 문제가 있다."
 
한달 전인 6월초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참여에 의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언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미디어바우처법'으로 불리는 법안이다.
 
법안에는 정부가 제공한 바우처를 국민들이 마음에 드는 언론사에 주면 이에 따라 정부광고가 집행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ABC협회(광고비의 기준이 되는 종이신문 유료부수를 공식 심사하는 기관)의 유료부수 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대체할 정부광고 기준으로 미디어바우처를 택한 것이다.
 
언론계는 미디어바우처 제도 자체엔 찬성하지만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미디어바우처와 정부광고를 연계해선 안된다는 게 핵심이다(관련기사 : 동상이몽, 미디어바우처 http://omn.kr/1u1d2).

<오마이뉴스>는 김승원 의원과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각각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 기사엔 지난 6월 30일 전국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전대식 수석부위원장과의 대화를 담았다.
 
"해장국 언론만 살아남을 수도"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희훈

 
- 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계는 김승원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바우처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광고는 정책을 홍보하고 다양한 사업을 알리기 위해 책정된 예산이다. 미디어바우처는 이와 무관하게 좋은 언론에 대해 의사를 표현한 결과물이다. 성격이 아예 다르다. 법안에 따르면 국민들께서 좋은 언론, 좋은 기사에 준 바우처를 한 번 더 필터링을 거쳐 정부광고로 바꿔 주겠다는 건데, 이는 맞지 않다.
 
또한 언론사, 특히 신문사는 광고와 지대가 주된 재원이고 그 중 정부광고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구조가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와 무관하게 현재 산업을 지탱하는 데에 정부광고의 역할이 크다. 그 부분을 크게 흔든다면 또 다른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 ABC협회가 문제였고 이에 따라 집행된 정부광고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파악해 예산을 통제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정부광고 재원을 엉뚱한 곳에 꽂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전국단위의 주요 언론에만 트래픽이 몰릴 것이다. 소위 강준만 교수가 말한 '해장국 언론'이 아니면 바우처를 받기 어려울 것이고 지역의 소중한 언론들은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소외될 것이다. 좋은 언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면 우리도 적극 돕겠지만, 지금처럼 정파성과 휘발성이 강한 포털 중심의 언론구조 속에서 이 제도는 돈만 날리는 상황을 부를 수 있다."
 
- 김 의원은 언론개혁의 차원에서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내세우고 있다.

"할 이야기가 많다. 현 정부여당은 4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고 와서 언론개혁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 올해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가 17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졌는데 그 이유가 있다. 현 정부에 언론개혁을 기대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투쟁해야 할 것인가'란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현재 ▲ 공영방송 등 언론의 지배구조 개선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제도 개정 ▲ 편집위원회 의무 설치 등 편집권 독립 보장을 위한 신문법 개정 ▲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의 일반법 개정 등 지역언론 지원 제도 강화 ▲ 권력자들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언론개혁을 위한 4대 입법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이러한 개혁안에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내년 대선 정국이 어두워지니 언론개혁 깃발을 들었고, 그 과정에서 갑자기 미디어바우처 법안을 들고 나왔다. ABC협회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한다. 우리도 이미 성명을 통해 공표했다. 그런데 ABC협회가 밉다고 정부광고의 기준, 그것도 신문사에 국한된 기준만 손을 대는 건 문제가 있다."
 
- ABC협회를 대체할 기준으로는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나.

"프랑스와 독일이 이 제도를 잘 운용하고 있고 우리도 최초에 이 두 나라에서 제도를 받아왔다. 두 나라는 철저히 회계 전문가들이 개입한다. 우리도 회계 전문가가 개입해 재무재표만 볼 수 있도록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하지만 ABC협회에서 각 언론사의 경영 비밀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어쨌든 ABC협회와 일부 언론을 상대로 고발이 이뤄졌고 법적 단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가 아프다고 이를 빼버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용자 단체, 노동자 단체, 기자협회 등이 모여 ABC협회가 아닌 다른 제도를 마련해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 언론계 주장은 추가 재원을 마련해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국민들 설득이 가능할까?

"언론 노동자 대표단체 입장에서 죄송할 뿐이다. 다수가 열심히 해도 <조선일보> 삽화 사태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방에 가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분들을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언론 정책의 다양성 측면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다. 그런 점에서 정말 환영한다. 다만 다른 나라의 일부 실패 사례가 있으니 숙고가 필요하다.

우선 전국단위보단 지역단위로 시행돼야 한다. 인지도 및 영향력 측면에서 수도권 일간지가 지역언론에 비해 바우처 경쟁에서 우세할 수밖에 없다. 작고 강한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시행해 지역의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경쟁할 환경을 만든다면 선의의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바우처를 주는 콘텐츠 대상도 일반 기사가 아닌 심층보도, 탐사보도 등 흔히 '저널리즘의 기본'이라고 말하는 보도물에 국한해야 한다. 어뷰징 기사에도 바우처를 줄 수 있도록 하면 결국 손흥민·BTS 기사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기사에 바우처가 다 가지 않겠나."

"빌런은 포털, 공론화위원회 열자"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희훈

 
- 그동안 특정언론의 정부광고 독식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맞다. 추정컨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은 블랙리스트로, 언론은 화이트리스트로 관리해왔다고 본다. 보수언론과 경제지가 (정부광고 수주) 10위에 모두 들어갔다. ABC협회도 문제지만 비슷한 레벨의 유료부수 수준을 보이더라도 언론사에 따라 (정부광고 수주) 액수에 큰 차이가 났다. 이는 광고를 발주하는 정부기관에서 매체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항의하며 언론노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는데 '영업비밀이 침해돼 시장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진짜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정부가 광고를 집행하는 기준과 광고효과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기관의 호불호'라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해양수산부에서 고등어 많이 먹기 캠페인을 한다면 어종원산지 부근 언론사에 광고를 우선 발주한다', '국토교통부에서 신규주택 분양의 광고를 할 때 그 지역을 중심으로 발주한다' 등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법안 중 '마이너스 바우처'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 지형이 전 세계 어디보다 정파성이 강하다. 마이너스 바우처는 자신이 싫어하는 기사를 딱 찍으란 건데, 그럼 정파성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연예인의 팬들이 연예인을 위해 신문에 광고도 하는 시대인데, 예를 들어 가수 그룹의 멤버 중 한 명이 탈퇴했다는 내용의 기사에 마이너스 바우처가 갈 수도 있다. 마이너스 바우처를 시행하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못하다."
 
- 처음 미디어바우처란 아이디어는 포털로 대표되는 뉴스 플랫폼 독점을 극복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한국은 '뉴스는 너무 많은데 볼 뉴스는 없는' 이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뉴스의 홍수와 사막화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단연 포털이다. 가두리 양식장에 70여 개 언론을 '콘텐츠제휴사(CP)'란 이름으로 가둬 수익을 나누는 구조인데, 여기선 오로지 클릭이 최우선이다. 저널리즘이 숨 쉴 공간이 없다. 우선 포털의 영향력을 빼야 한다. 제휴평가위원회에서 등급을 매겨 언론을 받아줄지 말지 결정하는 '디지털 카스트' 구조를 없애야 한다. 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줬나. 그걸 깨야 한다. 포털 문제는 앞서 원전 문제를 다뤘던 공론화위원회에서도 다룰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또한 포털이 뉴스로 얻는 수익을 언론기금으로 유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포털은 뉴스로 낸 수익을 딱 랜 사용료와 일부 캠페인 등으로만 쓰고 있다. 포털의 뉴스 수입을 미디어 다양성 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미디어바우처 제도도 그 기금으로 시행할 수 있다. 포털을 마블의 '타노스'라고 생각한다. 사상 최대의 빌런이다. 물론 빌런을 죽이자는 건 아니다. 가진 권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털은 매번 문제가 될 때마다 '뉴스 편집은 AI가 합니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거두고 이제 공론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떳떳한 기업이 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희훈

 
"앞서 말한 언론개혁을 위한 4대 입법 투쟁에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응했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두 번이나 고 이용마 기자를 찾아 약속하지 않았나.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그 약속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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