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다큐멘터리가 받는 여러 편견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다큐가 때로, 사실 그보다는 자주 문제의 본질로 파고들어 불편을 꺼내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탓일 테다. 그리하여 다큐는 진지하고 무거운 무엇으로 여겨지곤 한다.
 
편견을 깨는 작업은 그리하여 필수적이다. 다큐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기존의 편견에 맞서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시간가는 줄 모르는 유쾌하고 즐거운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제1회 반짝다큐페스티발 다섯 번째 세션으로 상영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가 꼭 그런 영화였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가운데 친구를 두고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로, 이제 막 서로를 알아가게 된 두 여성이 주인공이다. 진지한 책을 읽고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이야기를 하곤 하는 강은정을, 그녀를 언니라 부르는 다큐멘터리 감독 김똘똘(본명 서혜림)이 관찰하는 탐구가 이 영화의 기본적 얼개다.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여자 이야기
 
둘의 관계는 은정이 똘똘에게 작업을 제안하며 시작된다. 말이 제안이지 들으면 들을수록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어지는 그 제안으로부터 똘똘은 의미 있는 무엇을 만들어내려 분투한다. 말이 분투이지, 구체적인 방향도 내용도 없는 둘의 만남이 예술이 되기까지 우선은 협업할 상대를 알아가는 것이 선결과제가 된다.
 
은정은 포스트모던한 무엇을 추구한다는데, 더는 파격적이거나 파괴적이지 않은 포스트모던이 이제는 난해하고 낯설 뿐이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한다는 은정을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선 똘똘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로부터 포기가 아닌 다가섬을 선택한 감독은 카메라를 들어 그녀를 비추고 차츰 그녀를 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찾은 그녀의 집과 그녀의 책장과 그녀의 취미들이 이해의 단서가 된다. 보면 볼수록 엇갈리기만 하는 둘이지만 서로 다른 음이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조금씩 나름의 접점을 만들어간다. 둘은 결국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그 음악을 포스트모던적 무엇으로 채우기로 한다.
 
그렇다면 포스트모던은 과연 무엇인가. 모던한 것, 답답하고 꽉 막혀 지루하고 우울함을 자아내는 그것이 포스트모던과 가장 먼 지점일 테다. 그건 출근하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순간 앞에서 좀처럼 하지 않을 것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포스트모던이 아니냐고 둘은 합의를 해버린다.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 스틸컷 ⓒ 반짝다큐페스티발

 
어떻게든 완성되는 둘의 음악
 
그렇게 영화는 차츰 둘의 음악을 찾아간다. 해 떨어진 공터에서 몸짓인 듯 춤처럼 추는 동작이고, 끝도 없이 돌아가는 남산 어느 공원에서 아무렇게나 내보는 어떤 소리이며, 차 지나다니는 소리를 마주하여 또 아무렇게 내보는 음인 것이다. 집에서 바깥으로, 서울에서 불타 버려진 어느 공장까지를 돌아다니며 모은 온갖 소리와 장면들이 음악의 재료로써 모여진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도대체 이것이 음악이 될 수 있을까도 싶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음악이 되고 마니 그것이 또한 포스트모던 적인 생산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듬어지지 않은 영화 속 작업은 마침내 어떤 성취에 이르고, 무엇보다 은정과 똘똘은 전보다는 깊어진 이해와 돈독해진 관계를 이루게 된다. 영화는 이들의 불협화음이 차츰 화음이 되는 과정을 따르며 인간이 어찌할 수 없이 마주하는 다름에 대한 대응을 돌아보도록 이끈다.
 
영화 속 똘똘은 말한다. 처음엔 은정이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 여겼으나, 결국엔 다름을 대하는 제 벽이 너무 두터웠음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세상에 많은 관계가 그와 같지는 않은가 생각해본다. 잘 맞는 이가 있는가 하면 도통 다가설 수 없겠다 여겨지는 관계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이해하려는 마음과 약간의 계기만 있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나은 관계를 빚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 거거든요?>는 등장하는 두 인물의 독특한 캐릭터성 만으로도 관객을 시종 웃게 하는 영화다. 그 낯설고 독특한 조합이 때로는 문제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으나 결국 둘은 나름의 음악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 성공이 주는 위안이 분명하므로, 이 영화를 보는 의미도 충분하다고 나는 그렇게 여긴다.
 
반짝다큐페스티발 상영 시간표

▲ 반짝다큐페스티발 상영 시간표 ⓒ 반짝다큐페스티발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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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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