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티비플러스

 
애플TV+의 자존심 <테드 래소>가 시즌3로 돌아왔다. 골든글로브와 에미상 TV시리즈 코미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2연패에 빛나는 <테드 래소>는 축구와는 전혀 관련없던 미국 대학 풋볼 감독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지도자 데뷔 및 이와 관련한 코믹한 에피소드로 현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바 있다. 

< SNL > 출신의 인기 코미디언 겸 제작자 제이슨 서디키스의 안정감 있는 연기와 재치 넘치는 극본, 영국 속 이방인이 겪는 문화적 이질감 등을 거부감 없이 녹여낸 <테드 래소>는 한동안 시즌3 속개가 늦어져 고정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지만 지난 15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 1편과 더불어 기대에 부응하는 이야기로 그간의 갈증을 단숨에 해결했다.

시즌1이 '축구 이방인' 테드의 영국 적응기와 리그 강등 등의 우여곡절로 내용을 꾸려갔다면 시즌2에선 탄탄하게 팀 워크를 재정비하면서 다시 EPL로 승격하는 과정을 다뤘다. 가상의 축구팀 AFC 리치몬드는 강등→ 승격의 기쁨을 맛봤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기만 하다. 

라이벌 팀과 손잡은 코치 네이선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티비플러스

 
하부리그에서 올라온 팀 대부분이 한두 해 만에 다시 강등되는 일이 허다한 잉글랜드 리그의 현실 무대에서 리치몬드와 감독 테드는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대결 구도가 이번 시즌3의 중요 소재로 떠올랐다. 

구단주와 선수단 모두 승격의 기쁨에 도취되었지만 단 한 사람. 코치 네이선 쉘리 (닉 모하메드 분) 만큼은 웃지 못했다. 오랜 기간 세탁, 청소, 잔디 관리 등 팀의 허드렛일 담당자(일명 '킷맨')로 일하다 코치로 발탁된 그는 점차 테드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 잡혀 자칫 팀을 망칠 위기로 몰아 넣기도 했다.

시즌 최종전 승리와 동시에 팀을 이탈해 리치몬드 구단주의 전 남편이 인수한 웨스트햄 구단의 감독으로 전격 선임된 그는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새 팀을 지도하면서 테드, 그리고 리치몬드 선수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EPL 개막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리그 최하위로 지목된 리치몬드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티비플러스

 
시즌 개막이 임박했지만 리치몬드 구단주 리베카(한나 워딩엄 분)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대다수 언론과 축구 미디어에선 리치몬드가 이번 시즌 리그 최하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EPL 승격은 했지만 전력 보강이 없다보니 강팀들과의 대결에서 일방적 열세가 일찌감치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 남편과 전 코치가 힘을 합친 웨스트햄은 막강한 전력 및 풍부한 재력을 앞세워 노골적으로 리치몬드에게 선전포고를 하기에 이른다. 시즌 개막 기자회견에서 리치몬드의 예상 성적이 20위인 이유를 물어본 기자의 질문에 네이선 감독은 "21위가 없어서..."라는 독설로 이전 소속팀을 향해 비수를 꽂는다. 

이에 대한 리치몬드 및 테드 감독의 반응이 언론 입장에선 큰 궁금증을 만들었다. 여타 스포츠 업계의 사례를 비춰보면 독설에는 독설로 응수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드는 특유의 낙천적 성격을 담은 답변을 내놓아 열세에 놓였던 분위기를 뒤바꿔 놓는다

재미와 인생의 교훈이 결합된 수작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애플TV+ '테드 래소'시즌3 예고편의 한 장면. ⓒ 애플티비플러스

 
비록 한국에선 여전히 낯선 존재에 불과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선 작품성 및 흥행(역대 애플TV 최다 이용시간 기록)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당연히도 '재미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의 서로 다른 유머 코드가 종종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이질감은 그 재미를 배가시켰다. 뜬금없이 선수단을 이끌고 런던 지하 하수도를 방문하는 테드의 돌출 행동 속 선수단이 보여주는 낙천적인 반응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여기엔 현실감을 담은 캐릭터들의 조화 역시 한 몫을 차지했다. 실제였다면 있을 수 없는 프로축구팀 감독 선임이라는 황당스러운 설정이 존재하지만 전현직 유명 축구인들을 대거 벤치마킹한 인물들의 등장은 탄탄한 이야기 설계와 맞물려 극의 몰입감을 키워줬다. 시즌3의 첫 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외 각국 갑부들의 EPL 구단 인수를 연상케하는 웨스트햄의 등장을 통해선 축구에 대한 애정보단 단순히 돈잔치에 머물고 있는 그들의 행동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물과 기름 같았던 팀 구성원들이 시즌 1~2를 거치면서 하나로 융합될 수 있었던 비결을 라커룸 곳곳에 붙여 놓은 'Believe(믿음)'라는 문구가 보여준다. 처음엔 믿지 못했던 감독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재정+전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 만큼은 EPL 명문 구단에 결코 밀리지 않는 리치몬드만의 든든한 무기가 되어줬다. 총 12부에 걸쳐 방영될 시즌3의 끝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리그 잔류를 위해 힘을 모은 AFC 리치몬드의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테드래소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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