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리코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가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다 부상을 당했다.

푸에르토리코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가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다 부상을 당했다. ⓒ 로이터/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D조 최종전서 푸에르토리코가 도미니카공화국을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16일(이하 한국시간),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경기가 끝나고 세레머니를 하던 도중 부상을 입은 선수가 발생했다.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하는 투수이자 소속팀서 마무리를 맡고 있는 에드윈 디아즈(뉴욕 메츠)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날 경기가 푸에르토리코의 5-2 승리로 끝나는 순간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와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디아즈가 갑자기 주저앉았고,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은 의료진이 필요하다는 손짓을 보냈다. 결국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웠던 디아즈는 휠체어를 타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랐던 선수들과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 검진 결과 오른쪽 무릎 힘줄 파열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올랐다. 재활 등을 감안하면 복귀까지 8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실상 올해 메이저리그서 디아즈가 공을 뿌리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선수는 물론이고 소속팀인 메츠 입장에서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양 측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5년 총액 1억 200만 달러(약 1336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첫 해부터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할 상황에 처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대회 직전 평가전 과정에서 담 증세를 호소한 고우석(LG 트윈스)은 끝내 본선 무대에 나오지 못했다. 야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이강철 감독은 1라운드를 통과하면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지만, 귀국 이후 병원 검진을 통해서 오른쪽 어깨 염증 증세를 확인했다. 재활군으로 이동해 당분간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규시즌 개막전 출전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하는 선수가 하나 둘 보인다. 특히 예년보다 빨리 시즌을 준비해야 했던 선수들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대회 개막에 맞춰서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하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한 선수가 적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올해도 'WBC 무용론'이 나오는 분위기다.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대회를 주최하다보니 미국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적당한 시기'를 찾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리그가 많아 현실적으로 WBC를 여는 게 쉽지 않다. 연말 개최도 쉽진 않다. 그나마 주요 리그들이 정규시즌을 시작하기 직전인 3월이 일반적으로 많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때다.

다시 말해서, 많은 선수들에게 주어진 조건이 같다는 것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대회에 나가는 선수라면 부상이나 컨디션 조절에 대한 부담을 떠안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이유로 대회를 치러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 3년에 한 번 있는 국제대회다.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이에 맞춰야 한다.

그럼에도 이 대회는 계속돼야 한다
 
 6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오릭스와의 연습경기. 한국 고우석이 8회말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2023.3.6

6일 오사카돔에서 열린 WBC 한국 대표팀과 일본 오릭스와의 연습경기. 한국 고우석이 8회말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2023.3.6 ⓒ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WBC는 '야구의 세계화'를 위한 대회임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의 수준을 점검할 수 있는 대회이자 동시에 다른 국가들의 수준도 확인하는 무대다. 축구와 달리 야구대표팀은 다른 국가와의 평가전을 할 기회가 마땅치 않아 WBC 성적이 하나의 기준점이 된다. WBC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프리미어12나 U-23, U-18 야구월드컵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다.

특히 MLB 사무국은 야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영국 런던에서 MLB 정규시즌 경기를 진행하는가 하면, '홈런더비X'처럼 정식 경기가 아니더라도 야구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내로라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총출동하는 WBC 역시 사무국에게는 야구를 알릴 절호의 기회다.

또 한 가지, 대표팀이 주는 책임감과 자부심이 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수준급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 혹은 부모의 나라를 대표한다는 비장의 각오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대표팀의 주장인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은 선수들에게 직접 연락해 WBC에 참가하자며 독려하기도 했다.

거액을 받는 선수들이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대회에 나올 이유가 없지만, 그럼에도 WBC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조국 때문이다. 단순히 몸을 풀거나 시즌을 준비하는 차원의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속팀 유니폼이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다.

2006년(1회), 2009년(2회), 2013년(3회), 2017년(4회), 올해(5회)까지 돌아봤을 때 대회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대회가 창설된 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확실하게 자리만 잡으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회다.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WBC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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