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에 조승우가 출연하다고 했을 때 내심 반가웠다.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얼굴이기에 더 그랬다. 전작 <대행사>가 워낙 인기리에 끝났기도 했지만, 조승우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신성한, 이혼>을 택한 시청자들이 많을 터다. 

또, 강태경 작가의 원작 웹툰 <신성한, 이혼>이 인기몰이를 한 작품이라 드라마에 거는 기대도 컸다. 출발은 좋았다. 1-2회는 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JTBC 드라마 사상 가장 높은 첫방 시청률). 그런데 지난 11일 방영된 3회 시청률은 4.8%로 하락했다. 외적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신성한, 이혼> 자체가 가진 딜레마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직 피아니스트, 변호사가 되다
 
 신성한, 이혼

신성한, 이혼 ⓒ JTBC

 
원작 웹툰의 주인공 신성한과 드라마 속 주인공 신성한(조승우 분)은 늦깎이로 변호사가 된 인물들이다. 차별점이 있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늦깎이 변호사에 '드라마틱한'한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 그렇다. 드라마 속 신성한은 한때 독일대학 교수를 역임할 정도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지만, 이혼을 당한 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 때문에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드라마는 이렇게 원작과 달라진 주인공 신성한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장치를 선보인다. 와인 글라스에 소주를 따라 마시며, '테스 형'을 열창하는 신성한, 친구와 술을 마시고 헤어진 늦은 밤, 자신의 음악적 열기를 어쩌지 못하고 거리에서 연주를 하는 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 연주를 올린 유튜버와 '영상을 내리라'며 실랑이도 벌인다. 

전직 음대 교수였던 변호사.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양념이 주인공 신성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중 1,2회에서 주된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후 신성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는 이서진(한혜진 분) 역시 원작에서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드라마에서는 유명 라디오 DJ로 등장한 이서진은 외부적으로는 잘나가는 DJ였지만 편집증적인 남편 때문에 외도를 하게 된다. 그 외도남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바람에 남편으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공도 많고, 양념도 넘친다
 
 신성한, 이혼

신성한, 이혼 ⓒ JTBC

 
신성한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이서진의 이혼 소송을 맡아 승소하고, 남편으로부터 그녀의 아들을 구해낸다. 그런데 이서진과 신성한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남편으로부터 아들의 양육권을 지켜내야 했던 그녀는 '재직증명서'가 필요했고, 다짜고짜 신성한을 찾아가 변호사 사무소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곤 늘 말썽이던 사무실의 문을 뚝딱 고쳐놓는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극 중 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탕수육을 튀겨봤다고 수줍게 말하던 그녀가 느닷없이 문을 고치며 전문가의 솜씨를 선보이다니. 안 그래도 드라마의 서막을 연 이서진의 캐릭터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에서 다소 개연성 떨어지는 설정과 전개는 드라마의 동력을 떨어뜨린다. 

신성한의 주변 친구들도 보자. 극중 신성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등장하는 장형근(김성균 분)과 신성한의 건물 1층에서 월세를 내며 부동산을 하는 조정식(전문성 분)은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드라마는 조승우, 김성균, 정문성 이 세 사람의 왁자지껄한 캐미를 주된 웃음포인트로 살리려고 한다. 그런데 이 요소들이 외려 드라마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온다. 이서진의 소송이 끝나고 홀로 우울해하는 조승우를 찾아간 두 친구는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다 갑자기 시어머니로부터 오랜 세월 감정적 학대를 당해 온 며느리 박애란(황정민 분)의 사연이 등장한다. 서로의 장기를 뽐 내듯 길게 이어지는 신성한과 친구들의 노래와 춤, 그리고 등장하는 박애란의 사연은 연결고리 없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시청자들은 박애란씨의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에 관심을 집중하는데 정작 드라마는 내내 신성한의 개인사와 거기에 곁들여 장형근의 개인사, 그리고 이서진의 사무실 출근까지 다루더니 양념을 얹듯 사건을 해결한다. 심지어 사건 해결의 키가 아직도 여전한 박애란씨와 남편의 '로맨스'였다니. 20년 동안 시어머니의 학대로 우울증까지 온 아내의 이혼 소송이 남편의 이해로 해결될 일이었던가. 심지어, 박애란씨는 시어머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죽을 죄를 졌단다'.

<신성한, 이혼>이 '다양한 사연'의 이혼을 다룬 법률 드라마인줄 알았다. 그런데 4회차까지 공개된 지금, 양념이 얹어져 본연이 맛을 잃은 듯한 느낌이다. 계속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길 바랄뿐이다. 
신성한,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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