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각종 콘텐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넘쳐나는 유튜브에서 웹예능의 인기가 높다. 기존 방송국 및 기획사 등에서 제작하는 웹예능은 10~30분 이내 짧은 분량인데, TV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첫 등장한 <핑계고> 역시 마찬가지다('뜬뜬' 채널). 

유재석의 소속사인 안테나에서 개설한 '뜬뜬'채널의 첫번째 기획물 <핑계고>는 등장과 함께 매회 수백만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치열한 유튜브 공간에서 확실하게 리매김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기의 배경에는 매주 출연중인 유재석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동안 지상파와 케이블, OTT를 통해 출연작을 늘려온 그가 이번엔 유튜브 웹예능으로 발을 내디딘 것이다.  

​내용 구성은 무척 단순하다. 유재석과 그의 지인 1~3인 정도가 출연해 30분 가량 두서 없이 대화 나누고 마무리 짓는 게 <핑계고>의 전부다. 여타 화려한 CG, 편집 기술 하나 없이도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단순히 "유재석이 출연하니까..."라고 이 프로그램의 인기를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어 보인다. 

절친 연예인들과의 찰진 수다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런닝맨> 콤비 지석진을 시작으로 송은이, 조세호+남창희, 홍진경, 이광수, 이동욱 등 그동안 <핑계고>를 찾은 인물들은 유재석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이다.  

​매회 이른 아침 식당, 공원, 안테나 사무실 등 조촐한 공간에서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별 내용이 없음에도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회사 규모를 키워 사옥 준공을 눈앞에 둔 CEO 송은이와는 은행 대출 이야기부터 가족들과 얽힌 사연,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는 결혼식 하객 패션 등 주제를 불문하고 두서없이 대화를 진행했다.  

양털을 연상케하는 의상을 입고 온 이광수에게 유재석이 지적하자 "출연료 15만원 받고 나왔다"며 하소연을 하는 가 하면, "난 두번째 출연료가 마카롱이야!"라는 지석진의 끈금없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이처럼 <핑계고>에선 별다른 주제 없이 그저 생각대로 입담을 펼치는 출연진들의 수다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재치 넘치는 자막·화려한 영상 기법 없지만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흔히 웹예능하면 기발한 화면 구성, 자막이 등장한다. 1~2시간에 걸친 TV 예능과 다르게 짧은 분량만으로 사람들을 사로 잡기 위한 기상천외한 수단이 동원되는데 <핑계고>에선 이와 같은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추어들이 작업한 것 같은 투박한 편집(?) 또한 <핑계고>만의 특징이 되고 있다. 각종 TV 예능에 참여해 온 잔뼈 굵은 연출 및 작가들로 구성돼 있지만 이를 통해 최대한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대화에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아침형 인간' 유재석과 이와는 상반된 초대손님들의 투덜거림이 이어지는 것도 잠시뿐. 이내 분위기에 적응한 이들은 뭘 해도 오르지 않는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를 고민하고(조남지대' 조세호 남창희) 노래 커버 영상 올렸다가 구독자들에게 혼났다(홍진경)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계산되지 않은 수다의 힘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웹예능 '핑계고'의 한 장면 ⓒ 안테나

 
​목적 없이 떠드는 대화만으로도 재미와 유쾌함을 매회 선사하고 있다. 미리 준비되고 계산된 언행이 아닌, 그저 생각나는 대로 떠드는 수다의 미학에 힘입어 <핑계고>는 두 달 만에 <뜬뜬> 채널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진지한 고민이 부재한 것도 아니었다. 설연휴를 맞아 공개된 이동욱과의 만남에서 우연찮게 '위기론'과 관련한 대화가 이어졌다.  

몇 년 주기로 등장하는 '유재석 위기론'에 대한 이동욱의 질문을 듣고 유재석은 "어떤 인생이든 굴곡이 있다. 이게 정점을 쳐서 끝까지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동욱 역시 "내 출연작의 80%는 시청률 기준으론 실패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건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계속 나를 찾아 주시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아직 이렇다 할 PPL도 없이 떡라면, 죽, 다과 정도만 차려진 조촐한 환경이기에 <핑계고>에서 자극적 요소를 찾기는 어렵다. 옆길로 새는 엉뚱함이 주는 재미는 어느덧 <핑계고>를 지탱하는 웃음의 원천이 돼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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