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경찰 폭행' 장용준(래퍼 노엘) 경찰 출석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래퍼 장용준(노엘). 래퍼 플리키뱅과 디스곡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두환 시대였다면..." 등의 가사를 써 비판받고 있다. ⓒ 연합뉴스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이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래퍼 플리키뱅과 디스곡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가사를 썼기 때문이다. 적절하지 않은 표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왜 이런 가사를 쓰게 된 것일까? 

이 맥락을 살피기 위해서는 지난 12월, 엠넷 <쇼미더머니 11>에서 방송된 팀 디스 배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래퍼 블라세는 래퍼 신세인과의 디스 배틀 과정에서 "(신세인의) 본명은 용준이 이름부터 위험해 운전은 하지 말길"이라는 가사를 썼다. 노엘(장용준)의 음주 운전 전과를 거론해 신세인(신용준)을 공격한 언어 유희였다. 노엘은 2019년에도 음주 교통 사고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집행유예 기간인 2021년 9월에는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되자 음주 측정을 거부하며 경찰관에게 전치 1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블라세의 랩에 격분한 노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블라세를 직접 거명하면서 "한국에서 된장찌개를 먹고 산 XX들이 드릴 하는 게 제일 역겹다. 한 철 장사하고 그냥 무덤으로 가라"고 비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래퍼들이 드릴 음악을 하는 것이 우습다는 지적이었다. 드릴(Drill)은 2020년대에 들어 영미권 힙합에서 유행하고 있는 장르이다. 변칙적인 스네어 리듬과 어두운 분위기가 두드러지며, 총기 살인과 마약, 섹스 등 자극적인 가사가 많이 쓰이기도 한다. Fivio Foreign, Pop Smoke, AJ Tracey 등이 이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다).

그러자 래퍼 플리키뱅은 유튜브 '딩고 라이징 벌스'에 출연해 "된장찌개 먹고 자랐지만 한 적 없어 음주운전"이라며 맞받아쳤다. 그리고 연이어 사운드클라우드에 노엘을 디스하는 곡 'SMOKE NOEL'을 발표했다. 이 곡에서 플리키뱅은 노엘의 음주운전, 경찰관 폭행 등을 꼬집었다.  

이에 노엘은 몇 시간 후 다시 맞디스곡인 '강강강'을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했다."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라는 가사는 이 곡에 실린 것이다. 전두환 시대였다면 자신을 공격한 플리키뱅이 고문을 당했으리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써서는 안 되는 표현이 있다
 
'무면허·경찰 폭행' 장용준(래퍼 노엘) 경찰 출석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아들인 래퍼 장용준(노엘)이 30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무면허 운전·경찰관 폭행 등 혐의로 입건된 래퍼 장용준(노엘). 래퍼 플리키뱅과 디스곡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두환 시대였다면..." 등의 가사를 써 비판받고 있다. ⓒ 연합뉴스

 
"내 발로 걸어 나온 회사 어따대고 이간질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노엘의 특수한 배경이 아니었다면, 이런 가사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노엘의 아버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다. 노엘의 친할아버지 고(故) 장성만 전 동서학원 이사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 여당(민주정의당) 국회의원과 제 12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노엘은 과거에도 자신의 가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표현을 자주 썼다. 아버지 장제원 의원을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고, 정치를 '3대 가업'이라고 말해왔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고위 권력층의 자제인 노엘은 지하실에 갈 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치적 해석이 과도하다는 여론도 있다. 급하게 디스 곡을 쓰고 앞 가사와의 라임(운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별 의미 없이 전두환과 지하실의 무서운 이미지만을 차용했으리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힙합 팬들 사이에서는 노엘의 랩이 수준급이었다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그러나 가사에 대한 비판 역시 다수를 차지한다. 어떤 의도였든, 노엘의 가사는 부적절했다. 노엘이 언급한 전두환 시대의 지하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전두환 시대의 '지하실'은 비합리적인 국가 폭력의 상징이다. 고(故) 박종철 열사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던 이들이 고문 끝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고, 독서 모임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간첩으로 조작당하는 일도 있었다.

켄드릭 라마가 촉발한 'Control' 디스전, 나스와 제이지의 대결 등, 디스 문화는 힙합 역사 속에서 많은 사건과 명곡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인간 관계, 모순적인 행보, 음악적인 실력 등을 원색적인 표현으로 비난하는 경우는 일상적이다. 디스전이기 때문에 용인되는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디스전 바깥에 있는 이들이 상처받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다. 노엘은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전두환 시대를 떠올렸지만, 전두환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 대한 존중과 사유는 부재했다. 이것이 재능있는 20대 래퍼가 비난받는 진짜 이유다.
노엘 장용준 플리키뱅 디스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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