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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의혹과 관련해 지난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대장동 개발의혹과 관련해 지난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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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오는 12일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을 자사 홈페이지 데이터센터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녹취록 분량만 A4용지 1300페이지에 이른다. 

이 녹취록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가 지난해 1월 처음 입수한 것이다. 봉 기자에게 어렵게 입수한 녹취록을 공개하는 이유를 묻자 "녹취록이 공개되면 검찰 입장에서는 누군가 자신들의 수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을 갖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봉 기자는 "녹취록 전체를 보면 대장동 개발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고, 업자들이 어떤 특혜를 받고 수익이 났는지, 이후에 수익을 갖고 왜 다퉜는지, 또 어떻게 돈을 뜯기고 서로 간에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며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이 정영학 녹취록 안에 펼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워치독(감시견)으로서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검찰 수사의 방향이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확인하고 지적했으면 한다"며 언론간의 협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영학 녹취록은 천화동인 5호 실소유자이자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가 2012년 8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주로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 녹취록은 지난 2021년 9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정 회계사와 그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돼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쓰이고 있다. 

봉 기자는 인터뷰 말미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권이 교체되고 수사팀이 바뀌었다고 해서 증거가 새롭게 추가되거나 바뀐 건 사실상 없다"면서 "애초에 유죄 판결이 아닌 기소를 목적으로 소위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의심을 피하려면 대장동 사건의 중요한 축인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봉 기자를 만나 녹취록을 공개하게 된 경위와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봉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검찰 수사 필요한 부분 많은데... 수사가 없다"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2022년 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2022년 1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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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30일, 올해 1월이 되면 정영학 녹취록 풀 버전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1월께 처음으로 정영학 녹취록 일부를 입수했다. 정영학 녹취록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검찰이 정영학한테 제출받은 녹음 파일을 검찰청 소속 속기사들이 풀어낸 검찰 버전과 정영학이 검찰에 제출하기 위해 공증 업체에 맡겨서 풀어서 제본까지 해 제출한 버전이다. 처음 내가 구한 건 검찰 버전과 정영학 버전이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이후에 정영학 버전 전체를 추가로 입수했다. 따져보니 8권, 1300페이지에 이르는 정영학 버전이 훨씬 자세하고 실명까지 다 적혀 있더라. 거기에는 각 녹취록마다 정영학 본인이 직접 이 대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설명하고, 인물 관계도까지 그려놨다. 정영학은 길고 복잡한 녹취의 경우 무엇이 핵심인지 짚어주는, 일종의 첨삭 개념으로 요약본도 만들었다. 

JTBC(봉 기자는 2022년 10월 뉴스타파로 이직했다_기자주)에 있을 때는 대선기간이기도 했고 굉장히 민감한 이슈이기도 해서 충분히 보도하지 못했다. 녹취록 관련 보도를 두고 일부 보도국 윗선은 굉장히 불편해했다. 은근한 압력과 훼방, 개입도 존재했다. 

녹취록에는 윤석열(대통령)이랄지, 김수남(전 검찰총장)과 최재경(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전 특별검사) 등 여러 검찰 출신 고위직들이 많이 등장한다. 대장동 사업을 단순히 지자체 개발사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사법리스크도 굉장히 컸고, 이를 무마시켜주거나 없애주는 역할을 한 것이 법조기자 출신 김만배였다. 그래서 이번에 공개하는 것도 이해가 쉽고 날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영학 버전이다." 

- 녹취록 전체 공개를 결정한 계기는?

"녹취록에는 대장동 일당이 검찰 고위직과 대법관 출신들을 통해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 정황들이 나온다. 당연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수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김수남 전 총장의 경우는, 김만배가 대략 언제쯤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을 만났는지 예측 가능한 부분이 녹취록에 보인다. 때문에 김만배가 수원지검 검사장실에 (실제) 갔는지 검찰에서 출입기록 등을 살피면 충분히 확인 가능한데 별다른 진척이 없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대장동 업자들의 비위사실 첩보를 입수한 듯한 뉘앙스의 말도 나온다. 우병우(당시 민정수석)과 조윤선(당시 정무수석)의 지시로 큰일 났다는 발언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마됐다. 이런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한데, 왜 무마됐는지에 대한 수사가 없다."

- 다시 말해 검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많은데 진척이 없으니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전체 공개를 결정했다는 건가?

"대장동 개발의 종잣돈은 1805억 원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서 나왔다. 아직도 저축은행 피해자들 돈 400억 원(원금 기준)이 대장동 땅에 박혀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26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제는 회수가 불가능하다. 만약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해서 회수했다면 피해자들에게 돌아갔을 거다. 그런데 수사가 안됐다. 대장동 업자들은 저축은행 대출금 중 약 1000억  원을 땅 계약에 사용하면서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설정해놨다. 대장동 대다수 땅에 묻어놓은 것이다.

만약 대장동 일당이 저축은행 돈으로 땅을 계약하지 못했다면 민관합동 개발과정에서 아무런 지분이 없는 거다. 그러니 최초 누구에 의해 저축은행 돈으로 개발이 시작됐는지, 수사는 왜 무마가 됐는지, 그리고 대장동 일당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또 무슨 연유에서인지 밝혀내야 한다. 녹취록이 공개되면 검찰 입장에서는 누군가 자신들이 수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담을 갖지 않겠나."

"녹취록 보면 누가 고의적 거짓말 했는지 확인 가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2년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 법원 나서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2년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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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취록의 주요 내용은 뭔가?

"녹취록 전체를 보면 대장동 개발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고, 업자들이 어떤 특혜를 받고 수익이 났는지, 이후에 수익을 갖고 왜 다퉜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협박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돈을 뜯기고 서로 간에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이 정영학 녹취록 안에 펼쳐져 있다. 그러니 언론이 워치독(WatchDog:감시견)으로서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검찰 수사의 방향이 치우쳐 있지는 않은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교차해서 확인하고 지적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대장동 관련 보도는 검찰이 흘려주는 말이나 전언, 아니면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파편적인 발췌를 통해 나왔다. 녹취록 전체를 보면 누가 고의적인 거짓말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나 언론이 대장동 사건 전체 개요나 틀을 파악하게 될 거다. 대장동에 대한 검찰 수사가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나." 

-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지난 2일에도 한 신문이 검찰이 천화동인 1호 명의신탁 약정서 확보했다며 이재명 측 차명 지분 의심된다는 제목으로 단독 기사를 냈다. 이 신문의 논점은 검찰 수사를 통해 남욱이 이재명 측 (천화동인 1호) 지분에 대해 차명으로 자기 이름으로 둔갑시켜 놓은 거라고, 이를 김만배를 통해 확인받으려 했다는 식으로 썼다. 그런데 녹취록을 보면 그 명의신탁에 대한 부분이 계속 나온다. 김만배는 절대 명의신탁을 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김만배는 남욱에게 각서를 받으려고 한다. 자신(김만배)이 소송을 통해 조정 합의해서 돈을 줄 테니 만약 이 돈이 유동규한테 가지 않았을 때 유동규가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남욱과 유동규 두 사람이 각서를 쓰라는 내용이다. 충분한 자료 없이 파편적인 정보에만 근거해 보도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다. 정영학 녹취록이 많은 언론사들의 대장동 취재에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

- 그럼에도 정영학 녹취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잘 들리지 않는다거나 편집되거나 삭제된 부분이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이 왜 정영학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을까. 그 부분은 나도 궁금하다. 검찰은 정영학이 낸 녹취파일과 녹취록, 녹음기 등을 받아서 포렌식했는데, 사실 정영학이 일부러 숨긴 파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때 압수수색을 했어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정영학 녹취록은 유동규와 남욱,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의 진술보다 중요하다. 특히 이게 객관적인 물증인 이유는 수사가 시작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하던 시기에 자기들이 자연스럽게 나눈 대화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영학 회계사 자체가 원래부터 도시개발 사업을 했던 사람이고, 여러 도시개발 사업을 하다 보면 사기나 이해충돌이 많았던 거 같다. 그러니 아예 녹음기를 항상 휴대하고 다녔던 거다. 보니까 6대 이상 갖고 있었더라. 평소에 녹음이 생활화됐고, 그 녹음기를 숨기지도 않았다. 실제 김만배가 물어보기도 한다. '영학이 지금 녹음하고 있는 거 아니지'라면서. 정영학은 웃으면서 '안 하고 있다'고 답하지만. 녹음기를 앞에 꺼내놓고 하기도 했던 걸로 보인다."

- 정영학이 녹취록을 오랜 시간 준비한 게 엿보인다.

"녹취록을 보면 정영학이 얼마나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검사가 이해를 잘못하지 않을까 걱정됐는지 무슨 논술 선생님처럼 첨삭을 다 해놨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자금 저수지로 의심하는) 428억 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정영학이 계산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발표했다. 그 정도로 검찰이 정영학에 기대서 수사를 했다는 거다. 그런데 유동규와 남욱이 진술을 바꾸면서 녹취록과 어긋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 대해 과연 재판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약 정영학의 녹취록을 뒤집을 만한 또 다른 물증, 예를 들어 428억을 나누기로 했다는 약정서나 문건 등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정영학의 녹취록을 뒤집기는 힘들 거다."

"중요한 건 로비에 쓰인 김만배 비자금"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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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김만배 은닉 자금에 대한 수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의 수익이 나오기 시작한 2019년부터 최소 240억 원대 비자금을 만든다. 이 자금은 언론인 및 고위 법조인 로비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회사서 빼낸 대여금으로 50억 클럽에 지급해서 처리했다고 스스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만배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가 빼돌렸거나 썼던 돈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은 2021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김만배가 소유한 화천대유, 천화동인 1호에서 빠져나간 회삿돈 275억 원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그러면서 지난 2일 검찰은 두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우향(쌍방울그룹 전 부회장)과 이한성(화천대유 공동대표)을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이 돈은 대장동의 진실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돈이다. 김만배가 향후 몰수를 우려해 숨겨놓은 돈이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의 특혜를, 몸통을 밝히려면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2019년~2021년) 김만배가 조성한 비자금을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그 부분을 수사하지 않고 있다."

- 이유가 뭐라고 보나?

"녹취록 속 거명된 박영수·최재경·권순일·김수남·홍성근·곽상도, 이 사람들이 대체 어떤 일을 해줬길래 50억씩 주는 걸로 기재됐을까? 실제 곽상도에게는 50억 원이 갔다. 그러니 50억 클럽이라는 말이 더 신빙성 있다고 보는 거다. 다만 녹취록에는 곽상도라는 이름보다 박영수와 최재경이 훨씬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 의지가 없다. 박영수 특검팀에 있던 검사가 현재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상황이라 과연 제대로 50억 클럽에 속한 이들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특히 박영수 특검의 이름이 자주 언급된다. 딸이 곽상도 전 의원 아들과 더불어 화천대유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고.

"성남FC 사건의 경우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을 적용했다. 그런데 박영수 특검에 대해선 수사를 하다가 중단했다. 박 특검의 딸은 시세가 14억원 가까이 된 미분양 아파트를 반값에 줬다. 화천대유에서 11억원 가량의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어떤 회사가 직원에게 10억 넘게 돈을 빌려주나. 사실상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아파트를 구입한 뒤 시세 차익을 7~8억을 올리게끔 만든 거니까. 당연히 특가법상 '제3자 뇌물'로 볼 수도 있음에도 검찰은 주택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이런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태그:#봉지욱, #뉴스타파, #대장동, #이재명,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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