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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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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끝나도록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야는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 법인의 법인세 인하(25%→22%)'라는 핵심 쟁점을 두고 서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인하를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기업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조처라고 맞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법인세법은 대기업만의 감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려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예산안 협상 불발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세가 내려가면, 그 혜택을 보는 사람은 주주와 종업원과 협력업체이지 어디 재벌이 법인세 인하 혜택을 보는 것인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보는 건 대기업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그리고 법인세가 내려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릴까.

정부·여당 뒷받침하는 KDI 보고서 "부자감세 주장은 허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교섭단체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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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법인세 인하의 혜택은 일반 대중이 취한다'는 정부·여당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있다. KDI가 지난 10월 발행한 '법인세 세율 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 과제'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라는 주장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법인세 감세 혜택은 많은 국민들에게 공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법인세 인하가 대기업뿐 아니라 일반을 위한 정책이라는 근거로 ▲보편화된 주식투자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법인세 전가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주식투자 인구는 이미 1000만 명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주식투자가 일반 국민들에게 보편화되었으며, 법인세 감세의 혜택도 많은 국민들에 의해 공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주식 투자금액만 165.8조 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실적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되어 보다 많은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차익이 개인과 국민연금에 귀속될수록 개인의 자산형성과 국민들의 노후는 보다 든든하게 보장된다"고 분석했다.

'법인세 인하→기업 경쟁력 제고→국민연금기구의 주식 이익 확대→국민 노후 보장'이라는 논리다. 

또 김 연구위원은 "누가 법인세를 실제 부담하는지에 대해 분석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의 공통된 결론은, 주주나 자본가가 법인세액의 100%를 부담하지 않고 상당한 수준의 법인세 부담이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며 주장하기도 했다. 높은 법인세에 대한 부담은 결국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 또한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법인세 인하, 일반 주주들의 이득?

법인세가 인하되면 과연 일반 주주들은 배당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을까. 일면 타당한 말이지만, 배당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부자'에 가깝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종합소득이 2000~4000만 원 사이에 해당할 때 소득 가운데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친다. 종합소득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배당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서 1~2억 원 구간에선 6.2%, 3~5억 원 구간에선 12.1%, 5억 원 초과 구간에선 34.5%다.

결국 법인세 인하로 인한 기업 경쟁력이 재고되고 주주 배당이 커진다고 해도, 고소득자의 배를 더 불리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다. 법인세 인하가 주주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면, 세금을 지원해서 외국인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말인가"라며 "차라리 복지 제도 개선으로 재분배를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또 국민연금기금이 주식으로 이익을 본다면, 국민 노후가 보장된다는 논리 또한 실효성 측면에서 빈구석이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면, 국내주식은 전체 자산대비 13.6%(121.7조 원)이고, 해외주식은 전체 자산대비 27.6%(247.6조 원)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 7월 2024년까지 해외 투자 비중을 전체 기금의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법인세 인하로 기업 투자가 늘까?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여당 주장 또한 허점이 존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세 25%를 적용받는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 기업은 전체법인 91만 개 가운데 단 103개에 불과하다. 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21년 기준 1025조 원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증가해 총 395조가 더해진 결과다. 

결국 돈이 없어서 투자를 하지 못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박상인 교수는 "실증적으로 법인세 인하와 기업의 투자는 상관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론적으로도 법인세를 인하해서 기업의 투자를 늘리겠다면, 한계기업 즉, 법인세 인하로 손실에서 이익으로 변경되는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대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니 맞지 않다"며 "기업의 투자가 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투자에 중요한 건 '투자 기회'"라며 "어디에 투자할지, 세계정세가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지 삼성전자가 돈이 없어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일반 주주의 배당이 늘 수 있다는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를 무조건적으로 부자 감세라고 볼 순 없다"면서도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투자를 늘린다는 건 헛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높은 세율?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조세정책) 국정감사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질의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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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법인세는 최고 25%, 지방세가 붙기 때문에 최고 27.5%, 이웃 대만은 법인세가 20%"라며 "공급망 재조정으로 중국에서 나오는 자본이 가까운 대만이나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데, 어디에 공장을 만들겠나"고 우리나라의 높은 법인세를 지적하기도 했다.

명목세율을 따져봤을 때 우리나라의 최고 세율인 27.5%는 OECD 국가 중 11위다. 낮은 수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세계은행의 통계를 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나라 총조세부담률(GDP 대비 총 조세 수입 비중)은 33.2%다. OECD 평균이 41.6%, 세계 평균이 40.4%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최하 수준이다.

또 각종 공제가 적용된 실효세율을 살펴보면, 2020년의 경우 5000억 원 영업이익을 낸 법인의 실효세율은 19.4%로 명목세율보다 8% 이상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경쟁적 법인세율 인하'는 옛말이 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최고세율 폐지는 포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비롯한 대한민국이 마주한 도전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조세개혁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라며 "이런 노력과 병행하지 않는 현 정부의 법인세 감면은 그저 투자활성화를 빙자한 부자감세로 간주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법인세, #부자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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