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 발렌시아의 동점 골 이후 에콰도르 선수들의 세리머니

에네르 발렌시아의 동점 골 이후 에콰도르 선수들의 세리머니 ⓒ AFP/연합뉴스

 
에콰도르가 지난 카타르전에 이어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다크호스의 위용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에콰도르가 25일 새벽(한국 시각)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1승 1무의 성적을 거둔 에콰도르는 세네갈과의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기록해도 16강 진출을 확정짓게 됐다.

이른 시간 실점 내줬지만, 끝까지 네덜란드 괴롭힌 에콰도르  

이날 두 팀은 1차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네덜란드는 세네갈전 두 번째 골의 주인공 다비 클라센을 선발로 투입한 가운데 코디 각포를 최전방으로 올렸고 에콰도르는 5-4-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며 수비적인 경기로 나섰다.  

먼저 웃은 것은 네덜란드였다. 전반 5분 나단 아케의 패스에서 시작된 네덜란드의 공갹에서 클라센의 패스를 받은 각포가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것. 네덜란드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선수기용이 또 한 번 성공을 거두는 장면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에콰도르는 전반 25분 이후 페르비스 에스투피난을 중심으로 한 왼쪽 측면공격을 통해 서서히 기회를 만들어나갔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덴젤 둠프리스가 공격진영으로 올라오지 못하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했다.  

다만 에콰도르에겐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31분 에네르 발렌시아의 슈팅이 네덜란드 노페르트 골키퍼에게 막힌 데 이어 전반 48분 코너킥 상황에서 앙헬로 프레시아도의 슈팅을 에스투피난이 방향을 바꿔 동점골을 넣었으나 동료 잭슨 포로조의 시야방해로 인한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취소되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후반 5분 결실을 맺었다. 중원에서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볼을 뺏은 뒤 이어진 공격기회에서 에스투피난의 슈팅을 네덜란드 노페르트 골키퍼가 막아냈으나 흘러나온 볼을 에네르 발렌시아가 밀어 넣으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것.  

동점골 이후 경기 주도권은 에콰도르가 가져갔다. 기동력 싸움에서의 우위를 통해 중원 장악에 성공하면서 네덜란드를 압박해 나갔고 이를 통해 후반 13분 곤잘로 플라타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네덜란드는 후반 시작과 함께 멤피스 데파이를 투입했으나 별다른 결실은 없었다. 데파이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것이 눈에 띄었고 팀 전체적으로도 기동력과 속도 싸움에서 밀리다보니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네덜란드는 후반 20분 툰 코프메이너스의 슈팅이 나오기전까지 후반전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판 할 감독은 후반 23분 클라센 대신 베르하위스를 투입한 데 이어 34분에는 코프메이너스와 각포대신 마르텐 더 룬, 뷔트 베호르스트를 투입하며 중원과 최전방에 변화를 줬다. 에콰도르 알파로 감독은 후반 28분 미첼 에스트라다 대신 제레미 사르미엔토를 투입한 데 이어 후반 44분에는 부상을 입은 에네르 발렌시아와 곤잘로 플라타를 빼고 케빈 로드리게스와 호마리오 이바라를 투입하며 이에 맞대응 했다.  

그러나 경기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양팀 모두 전방에서 파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결국 사이좋게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개막전에 이어 또 한번 돋보인 에콰도르의 경기력

지난 21일 열린 개막전에서 에콰도르는 카타르를 2대 0으로 물리치며 월드컵 92년 역사상 최초로 개최국의 첫 경기 패배를 안긴 팀으로 기록됐다.  

그런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4-4-2 포메이션을 꺼내든 에콰도르는 시종일관 강한 압박과 속도감 있는 공격전개, 엄청난 기동력을 선보이는 등 전술싸움에서 카타르를 압도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이로 인해 에콰도르는 네덜란드와 세네갈의 16강 진출이 유력했던 A조 판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

그리고 25일 맞이한 네덜란드와의 2차전. 에콰도르는 카타르전과 달리 5-4-1 포메이션으로 나서며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치고자 했다.  

포메이션의 변화가 있었지만 에콰도르는 카타르전에 선보였던 경기력을 그대로 선보였다. 비록 전반 5분 만에 네덜란드 코디 각포에게 실점하며 불안한 출발을 펼쳤지만 왼쪽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가운데 중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서서히 경기를 주도해나갔고 후반전에는 네덜란드를 압도하다시피한 경기운영으로 승점 1점을 획득하게 된다.

에콰도르가 얼마나 주도적인 경기를 펼쳤는지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볼 점유율에서는 55대 45로 열세였으나 이는 네덜란드가 후반전 자신들의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이 컸으며 슈팅 수는 15대 2로 에콰도르가 무려 7배나 많았다. 즉 결정력만 좀 더 따랐으면 에콰도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에콰도르가 이날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페르비스 에스투피난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5-4-1 포메이션의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그는 적극적인 돌파,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공격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존재로 인해 에콰도르는 전반 25분부터 공격의 활로가 열리면서 경기를 주도하게 된다.  

그의 활약은 후반 5분 결실을 맺는다. 카이세도가 볼을 차단하면서 시작된 에콰도르의 공격에서 볼을 받은 에스투피난은 왼발로 낮게 깔아찬 슈팅을 통해 에네르 발렌시아의 동점 골에 관여했다. 이를 통해 전반 막판 자신이 넣은 득점이 오프사이드 선언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풀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상당한 공헌을 했다. 에스투피난의 존재로 인해 네덜란드의 오른쪽 윙백 덴젤 둠프리스는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데일리 블린트의 왼쪽 공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은 결국 이날 네덜란드의 슈팅 2개에 그치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분명 에콰도르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를 극복해내면서 값진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스투피난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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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네덜란드 에콰도르 에스투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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