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무지개 완장' 금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입을 가린 독일 대표팀 선수들

국제축구연맹(FIFA)의 '무지개 완장' 금지에 항의하는 의미로 입을 가린 독일 대표팀 선수들 ⓒ 독일축구협회

 
차별 금지를 의미하는 '무지개 완장' 논란이 법정까지 갈 가능성이 커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 독일축구협회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무지개 완장 착용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독일축구협회 대변인은 "FIFA가 다양성과 인권의 표현을 금지했다"며 "FIFA는 자세한 설명 없이 제재 위협을 가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FIFA의 제재가 합법적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글랜드축구협회도 FIFA의 무지개 완장에 대한 제재를 CAS에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지개 완장 못 찬 독일 선수들, 입 가리고 항의

CAS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심판하는 독립 기구로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두고 있다. 

앞서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등 유럽 7개 팀 주장들은 카타르의 여러 차별과 탄압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려고 했다. 

그러나 FIFA는 정치적 구호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규정을 들어 반대했고, 만약 완장을 차고 나오면 경기에서 옐로카드(경고)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FIFA의 결정에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으로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개최국 카타르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선수들은 무지개 완장 착용을 포기했으나, 경기장 안팎에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3일 독일 대표팀 선수들은 일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 앞서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일제히 오른손으로 입을 가렸다. FIFA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항의였다.

독일축구협회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사진을 올리면서 "완장을 착용하든 안 하든, 우리의 목소리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 찾은 장관들, 선수들 대신 완장 찼다 
 
 카타르월드컵을 관전하러 온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무지개 완장'을 차고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난 것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카타르월드컵을 관전하러 온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이 '무지개 완장'을 차고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난 것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또한 카타르 월드컵에 자국 대표팀 경기를 보러온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 하자 라비브 벨기에 외무장관 등 고위 관료들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만날 때 무지개 완장을 차고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카타르를 방문해 "어떤 식이든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것을 우려하며, 그것이 다양성과 포용을 위한 표현일 때 더욱 그렇다"라며 "선수들에게 그런 가치를 지지하는 것과 경기에 나서는 것 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개최국의 법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며 무지개 완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위스 대표팀의 그라니트 자카는 24일 카메룬과의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곳에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하러 온 것"이라며 "어떤 행동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벨기에 대표팀의 에당 아자르도 "우리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축구를 하러 카타르에 왔다"라며 "만약 독일이 그런 행동(손으로 입을 막는)을 할 시간에 경기에 더 집중했다면 일본을 이겼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카타르월드컵 독일 무지개완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