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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생계계의 먹이그물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이 생계계의 먹이그물을 만들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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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그에 어울리듯 단풍이 절정이다. 공기의 느낌이 달라져 공기마저 차분해진 늦가을의 하루다. 아이들과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가는 날이었다.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수업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번 수업은 '생태계 평형'이었다. 주제가 참 어렵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생태계부터 정의해 보기로 했다. 생태계는 생물군집과 그 군집이 접한 비생물 환경(물리적, 화학적 환경)이 유기적인 집합을 이룬 것을 말한다.

'먹이사슬' 개념이 나온다. 먹이사슬은 생명체 내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일차원적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생산자인 풀을 1차 소비자인 메뚜기가 먹고, 이 메뚜기는 2차 소비자인 개구리에게 잡아먹히고, 개구리는 최종 소비자인 매에게 잡아먹히는 관계다.

'먹이그물'은 여러 개의 먹이사슬이 서로 얽혀 그물처럼 보이는 것을 말한다. 풀을 먹는 초식동물은 메뚜기뿐만 아니라 토끼, 쥐 등이 있으며 메뚜기는 개구리에게만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들쥐와 거미, 메추라기에게도 잡아 먹힌다.

개구리는 매에게만 잡아먹히는 것이 아니라 올빼미에게도 잡아먹혀 서로 얽히고설켜 그물을 이룬다. 이 순환 과정이 안정되어 생태계를 유지하면 생태계 평형이다.

그럼 아이들과 이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풀어 갈까? 일단 우리가 사계절을 다녔던 학교 주변 숲 생태계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이런 건 교실에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둘러 본 숲은 잊어버리고 25명의 아이들에게 각자 역할을 주었다.

어떤 아이는 풀, 어떤 아이는 나무, 어떤 아이는 호랑이, 어떤 아이는 개구리, 어떤 아이는 뱀, 어떤 아이는 메뚜기 또는 버섯이 되기도 했다. 둥그렇게 앉은 아이들에게 털실 뭉치 하나를 던져 주고 서로 어떻게 필요한 관계가 되는지 말해보기로 했다.

메뚜기는 먹을 풀이 필요하고, 풀은 자라기 위해 햇빛이 필요하고, 햇빛은 풀을 자라게 하고, 풀은 애벌레가 먹고, 애벌레는 참새에게 잡아먹히고, 참새는 매에게 잡아먹기고, 매는 죽으면 버섯이 와서 분해해 주고, 버섯은 다시... 스물다섯의 생명체들은 스물다섯 각자의 존재 이유로 세상에 꼭 필요했다.  

1955년 중국 마오쩌뚱 정부는 농촌 생산력 증진을 위한 대약진 운동의 일환으로 '제사해' 운동, 참새·모기·쥐·파리 박멸 운동을 진행했는데, 당시 마오저뚱이 들판 참새가 벼를 쪼아 먹어 쌀을 축내는 것을 보고 참새를 해로운 동물이라 칭하고 박멸운동에 들어갔다.

1958년 한 해 동안만 참새 2억1000만 마리가 학살당해 거의 멸종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참새가 잡아먹고 살았던 애벌레와 메뚜기 등 곤충이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대흉년이 발생했다. 그해 2000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는 가축을 잡아먹고 사슴 같은 야생동물을 해치는 등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아 사람들의 철천지 원수였다. 그래서 늑대를 모두 소탕해 버렸다.

늑대가 사라지자 사슴의 개체 수는 급격히 늘어나 눈에 보이는 풀뿐만 아니라 나무의 어린순까지 모조리 뜯어 먹어 버려 환경이 황폐해졌고,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렸다. 그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공원에 늑대를 들여오면서 사슴 개체 수가 조절됐고, 남아있는 사슴들은 더 건강해졌다.

모기가 기승인 시기에 수업하면 아이들은 모기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산모기에 물려 가려워하고 부풀어 오르는 아이들의 살갗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기가 밉다. 하지만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모기도 꼭 필요해서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더 잘 살아갈 수 있으려면 모기도 필요하고 파리도 필요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그렇다고 그들의 개체 수를 늘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나경(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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