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는 무엇일까?

내가 전라남도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식당이든, 택시 안에서든,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든 항상 듣는 이야기는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의 성적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스포츠라 하면 단연 프로야구일 것이다. 나는 야구라는 스포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축구나 배구 등에 열광하는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3~4시간을 느긋하게 진행하는 야구라는 스포츠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들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의 성적과 선수들의 이동에 관해 하룻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로 열광하고 즐거워한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 야구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아마도 지역의 색이 뚜렷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리라. 

일자리를 찾아 호남을 떠난 서울 이주민들은, 해태 타이거즈의 잠실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야구장을 꽉 채웠다고 한다. 머나먼 타향살이의 설움을 고향 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가를 부르짖으며 달랬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어떠한 팀을 응원하는 데에는, '지역'이라는 정서가 기반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야구는 잘 보지 않지만, 류현진 선수의 선전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를 한창 챙겨보던 적이 있었다. 

미국의 야구 팀들은 숫자가 굉장히 많은데, 야구팀을 후원하는 대기업 스폰서의 이름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팀 명칭과는 다르게, 그들은 야구팀 연고지의 지리적 특색을 팀 이름에 넣는다. 

현재 김하성 선수가 활약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라는 팀이 있다. 이곳은 과거 멕시코의 영토였는데, 라틴아메리카 국가 특성 상, 구교인 가톨릭의 교세가 높았던 곳이다. 샌디에이고에 최초로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수도회가 세워진 데에서 유래해, 스페인어로 '신부'를 뜻하는 Padres가 팀의 마스코트이자 이름이 되었다. (영어로는 Father)

김병현 선수가 활약했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벡스라는 팀은, 미 대륙 중앙부의 매우 건조한 사막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 사막에서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마름모꼴 무늬를 가진 방울뱀이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이를 팀의 상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최지만 선수가 활약했던 밀워키 브루워스라는 팀명은 술을 만드는 양조업자를 뜻하는데, 독일에서 이주한 이주민들이 자국에서 마시던 맥주를 만들기 위해, 가장 독일과 위도, 즉 기후환경이 비슷한 밀워키 지역에서 맥주를 만들어 팔던 것이 팀의 상징이 되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맥주가 편의점에서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밀러(Miller) 맥주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미국 농구팀 중에도 연고지의 지리적/역사적 특징을 살려 팀명을 지은 사례가 많다. 스포츠 본연의 재미도 있지만, 팀명의 유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의 매력과 특징들을 알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백미이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에서도 '지리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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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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