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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A고 피해학생이 직접 기재한 수능 응시원서(기록용). 분명히 '영어영역' 응시를 명시해 놓았다.
 경기 A고 피해학생이 직접 기재한 수능 응시원서(기록용). 분명히 "영어영역" 응시를 명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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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한 학교의 응시원서 입력 실수가 해마다 반복되어 학생이 잇달아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교육부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3일 경기 공립 A고와 이 학교 학부모, B교육지원청,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담임교사의 2023학년도 수능 원서 입력 실수로 영어영역 시험을 보지 못할 위기에 내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생은 수능 원서 기록용 문서에 '영어' 시험을 보겠다고 적었지만, 담임교사가 지난 8월 22일 응시원서 접수 프로그램에 '영어 시험 미 응시'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준비해온 영어 시험을 볼 수 없게 된 해당 학생은 심한 불안감에 병원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교육지원청은 지난 7일 피해 학부모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A고 담임교사는 프로그램에 내용 입력 시 실수를 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종적으로 학생 본인이 실제로 인쇄된 응시원서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한 후 서명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한 부분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 학부모는 <오마이뉴스>에 "우리 자녀에게 확인해보니 인쇄된 응시원서 영역별 최종 확인 체크 문서에 우리 자녀가 직접 체크한 바도 없다고 한다"면서 "이런 사실을 지난 9월 22일에서야 뒤늦게 알게 된 우리 자녀는 많이 우는 등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 신경 안정을 위한 병원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상당수의 대학이 수능 '영어영역' 점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 학생이 영어 시험을 보지 못할 경우, 올해 대학입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이 학부모의 판단이다. 

이 학부모는 조만간 A고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A고 관계자는 "담임교사가 실수로 영어 시험을 누락 신청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 맞지만, 학생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육부나 교육과정평가원이 실수를 수정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면서 "수능 시험일이 오는 11월 17일인데, 이미 9월에 발견된 실수를 두 달 전에도 수정할 수 없다니 너무도 안타깝고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실수를 벌인 해당 담임교사 또한 신경 안정을 위한 병원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같은 수능 응시원서 기재 실수에 따른 학생 피해는 해마다 거듭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만 해도 수능 응시생이 50만8030명에 이르는 등 대상 학생이 많다보니 실수 또한 생겨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교육부가 만든 '수능 응시원서 접수 시 발생된 문제 사례' 문서를 보면 2020학년도, 2019학년도, 2017학년도, 2014학년도에도 교사가 수능 응시영역을 잘못 입력하거나 입력을 누락해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못했다.

특히, 2014학년도에는 교사가 수능 원서를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하는 것을 모른 채 응시원서 마감기간을 넘겨 해당 학교 고3 12명의 학생이 수능에 응시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행정기관인 학교의 실수 때문에 학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정정 불가"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9월 28일 오후 한 학교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202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9월 28일 오후 한 학교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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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수능업무지침에 따라 수능 원서접수 기간이 마감되면 정정은 원칙적으로 어렵다"면서 "수능 원서접수가 워낙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수정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8월에 발표한 수능 원서접수 안내문에서도 "응시원서 접수 기간이 지난 후에는 취소 또는 변경이 불가능하므로 취소 또는 변경 신청은 반드시 접수기간 내에 완료해야 한다"고 적어놓기는 했다. 올해 수능 원서 접수기간은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였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대학입시를 담당해온 한 사립고교 교사는 "학교의 실수가 명백한데도 교육부가 내부 지침만 내세우며 수정을 허락하지 않는 태도는 학생의 억울한 피해를 해결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지침만 우선시하는 본말전도 행동"이라면서 "사실 지금과 같이 전산시스템이 발달한 상황에서는 수능 신청 내역을 변경하는 것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태그:#수능 원서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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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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