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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낮 시가현 미이데라 절에 있는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 신라신사에 다녀왔습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 한반도에 있었던 '신라'라는 이름을 사용하거나 '신라신'을 모신 신사가 전국에 있습니다. 2002년 데와 히로아키(出羽弘明)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키나와를 빼고 일본 전국에 140여 곳이 넘습니다.
 
신라선신당 앞모습입니다. 입구 왼쪽에는 마취목, 오른쪽에 동백이 심겨 있습니다.
 신라선신당 앞모습입니다. 입구 왼쪽에는 마취목, 오른쪽에 동백이 심겨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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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이잔 산에 있는 엔략쿠지 절은 천태종 종단의 본부 절입니다. 미이테라 절은 산 헤에이잔 산아랫 쪽 가까이 있습니다. 미이데라 절은 일본에서 천태종 종주였던 엔칭(円珍, 814.4~891.12) 스님이 지었습니다.

엔칭 스님이 당나라서 공부를 하고 귀국(853-858년)하던 중 한반도 바닷가를 지나면서 태풍이 불어서 난파 위기에 부딪힙니다. 이때 환상 속에서 엔칭 스님은 해신 장보고를 봅니다. 너를 무사히 보호하여 일본에 데려다 주겠다. 불교 절을 지을 때 온조지(園城寺, 원성사)라는 이름을 사용하라는 명을 받습니다.

엔칭 스님은 이런 사실을 겪으며 무사히 일본에 도착하여 천태종을 세워가며 절을 지었습니다. 이 때 히에잔 산 아래에 터를 잡고 먼저 절터 북쪽에 신라선신당을 지어서 토지신으로 장보고를 해신으로 모셔놓고 온조지 절을 완성했습니다. 이후 신라선신당은 온조지 미이데라 절의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고 신라신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선신당에 모셔진 신라명신 좌상 해신 장보고 상입니다. 일본에서 국보로 정해져 있습니다.
 신라선신당에 모셔진 신라명신 좌상 해신 장보고 상입니다. 일본에서 국보로 정해져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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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선신당 문 앞 왼쪽에는 마취목, 오른쪽에는 동백꽃이 심어져 있습니다. 일본에서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잎이 말려서 통째로 떨어진다며 사람 목이 떨어지는 것을 상징하여 부정적 인상이 강합니다. 왼쪽에 심어진 마취목은 가을철 하얀 꽃 봉오리가 생겨 겨울을 지나 이른 봄 멋진 향기를 풍깁니다.

마취목과 동백꽃은 장보고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장보고가 신라에서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만 일본에서는 신라신으로 대접을 받으며 이름이 기억되고, 해마다 기념하여 기리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천태종 불법을 무사히 일본에 가져올 수 있도록 지켜 보호하고, 그것이 불꽃처럼 번져 일본에서 천태종이 꽃을 피워 만인의 신앙이 되었습니다. 장보고는 그 천태종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온조지(園城寺, 원성사) 미이데라(三井寺) 절에서 보관하고 있는 신랑명신상 해신 장보고 그림입니다. 신라 명신은 왼손에 주석으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에는 두루마리 경서를 들고 있습니다. 무사의 승리와 스님의 불법을 나타냅니다. 원래 온조지 절은 미이데라 절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온조지(園城寺, 원성사) 미이데라(三井寺) 절에서 보관하고 있는 신랑명신상 해신 장보고 그림입니다. 신라 명신은 왼손에 주석으로 만든 지팡이를 들고, 오른손에는 두루마리 경서를 들고 있습니다. 무사의 승리와 스님의 불법을 나타냅니다. 원래 온조지 절은 미이데라 절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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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본에서 장보고는 신라신으로 추앙을 받으며 일본 전국 140여 곳 이상으로 퍼졌습니다. 신라신 장보고는 바다의 안녕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해신입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 일본에서 해신은 생활을 지켜주고, 풍요를 가져다 주는 최고의 신입니다. 신라신 장보고 해신의 영험은 엔칭 스님의 구원 설화에서 입증되어 사람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었습니다.

신라신 장보고 해신은 신라명신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왕실을 보호하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교토교엔 왕궁이 헤에이잔산에 있는 적산선원 신사와도 일직선으로 배치하여 신라신의 가호와 보호를 기원했습니다. 적산선원은 적산대명신 신라신을 모신 신라신사입니다.

교토 둘레에는 신라 신사를 지어서 교토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신라신사 여러 곳에서 신라신으로 일본 건국 신화에서 나오는 '수사노미코토(素戔嗚尊)'를 받들어 모시며 제사하기도 합니다.

처음 미이데라 절을 들어서며 절 안내도에 신라선신당이라는 건물을 보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왜 불교 사찰인 미이데라 절에 '신라'라는 이름이 들어간 신당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제 신라신 장보고가 해신으로 엔칭을 구하고, 엔칭이 미이데라를 지으며 섬기기 시작했다는 기록으로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온조지(園城寺, 원성사) 미이데라(三井寺) 절 안내도, 오른쪽 위에 신라선신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온조지(園城寺, 원성사) 미이데라(三井寺) 절 안내도, 오른쪽 위에 신라선신당이 그려져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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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리집 : - KBS 실험실 <해신 장보고 1부>, 2003년 1월 4일 
- KBS 역사스페셜 <신라 명신의 비밀>, 2009년 12월 19일
- 데와 히로아키(出羽弘明) <신라 신들과 고대 일본 - 신라 신사가 말하는 세계>(동성사), 2004년 5월 1일
- 데와 히로아키(出羽弘明), 일본경제신문, 2001년 12월 18일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신라선신당, #미이데라 절, #온조지(園城寺, 원성사), #신라신사, #신라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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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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