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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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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인권이사국 연임 실패는 예고된 일이었다. 북한 손 한 번 잡아보겠다고, 인권과 자유의 연대를 내팽개쳤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대한민국이 국제연합(UN) 인권이사국 선거 연임에 실패한 것을 두고 여야가 정반대의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등 여권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소홀했기 때문에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부 등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상당히 희박하다.

주호영 "문재인 대통령, 왜 유독 북한 인권 문제에만 침묵했나"

한국은 현지시각으로 11일, 미국 뉴욕 UN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2023~2025년 임기의 이번 이사국 지위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건 4석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123표를 얻으며 입후보한 6개 국가 중 5위에 그쳤다.

한국은 처음 인권이사회에 입성한 이후 2006~2008년, 2008~2011년, 2013~2015년, 2016~2018년, 2020~2022년 현재까지 이사국을 역임해오고 있다. 2012년과 2019년의 공백은 규정상 3연속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1년씩 쉰 것이다. 후보로 출마했는데도 떨어져서 이사국 지위를 잃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인권 범죄를 규탄하는 UN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2019년부터 연속 4년간 불참했다"라며 "민주당은 다수 의석수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거부하는 바람에, 북한인권재단은 6년째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과 입만 열면 인권을 부르짖던 사람들의 실체"라며 "세계 유일 독재국가이자 반인권국인 북한 앞에만 서면 비굴해졌다. 이들에게는 인권마저도 한낱 '패션'일 뿐이었는지, 왜 유독 북한 인권 문제에만 침묵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본인 페이스북에 관련 보도를 거론하면서 "민주당 정권이 망친 외교의 결과가 이렇게 수모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워싱턴 정가에서 만난 인사들은 대한민국이 방글라데시,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밀린 것이 충격적이면서도 납득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 국제적 기대가 컸는데 정작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이 누적됐다는 얘기"라고도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한국의 낙선에 대해 "꽤 부정적인 충격"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아시아 국가 중 다섯 번째에 그쳐 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 한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탈락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4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 이날 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아시아 국가 중 다섯 번째에 그쳐 이사국에 진출하지 못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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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요소가 UN 인권이사국 선거 낙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 특히 국민의힘이 이를 전 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적을 수차례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가 정말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도중 치러진 그 직전 선거에서 한국이 당선된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공석이었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는 등 북한 인권을 중점 이슈로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 인권을 중요시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북한 인권 관련 대처가 미흡해서 낙선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 문제에 있어서 서방 진영과 번번이 충돌해온 중국이 여전히 인권이사국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의 주장을 반박하는 예시이다.

이번에 한국 대신 올라간 4개의 아시아 국가는 방글라데시·몰디브·베트남·키르기스스탄이다. 이들 국가들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단정짓기도 어려울 뿐더러, 오히려 세계자유지수 등 여러 인권 지표가 한국보다 열악한 곳들이다. 국제인권협회가 11일 공개한 인권이사회 후보국 스코어카드에서도 해당 국가들은 한국보다 훨씬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인권 문제는 성소수자, 난민 등 보수정당이 외면해 온 이슈까지 다수 포함된다.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의힘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외신과 국제인권단체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A)>는 한국이 떨어지고 베트남이 당선된 점을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휴먼 라이츠 와치(HRW)의 UN 이사인 루이스 샤르보노는 "베트남과 같은 학대적인 정부를 의회에 선출하는 것은 그 신뢰성을 훼손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HRW는 한국의 북한 인권 관련 입장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이다.

<로이터> 통신 역시 한국의 낙선 소식을 보도하며 "이번 선거가 심하게 분열된 의회 내에서 권력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라는 일각의 평가를 전했다. 또한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제네바 사무소의 올라프 위엔체크 소장은 해당 기사에서 한국의 낙선을 "꽤 부정적인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외교부 "여러 요소가 복합적 작용... 과도한 입후보로 가용표 조기 소진"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외교부 역시 이 같은 정치적 해석에 거리를 뒀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 인권 문제가 이번 낙선에 영향을 미쳤는지 질문이 나오자 "여러 요소가 여러 방향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뭐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직접적이고 큰 원인은 선거 입후보가 너무 많았다는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해당 관계자는 "올해 선거에 과다한 입후보로 선택과 집중을 못한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는데, 올해 중점 선거 4개, 주요 선거 6개, 일반 선거 4개 등 14개의 선거를 몰아서 치른 게 이번 낙선의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었다. "국제기구 선거에서는 국가들 사이에 서로 입후보에 대해서 상호 지지·교환 지지 하는데, 우리의 과도한 입후보로 인해서 가용표가 조기에 소진이 됐다"라는 것.

그는 "국제기구 선거에 대한 과다한 입후보가 우리의 교섭력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라며 "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그룹의 경쟁국들은 소수 선거에 집중하고 1~2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준비하면서 득표 전략상 우위에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한국이 많은 주요 국제기구에 지속적으로 진출한다는 견제심리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도 덧붙였다.

태그:#UN인권이사국, #국민의힘, #북한인권, #주호영,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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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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