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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노동자들은 고객이 더 많이 몰린다는 이유로 주말과 명절에 평소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출근하고 더 바삐 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무휴업을 통해 주말에 마트가 전체적으로 쉬어야, 노동자의 휴식권 및 건강권이 최소한으로 보장될 수 있다. 여기서 의외로 중요한 것이 기초지자체의 역할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현재 대형마트(대규모점포)와 준대규모점포에 월 2회 적용되고 있는데, 쉬는 요일을 각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영업 제한 현황 전수조사에 따르면, 177개 지자체 중 일요일 1회와 평일 1회 혹은 평일 2회만 쉬는 곳은 51곳이다. 전남 영암군과 울산 울주군은 조례조차 제정되어있지 않아 의무휴업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마트 의무 휴업을 폐지하고자 했던 국무조정실이 대구 홍준표 시장과 간담회를 갖고, 대구시 차원에서 의무휴업일 일괄 평일로 바꾸는 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주말 의무휴업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영향과 지자체 및 지역 운동의 역할 및 과제를, 홈플러스 울산 남구점에서 19년째 일하고 있는 마트노조 울산본부 손상희 부본부장과 8월 31일 만나 들어보았다.
 
마트노조 울산지역본부가 울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무휴업폐지 반대 선전전
 마트노조 울산지역본부가 울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무휴업폐지 반대 선전전
ⓒ 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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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으로 주말에 더 높아지는 노동강도

"사람이 많이 들어오는 날 마트가 문을 닫는 게 최선의 답일 것 같아요. 그래야 우리 의 몸이 더 건강해져요." 

마트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답변이다. 이처럼 사람이 많이 오는 주말에 쉬는 것은, 노동강도 완화의 측면에서 건강권 향상에 필수다.

"평일과 비교했을 때, 일요일에는 고객이 배로 와요. 그러다 보니 직원들도 일요일에 더 많이 나와야 하고, 일하는 동안에도 더욱 쉬기 힘들어요. 평일보다 주말에 일을 더 빡빡하게 해서, 더 힘들고 지치죠."

또한 마트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놓여있는데, 여기에 주말에 손님이 더 오는 상황이 더해져, 주말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장에 사람이 줄어서 그런지 노동강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200명이었다면 지금은 150명, 이렇게요. 퇴직 나이가 되어 사람은 나가는데 충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주말에 계산대가 6~7대 열렸지만, 현재는 세 대가 열려요. 계산원 6~7명이 받는 손님을 3명이 받는 거죠. 당연히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고요."

주말 휴무가 노동자의 몸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손 부본부장은 주말 휴무가 충분한 휴식, 가족·친구들과의 관계 형성 등 많은 영역에서 매우 필요하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하였다. 또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 관계를 만드는 데도 중요하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젊은 사람들의 경우, 주말에 아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을 안 가기 때문에, 육아의 부담이 주말에 더 큰 경우가 많아요. 한편,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일요일마다 가정에 대소사가 많이 생기는 때가 많고요. 저 같은 경우는 손주가 있는데 한창 예쁠 때예요. 주말에나 볼 수 있는데, 마트가 안 쉬니까 일하다 보면 못 보게 되죠. 그런 게 요즘 참 눈에 밟히더라고요. 

내가 개인적으로 연차를 잡고 쉬는 것과 회사가 아예 문을 닫는 것은 차이가 커요. 전체적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면 동료들과 행사를 할 수도 있어요. 단합대회를 하든 무엇을 하든, 회사가 문을 닫아야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안 그러면 쉬는 날이 달라서 전체적으로 만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조합원들과의 소통, 이런 걸 할 수 있어서 좋죠."


마트 노동자들은 불규칙하고 짧은 간격으로 스케줄이 고지되고, 연·월차 사용이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인들은 주말에 '개인적으로' 쉬는 것에 대해 서로 눈치를 보게 하거나, 내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연차휴가를 쓰기가 힘들어요. 전체적으로 문을 닫으면 그냥 다 쉬면 되잖아요. 그렇게 안 하니까 서로 주말에 휴무잡으려고 하면서, 동료들 간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도 해요. 물론 이런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죠, 같은 동료니까. 그런데 관리자한테 가서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저 사람은 왜 세 개나 줘요, 나는 왜 한 개밖에 안 줬어요.' 이런 식으로요. 웃기는 말이지만 스케줄 짜는 사람이 저번 달엔 몇 개 쉬었는지, 이번 달엔 몇 개 쉬었는지 통계를 내기도 해요. 전체적으로 주말 통계를 내서, 이 사람이 저번 달에 적게 쉬었으니까 이번 달엔 더 주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쉬거나 동료들 간에 제비뽑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예요, 안에서."

의무휴업 폐지 저지 투쟁의 경험 

지난 8월, 윤석열 정부는 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시도했다. 마트 노조에서는 이에 맞서 투쟁을 한 결과 폐지 철회를 끌어냈다. 직영 노동자를 포함한 마트의 다양한 노동자들과 함께, 울산에서 투쟁했던 경험을 들어보았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다', '주말에 같이 놀고 싶고 함께 하고 싶다'는 얘기를 고객들 대상으로 했어요. 유인물도 주고 피켓팅도 많이 했어요. 하루는 피켓을 들고 있는데 한 시민이 지나가면서, "의무휴업을 왜 없애냐, 쉬어야지. 일요일에 놀아야지."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너무 감동받았어요. 그래서 "당연하죠, 맞죠. 우리도 주말에 쉬고 싶고, 일요일 네 개를 통으로 놀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얘기했어요.

또 마트 안 협력업체나 임대사업자들은 마트가 문을 닫지 않으면 못 쉬어요. 365일 혼자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저번에 울주군 메가마트 갔을 때도 그런 사람이 호소하더라고요, 명절 하루라도 문을 닫게 해달라고요. 그분들은 의무휴업 폐지 저지 투쟁할 때 우리처럼 행동은 못 했지만, 암암리에 서명 같은 걸 같이 했어요. 투쟁할 때 분위기는 좋았어요. 저지했을 때도 같이 기뻐했고요."


조례로 결정되는 의무휴업, 지자체와 지역 운동의 연대가 필요하다

손상희 님이 일하는 울산도 각 군·구별로 쉬는 날이 다르다. 동구는 공휴일 2회 의무 휴업이 적용되고 있지만, 북구와 중구, 남구는 공휴일 1회와 평일 1회 휴업이 적용되고 있다. 울주군은 조례조차 없어 의무휴업이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공휴일에 한 번 쉬는 조합원에게는 두 번 쉬는 조합원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제도는 정치와 연결되어 있다고, 손상희 님은 말한다.

"일요일에 두 번 쉬니까 부럽죠. 같은 날 쉬면 우리가 전체적으로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데, 그러지 못 하는 게 안타깝죠. 항상 동구를 보면 동경의 대상이에요. 부럽다, 이사 가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해요. 

처음 의무휴업 적용될 때, 북구와 동구는 구청장이 진보였기 때문에 바로 일요일 두 번을 쉬더라고요. 그런데 남구와 중구는 구청장이 보수거든요. 그러다 보니 수요일 두 번을 쉬는 거예요. 북구의 경우 처음에는 일요일 2번 쉬었는데, 구청장이 바뀌면서 바로 일요일 휴무가 없어졌어요. 정치를 어떻게 하고 구청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조례로 의무휴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직접적으로 노동자들한테 미치는 정치라는 게 어떤 것인가를 그때 눈으로 보고 느꼈어요."


노동자들의 쉴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어 지자체가 자본이 아닌 노동자 편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례 제정 이후에도 노동조합의 의견을 지속해서 묻고 반영했던 울산 동구의 사례를 들어보았다.

"회사가 의무휴업을 평일로 바꾸려고 계속 시도했어요. 무슨 협회에서 구청에다, 일요일에 마트가 쉬지 못하게끔 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그런 시도가 있었을 때마다 항상 동구청에서 노동조합에 연락해서, '의무휴업을 바꿔 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어요. 노동 조합 의견을 들은 뒤에 마트 본사 측에 '노동자들이 의무휴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고 통보하는 거죠. 몇 번을 뒤집어 엎으려고 한 거를 계속 그렇게 끌고가고 있어요."

울산 노동조합 차원에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의무휴업 확대 투쟁을 한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사업장 밖 정치 투쟁의 일환으로써 필요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의무휴업이 적용되지 않는 곳은 적용하고, 평일에 쉬는 곳은 일요일에 쉬게끔 만들고 확대하려는 투쟁이 필요해요. 이것을 울산에서는 어떻게 가져가 보자고 합의한 것은 아직 없어요. 저도 '동구는 2번 쉬고 있는데 왜 우리는 못 쉬고 있지? 한번 남구청에 가서 한번 싸워볼까?' 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도 바꿔야죠. 조례 만들라고 싸워야 할 것 같아요."

의무휴업 자체를 없애거나 평일로 적용하려는 시도에 맞서, 노동자의 쉴 권리, 건강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지자체별 조례 제·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이 주말 2회로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동시에 의무휴업 일수 및 적용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지역 노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 정당이 함께 연대·행동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우리도 일요일 두 번을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의제로 확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마트 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싸움이 필요합니다. 알아서 해주지는 않을 거니까요.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나 당과 같이 연대하는 게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과제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마트_노동자, #마트_노조, #의무_휴업, #마트_영업_시간, #쉴_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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