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야외무대 오픈토크 후 기념촬영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들

<브로커> 야외무대 오픈토크 후 기념촬영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들 ⓒ 부산영화제 제공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상영이나 야외행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학술행사인 포럼까지 좌석을 빼곡히 채우는 '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모습은 '이상 열풍'처럼 보인다. 이전 3년간 온라인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이번에 정상화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역시 첫날부터 북적이며 '아시아 영화 허브'라는 부산영화제의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남포동에서는 전국의 커뮤니티시네마 활동가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연대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축제와 산업을 넘어 새로운 대안과 방향 제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한글날 연휴를 맞은 주말,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장은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였다. 대다수 상영이 매진된 가운데 가장 좌석이 많은 야외극장도 예외가 없었다. 각종 행사와 파티가 밤새 이어지며, 해운대 주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영화인들로 넘쳐났다.
 
영화제 초반 흥행을 주도한 양조위 배우에 이어 8일 낮시간에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브로커> 오픈토크에도 관객 수천 명이 몰렸다. 관객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이지은(아이유), 이주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환호하는 등 야외 오픈토크는 인기 몰이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3년 만에 부산영화제를 찾은 영화관계자들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다시 마주한 부산영화제의 규모를 새삼 체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제작자는 "한국의 영화제는 부산영화제와 그 외 기타영화제로 구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1위인 부산과 다른 영화제들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환율에 영화제는 울상, 마켓은 표정 관리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 아우리픽쳐스 정상민 대표가 해외업체와 상담하고 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 아우리픽쳐스 정상민 대표가 해외업체와 상담하고 있다. ⓒ 성하훈

 
8일부터 시작된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도 국내외 참여가 부쩍 늘어나면서 3년 전보다 더욱 커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마켓을 책임지고 있는 오석근 운영위원장은 "올해 칸영화제 때 코로나19로 인해 아시아 쪽에서 참여가 많지 않았다. 세계 영화산업이 미주·유럽과 아시아가 중심인데, 아시아의 빈자리가 크니 다들 부산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나눴다"며 "그 약속대로 다들 부산으로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예상보다 참여가 많아 공간을 다소 늘렸으나, 이마저도 일찍 마감됐고, 참여 신청이 계속 이어졌는데도 받을 수 없었다"며 "아직 구체적 집계를 내지 않았으나 3년 전보다 확실히 늘어났다"라고 덧붙였다.
 
필름마켓은 영화를 사고파는 장터로서, 프랑스 칸영화제와 미국 아메리칸필름마켓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홍콩, 도쿄 등에 이어 후발주자로 뛰어든 부산이 경쟁하는 중이다.
 
아시아의 경우 인구수에서 중국 12억, 인도 10억, 아세안 10억 등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시장이 크다. 아세안 중심의 서남아시아 시장은 한류(K문화) 열기를 타고 한국 콘텐츠의 시장 잠재력이 큰 곳이기에 부산국제영화제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일 저녁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켓 개막 리셉션에는 베를린영화제와 도쿄영화제 마켓위원장에 이어 아세안 사무총장이 단상에 올라 축사를 전했다.
 
아시아에서 후발주자인 부산은 완성된 영화 외에 기획 중인 영화와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문학작품 등을 제작 투자자에게 연결하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당으로 북적이는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 내 스토리마켓

상당으로 북적이는 아시아컨텐츠&필름마켓 내 스토리마켓 ⓒ 성하훈

 
올해는 스토리마켓이란 이름으로 모든 콘텐츠의 시작인 스토리가 다양한 플랫폼으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거래되는 원천 IP 세일즈 마켓을 개설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인데, 첫 선을 보인 스토리마켓은 첫날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S, 스튜디오룰루랄라(SLL), 몬스터유니온을 포함한 국내 방송사 및 스튜디오와 MCMC, 그룹H,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래몽래인, 바람픽쳐스, 스튜디오앤뉴, 와이낫미디어, 팬엔터테인먼트 등 드라마 제작/투자사 200여 명이 영상화를 위한 원작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 참가해 활발한 상담을 진행하면서 마켓 관계자들의 표정도 고무적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도 "스토리마켓에 몰린 사람이 가장 많고 눈에 띈다"고 말했다.
 
스토리마켓에 부스를 개설한 '스토리모란단'의 한 관계자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상담이나 관심이 높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켓을 통해 10년 넘게 해외영화를 수입하고 시네마뉴원 원성진 대표는 "해외에 나가지 않고 부산에서만 작품을 구입한다"며 "매해 1~2편씩 사는 편으로 주로 부산영화제 상영작이 많고, 올해는 인도영화가 좋은 게 있어 감독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구입 가격은 평균 1만 달러 정도인데, 올해는 30% 정도 가격이 올랐다"며 지금까지 부산에서 구입한 <이다>, <거룩한 분노> 등이 비교적 괜찮은 흥행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매니지먼트 사업과 함께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제작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는 아이오케이의 한 관계자는 "첫날부터 3명의 직원이 부스를 다니면서 8건의 상담을 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며 "예전보다 참여업체가 많아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전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부스를 차린 전주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왼쪽)가 해외 관계자들과 상당하고 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 부스를 차린 전주영화제, 문성경 프로그래머(왼쪽)가 해외 관계자들과 상당하고 있다. ⓒ 성하훈

 
북적이는 마켓은 항공료 인상과 환율 문제로 해외 게스트 초청에 예산 압박을 받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다른 분위기다. 마켓의 한 관계자는 "참가비를 모두 달러로 받았는데, 환율이 올라 울상인 영화제는 다르게 마켓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영화제들에도 부스를 배정했는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첫날 준비해 둔 홍보물의 대부분이 소진돼 남아 있는 게 얼마 없을 정도였고,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남미에 거주 중인 문성경 프로그래머가 해외에서 찾아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영화제를 적극 알렸다. 
 
다시 모인 커뮤니티시네마 활동가들
 
남포동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비프 역시 북적였다. 특히 주말 행사에는 많은 관객들이 참여했다. 남포동 상영관인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영화제 기념품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잔뜩 쌓인 판매 전표를 들어 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커뮤니티시네마 단체 등이 모인 커뮤니티비프 '어크로스 더 시네마'

커뮤니티시네마 단체 등이 모인 커뮤니티비프 '어크로스 더 시네마' ⓒ 성하훈

 
특히 9일 열린 어크로스 더 시네마는 국내 커뮤니티시네마 활동가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커뮤니티시네마는 독립예술영화의 상영과 제작 배급, 강연, 미디어교육 등을 담당하는 활동을 포괄하는 의미다. 2018년 커뮤니티비프의 주도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게 계기가 돼 현재는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협동조합까지 구성돼 있다.
 
커뮤니티비프가 이들의 연대를 만들어준 것인데, 서울을 비롯해 전주, 목포, 대구, 원주 등에서 활동하는 지역독립영화제와 작은영화관 관계자들이 모여 강연과 포럼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힘을 불어넣으며 함께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밖에 안재홍 배우의 야외무대 행사와 심야상영인 '취생몽사'도 영화제 추억을 만드려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커뮤니티비프 야외무대 행사에 몰린 관객들

커뮤니티비프 야외무대 행사에 몰린 관객들 ⓒ 부산영화제 제공

  
 9일 시작된 학술행사 비프포럼 '가상의 제국 영화가 되다'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9일 시작된 학술행사 비프포럼 '가상의 제국 영화가 되다'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 부산영화제 제공


9일부터 시작된 학술행사 비프포럼도 높은 관심을 받으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첫날 주제인 '가상의 제국, 영화가 되다'는 미디어전환기를 맞아 변화의 양상들을 기술적 예술적 산업적 관점에서 분석 성찰했는데, 예상외로 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안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은 "모자란 걸 배우러 오면서 오붓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열공' 분위기였다"며 "영상자료원 김홍준 원장님의 기획에 솔깃한 사람들로 빼곡했고, 내용도 무척이나 알찼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부산영화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