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 JTBC

 
매주 금요일밤 모창 실력자들과 원조 가수의 멋진 대결이 펼쳐지는 JTBC <히든싱어7>이 이번엔 가요계 '센 언니' 제시를 소환했다. 개성 넘치는 목소리와 랩이 결합된 자신만의 음악, 통통 튀는 예능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제시는 등장 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그동안 보컬리스트, 디바 등의 애칭을 지닌 원조가수들과는 살짝 결을 달리하는 독특함을 지닌 인물 답게 "100표 받고 우승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도전에 응했다.   이곳을 찾아온 스타 음악인들이 의기양양하게 시작했지만 이내 당황하고 중간 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일이 속출했던 <히든싱어7>의 앞선 출연자들 이상의 자신감이 아닐 수 없었다.  

올해로 데뷔 18주년을 맞이했다는 제시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알아주는 게 너무 영광이다"라며 고마움을 표한 후 대결에 임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함께 출연한 모창 능력자들은 그대로 복사를 한 것 마냥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한 목소리를 들려주며 패널, 방청객 뿐만 아니라 커튼 뒤에 자리 잡은 제시 마저 당황시켰다. 

이번에도 모창능력자 대거 등장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 JTBC

 
​'어떤 X'로 시작된 1라운드에서 아쉽게 탈락한 일반인 참가자가 32표를 받은데 반해 제시에겐 26표가 몰리면서 자칫 시작과 더불어 탈락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린 것이다. 첫 탈락자는 과거 제시가 심사위원을 맡았던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 참가자였다. 이어진  2라운드 경연곡은 제시의 '시그니처 송'이라고 할 만한 '센 언니'였다. 

​"그때의 목소리와 달라 걱정된다. 나도 모창능력자들 따라 오버하게 될 것 같아서 음원대로 할 거다"라고 방청객과 연예인 패널들에게 경연에 임하는 각오를 전달했다. 또 한번 표가 대거 분산되면서 녹화 현장은 이번에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MC 전현무 특유의 쥐락펴락 진행과 맞물리면서 도저히 진짜 제시는 몇번 방에 있는지 다들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과거 래퍼, 안무 등으로 음악의 꿈을 가졌지만 결혼 이후 접게 되었다는 줌바댄스 강사가 45표를 얻으며 두번째 탈락자가 된 반면, 제시는 이번엔 8표만 얻으면서 여유있게 다음 관문으로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3라운드 역시 만만찮았다. 제시카 H.O로 데뷔했을 무렵 발표했던 '인생은 즐거워'가 세번째 경연곡으로 소개되었다.  

탈락 위기 딛고 제시 최종 우승​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 JTBC

 
<히든싱어>의 미덕 중 하나는 각 대표곡 속 숨겨진 비화를 당사자의 입을 빌어 듣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번 제시 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제시는 행사 등에서 '인생은 즐거워'를 부르는 걸 싫어했다고 한다. "그 노래를 가장 안 좋아했다. 인생이 안 좋을 때 그 노래가 나왔다"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어린 나이에 혼자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당시 빛을 보지 못한 채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갔던 사연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가수 도전에 나섰고 수년에 걸친 노력이 빛을 보면서 '인생은 즐거워' 역시 재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관객들과 함께 이 곡을 부르며 좋아하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2라운드 선전에 힘입어 비교적 무난하게 3라운드를 통과할 것 같았지만 <히든싱어7>은 여전히 만만찮았다. 간신히 3등으로 통과할 만큼 여전히 모창실력자들이 원조가수를 복제 수준으로 따라하면서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마지막 결승전에서 불리워진 제시의 노래는 2020년 발표된 '눈누난나'였다.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던데다 당시 워낙 바쁜 방송 활동까지 겹치면서 만족스러울 만큼 곡이 나오지 않았었던 모양이었다. 

​"이 노래로 나오기 싫었는데 운이 좋았다"던 이 곡은 결과적으로 각종 음원 순위를 석권했고 뮤직비디오 조회수 1억뷰를 돌파할 만큼 제시의 곡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렇듯 좋은 기운을 이어 받아 마지막 4라운드에서 제시는 무려 61표를 획득, 원조가수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힘이 되어 줄게요... 원조 가수 향한 응원​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 JTBC

 
<히든싱어> 시리즈에 출연하는 모창 능력자들 상당수는 원조 가수의 음악을 사랑해준 팬들로 구성되곤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유의 당당함이 깃든 가사로 용기를 얻고 똑같은 목소리 톤을 낼 만큼 제시 또한 그들에겐 '롤 모델'이 되어준 것이었다. 이른바 '송도 제시'로 최종 2위까지 오르게 된 일반인 참가자 송하율씨도 그 중 한명이었다. 7년 넘도록 박동성 이명, 섬유근육통을 앓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제시의 곡 중 '난 나이고 싶어' 가사를 써가면서 이를 견디곤 했다고 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워낙 고통이 심해 한때 안 좋은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때 우연히 보게된 제시의 공연 영상 속 멘트가 큰 감명을 전달해줬다고 한다.

"여기 아픈 사람 있어요? 아프면 안돼. 건강하게 살아야 돼! 당당하게. 오케이?"  

제시 특유의 어눌하지만 힘 넘치는 목소리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처럼 들린 것이었다.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JTBC '히든싱어7' 제시 편의 한 장면. ⓒ JTBC

 
"저희도 제시님을 보면서 다시 해보고 싶다라는 희망을 얻었거든요. 제시님도 힘들 때 있으시잖아요. 그럴 때 저희를 보면서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약도 줄이고 있다고 말하는 모창 실력자는 되려 자신에게 용기를 심어준 원조 가수에게 미약하지만 힘이 되어 주는 이야기를 건내 훈훈한 광경을 자아냈다.

​제시의 출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일부 시청자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통적인 방식의 가창력을 선사하는 유형의 가수가 아니었기에 때론 도가 지나친 날선 표현도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엉뚱한 캐릭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 수많은 히트곡으로 증명했다"는 패널 송은이의 표현 처럼 충분히 가치 있는 음악들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어준 제시는 이제 반대로 그들의 격려를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언제나 따뜻함이 담긴 <히든싱어7>는 이번 제시 편 역시 용기와 희망을 음악에 담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히든싱어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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