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지난 10월 6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앤 마리의 '2002', 저스틴 비버의 'Peaches',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 등 팝송이 한국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이따금 있다. 그 대업을 이뤄낸 또 다른 노래가 호주 출신의 2003년생 가수 더 키드 라 로이의 'STAY'다. 현재 올리비아 로드리고, 릴 나스 엑스 등과 함께 미국 Z세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요즘 가수'다. 호주의 한 랩 대회에 출전했던 그는, 미국의 래퍼 주스 월드(Juice WRLD, 1998~2019)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된다.

2020년 발표한 믹스테이프 'FUCK LOVE'로 음악계에서 이름을 알려가던 그는, 2021년 여름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난다. 캐나다 출신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가 피처링한 'STAY'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7주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의 힘을 입어, 2022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그의 음악을 들은 사람은 지난 1개월 동안 3600만 명을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유튜브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음원 차트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많은 Z세대의 메신저 프로필 음악으로 간택 받기도 했다.

""I know that I can't find nobody else as good as you
I need you to stay, need you to stay"
(너만큼 좋은 사람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단 것 알아.
그러니 내 곁에 있어줘. 내 곁에 있어줘.)

- 'STAY' 중


2021년 최고의 히트곡, 서울에 울려 퍼지다
 
 지난 10월 6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지난 10월 6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더 키드 라로이(The Kid Laroi)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지난 10월 6일, 서울 강서구 KBS 아레나에서 더 키드 라로이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 말미, '나의 절친인 저스틴 비버와 함께 부른 곡'이라며 'STAY'를 소개한 그는, 혼자서도 'STAY'를 빈틈없이 소화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쓴 팝 최고의 히트곡이 울려퍼지는 순간, 모든 관객들이 뛰면서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순간도 놓치지 말아야 겠다는 듯,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려는 관객도 어느 곡보다 많았다.

'오늘 내 목소리는 엉망이다'라며 자조하기도 했지만, 그의 라이브는 우수했다. 신곡 'Thousand Miles'에서는 1990년대 록밴드 보컬처럼 노래하는 한편, 드릴 스타일의 엔딩곡 'Paris To Tokyo'에서는 타격감 있는 랩을 들려주었다. 마치 '싱잉 랩은 노래와 랩을 모두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듯했다. 두 명의 밴드 멤버(드럼, 기타)의 존재감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락킹한 밴드 사운드는 더 키드 라로이가 추구하는 이모 랩(Emo Rap) 특유의 유약하고 음울한 정서를 완성했다.

홍보 부족 때문일까, 평일이었기 때문일까. 더 키드 라로이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공연이 흥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관중석에는 빈 곳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라로이는 아쉬운 내색 없이 공연에 임했다. 첫 곡 'Let Her Go'를 부를 때부터 무대의 모든 곳을 뛰어다녔다. 열성 팬들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모두 귀를 기울이고, 팬이 즉석에서 건넨 선물에 수줍어하기도 했다. 때로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고, 팬을 무대 위로 불러내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Without You'를 부를 때는 2층 좌석으로 올라가 관객들을 지휘하는 등, 무대를 넓게 활용했다. 가끔 앳된 모습이 묻어나기도 했지만, 그는 팬데믹 후 첫 월드 투어를 여유롭게 즐기는 프로였다.

주스 월드와 함께 불렀던 'GO'를 부르기 전, 더 키드 라로이는 고인이 된 멘토에 대한 대한 존경심을 고백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허스키 보이스를 듣고 있으면, 그는 주스 월드와 포스트 말론의 그림자 가운데에 있는 듯했다. 아직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해나가는 과도기 가운데에 있지만, 미완의 아티스트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10대 팝스타의 성장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키드라로이 더 키드 라로이 저스틴 비버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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