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배우 중 한 명인 톰 크루즈는 현재 극장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탑건:매버릭>으로 8일(한국시각)까지 세계적으로 13억 5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이는 지난 2018년에 개봉했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세웠던 7억 9100만 달러를 무려 5억 달러 이상 뛰어넘는 톰 크루즈 커리어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탑건: 매버릭>의 흥행이 더욱 대단하다고 평가 받는 이유는 <탑건>의 속편이 <탑건1>을 연출했던 고 토니 스콧 감독의 죽음 이후 무기한 연기됐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한동안 표류하던 <탑건> 속편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극적으로 부활했고 전 세계 관객들은 무려 36년 만에 다시 돌아온 <탑건: 매버릭>에게 13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으로 엄청난 호응을 해주고 있다.

<탑건:매버릭>의 엄청난 흥행으로 톰 크루즈의 대표 캐릭터가 파일럿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톰 크루즈의 진짜 대표 캐릭터는 <미션 임파서블>의 특수요원 이단 헌트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이 아닌 다른 작품에서도 특수요원을 연기한 적이 있다. 바로 2010년 카메론 디아즈와 9년 만에 재회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유쾌한 첩보영화 <나잇 & 데이>였다.
 
 <나잇 & 데이>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2001년 <바닐라 스카이> 이후 9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나잇 & 데이>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2001년 <바닐라 스카이> 이후 9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 20세기폭스코리아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한 감독

1963년 뉴욕에서 태어난 맨골드 감독은 1988년 애니메이션 <올리버와 친구들>의 각본을 쓰면서 영화계에 뛰어 들었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95년 <헤비>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맨골드 감독은 데뷔작 <헤비>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덴스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1997년에는 실베스타 스탤론과 하비 케이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한 <캅랜드>를 연출했다.

1999년 안젤리나 졸리에게 아카데미를 비롯한 4개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안긴 <처음 만나는 자유>를 만든 맨골드 감독은 2000년대 초반 맥 라이언과 휴 잭맨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케이트 앤 레오폴드>를 연출했다. 그렇게 관객들을 방심(?)시킨 맨골드 감독은 2003년 스릴러 <아이덴티티>와 2005년 리즈 위더스푼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앙코르>, 그리고 2007년엔 서부극 < 3:10 투 유마 >를 차례로 선보이며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 3:10 투 유마 > 이후 약 3년의 공백과 준비기간을 거친 맨골드 감독은 2010년 당대 최고의 스타배우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를 캐스팅해 경쾌한 첩보액션영화 <나잇 & 데이>를 선보였다. 1억 17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나잇 & 데이>는 세계적으로 2억 61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지만 북미에서의 성적이 7600만 달러에 그치면서 기대한 만큼의 높은 흥행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평소 슈퍼히어로 영화는 '2시간 짜리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히어로 영화를 비판했던 맨골드 감독은 지난 2013년과 2017년 <엑스맨>의 스핀오프 영화 <더 울버린>과 <로건>을 연출했다. <더 울버린>은 국내 관객들로부터 "일본색이 너무 짙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4억 달러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맨골드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로건>은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극찬을 받으며 제작비의 6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맨골드 감독은 같은 해 휴 잭맨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의 제작에 참여해 4억 3500만 달러의 흥행을 주도했고 2019년에는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이 출연한 <포드 V 페라리>를 연출했다. 현재 맨골드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에서 손을 뗀 <인디아나 존스> 5편의 감독으로 나서 각본 작업까지 참여해 지난 2월 촬영을 마치고 내년 6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단 헌트에게서 진지함을 뺀 캐릭터
 
 <나잇&데이>는 <미션 임파서블>의 화려함 대신 코믹하고 멜로적인 감성이 더 많이 들어간 첩보 액션영화다.

<나잇&데이>는 <미션 임파서블>의 화려함 대신 코믹하고 멜로적인 감성이 더 많이 들어간 첩보 액션영화다. ⓒ 20세기폭스코리아


사실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라는 확실한 프랜차이즈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출연하는 영화의 편수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예외다. 톰 크루즈는 2011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개봉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필요 없는 공백을 만들지 않기 위해 2010년 <나잇&데이> 출연을 결정했다(실제 톰 크루즈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13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단 헌트로 관객들에게 익숙한 톰 크루즈의 액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카메론 디아즈 역시 <미녀삼총사> 시리즈를 통해 액션연기를 소화한 경험이 풍부한 배우다. 하지만 <나잇 & 데이>에서 디아즈가 연기했던 준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옛날 자동차를 복원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다른 영화라면 멋진 액션으로 적을 쓰러트렸을 디아즈가 겁에 질려 로이(톰 크루즈 분)에게 붙어 있는 장면들은 낯설고도 새로운 재미가 있다.

<나잇 & 데이>는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첩보요원 로이와 자동차 복원일을 하는 여성 준이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액션영화다. 물론 <나잇 & 데이>는 1억 달러가 넘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지만 영화 곳곳에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흔적(?)이 자주 보인다. 특히 준은 로이가 준 약을 먹고 가수면 상태에서 로이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온갖 위험한 순간들을 극복한다.

<나잇 & 데이>의 두 주인공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는 이미 지난 2001년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에서 한 차례 연기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당시에는 카메론 디아즈가 톰 크루즈를 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끔찍한 결말을 맞지만 <나잇 & 데이>에서는 점점 가까워지면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특히 초반 마냥 겁 많은 캐릭터였던 준이 점점 대담해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나잇 & 데이>의 또 다른 재미요소다.

북미에서 2010년 6월 23일에 개봉한 <나잇 & 데이>는 국내에서는 하루 늦은 6월24일에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의 높은 지명도 덕분에 전국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다만 개봉 첫 주에는 83만 관객을 모으며 <포화 속으로>를 여유 있게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이클립스>와 <이끼> 등 국내외 기대작들이 차례로 개봉하면서 장기흥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카메론 디아즈의 동생이 된 <테이큰>의 킴
 
 <테이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매기 그레이스는 <나잇&데이>에서 카메론 디아즈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테이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매기 그레이스는 <나잇&데이>에서 카메론 디아즈의 동생으로 출연했다. ⓒ 20세기폭스코리아

 
 <나잇 & 데이>는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라는 주연배우들의 인지도가 워낙 높고 영화 자체가 가벼운 터치로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이름 있는 배우를 빌런으로 캐스팅할 필요가 없었다. <나잇 & 데이>의 두 빌런이라 할 수 있는 피츠 제랄드 역의 피터 사스가드와 안토니오 역의 조디 몰라 역시 관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나잇 & 데이>를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꽤나 '호화캐스팅'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초반 준은 동생에게 결혼선물로 주기 위해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차를 복원하려 한다. 이때 결혼을 앞둔 준의 동생 에이프릴 헤이븐스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의 딸 킴 역을 맡았던 매기 그레이스다.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테이큰>에서와 달리 <나잇 & 데이>에서는 사건에 깊이 개입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테이큰>을 재미 있게 본 관객이라면 에이프릴을 연기한 배우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명 '재퍼'로 불리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완성한 괴짜 과학자 사이먼 펙은 배우와 프로듀서, 가수에 영화감독까지 겸하고 있는 만능재주꾼 폴 다노가 연기했다. <마이 리틀 선샤인>과 <루퍼> <노예12년> <러브 앤 머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국내 관객들에겐 역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서 동물해방전선의 리더 제이를 연기했던 배우로 유명하다. 다노는 올해 <더 배트맨>에서 빌런 리들러 역을 맡기도 했다.

<나잇 & 데이>에는 지난 2017년 <원더우먼>을 통해 8억 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렸던 주역 갤 가돗도 출연했다. 갤 가돗은 영화 후반부 나오미 역으로 출연해 지정된 장소에서 로이와 접선을 하는데 사실 나오미의 귀에 달린 송신기를 통해 피츠와 협상을 하는 것으로 나오미는 정체를 숨긴 보스 대신 거래장소에 나온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이를 미행했던 준은 로이와 나오미의 의미 없는 대화를 들으며 두 사람의 사이를 의심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나잇 & 데이 제임스 맨골드 감독 톰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