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의 상담 이후, 위기의 부부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25일 방송된 MBC 부부 상담예능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0회에서는 지난 3개월간 출연했던 부부들의 방송 후일담이 공개됐다.
 
오은영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은 1시간 정도지만 실제 상담은 4시간 이상 진행된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그 이유로 "사람을 대하는 것은 마음의 에너지를 잘 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대상이 일반인들이다. 재밌었던 어떤 일화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갈등, 어려움을 나누는 시간이기 떄문에 부부들이 그런 것들을 편안하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분들을 기다려드려야 한다. 사실 4시간도 짧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이날 주변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부부로 5회에 등장했던 '노필터 부부'를 꼽았다. 또한 '황혼 갈등' 문제로 출연했던 배우 김승현의 부모 백옥자-김언중 부부에 대해서는 "남편이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은 평생을 나름 강직하게 살아오셨다. 하지만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거짓말이 아내 입장에서는 정직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어 신뢰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 내내 어떤 효과적인 처방을 내려야할지 고민했던 오은영은 "그분이 아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하면 아내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바뀌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부부들의 상담 후 근황이 공개됐다. 먼저 김언중-백옥자 부부가 등장했다. 상담 2개월 후 남편은 오은영의 조언을 받아들여 아내에게 의지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식사를 챙기는가하면, 아내를 위한 해물 스파케티를 요리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아들 김승현도 오은영의 조언대로 부모 사이에서 분위기메이커이자 중재자 역할을 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아내는 남편이 해준 요리와 배려에 만족해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은 "오늘 왔을 때 분위기가 좋지 않냐. 엄마 얼굴이 상당히 피어 있잖아. 전에는 약간 찌그러져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며 아내의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는 "참 살다보니 이런 날이 다 있구나. 어떻게 저런 면이 있었나. 새삼스럽게 느껴지고 새롭게 보인다. 요즘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우리가 앞으로 15년은 더 살 것 같으니 지나간 일은 다 잊고 행복하게 살자"고 제안했고, 아내는 남편의 스킨십에 쑥쓰러워하면서도 "언중오빠, 사랑해요"라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시청자들의 여론도 꼼꼼히 모니터한다며 "연예인 부부는 출연료나 인기 때문에 출연했나?"는 일각의 반응을 거론했다. 하지만 오은영은 "이 방송에 나온 연예인-셀럽 부부들은 정말로 진지한 고민과 의논 끝에 변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출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우 조지환-쇼호스트 박혜민 부부가 대표적이다. 이미 기존 여러 부부 예능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부부는 <결혼지옥>에서 경제적 문제와 고부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바 있다. 당시 오은영으로부터 '나'가 주체가 되는 화법을 쓰라는 솔루션을 받았던 조지환은 "지금은 어머니와 대화할 떄 정면 승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제 잘못에 대해 안 피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솔루션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혜민은 방송이 나간 이후 시어머니와 통화했던 내용을 공개했다. "시어머니가 많이 달라지셨다. 방송하던 날 전화를 하셨는데 계속 우셨다. 어머니가 '내 니 안 미워한다'하시는데 우시는데 10분 동안 둘이 계속 울었다"고 고백했다.
 
시어머니 최복순 씨는 조지환을 낳기 전까지 딸만 일곱을 낳아 '아들 못낳는 여자'라는 수모를 당했던 아픔이 있었다. 최씨에게 조지환은 자식 이상의 의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방송이 나간후 최씨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았는가 싶은 생각도 들고 너무 속상하다. 자식이 여덟 명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자식은 얼마 안 된다. 누구도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 어디서도 위로 받지 못했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최씨는 방송에서 오은영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와닿고 정말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구나 싶어서 울컥했다. 지금은 이제 많이 내 마음도 누그러지고 며느리를 이제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전하며 "며칠 전에 며느리가 '어머니, 우리 정말 행복하게 잘살아봐요'고 하더라. 너무 좋아서 안아주고 싶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최씨는 며느리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엄마가 지금까지 해온게 너무 미안하다. 앞으로 열심해서 가족과 좋은 가정을 이뤄서 우리 행복하게 잘살자"면서 어색하지만 귀여운 손하트를 그리며 진심을 전했다.
 
아내의 충격적인 폭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성훈-박향순 부부의 이야기도 공개됐다. 오은영은 상담 전에는 남편이 바뀔 것같지않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아내가 상담이 진행될수록 표정이 점점 바뀌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심경이 변화한 계기로 "저를 포함한 패널들, 제작진 수십명이 그 자리에서 아내가 살아온 인생에 진심으로 귀기울여 경청했다. 그것을 아내도 느낀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필터 부부의 근황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부부를 통틀어 가장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부는 상대의 말을 끊지말고 끝까지 들어주라는 오은영의 솔루션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부부는 최근 SNS와 유투브 활동을 함께하는 화기애애한 일상을 공개했다. 남편은 "상담 이후 둘이 함께하며 대화도 웃음도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쉬는 날 산책도 즐기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동산도 다녀온다. 남편이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장 달라진 것은 두 사람의 대화 방식이었다. 폭언과 욕설, 무시가 난무하던 부부는 최근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최대한 서로에게 존칭과 존댓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히 대화도 부드러워졌다고. 부부의 지인과 손님들도 하나같이 부부의 달라진 모습에 기뻐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각방을 쓰던 부부는 8년만에 다시 같은 방을 쓰게 됐다고. 아내는 남편이 손을 꼭 잡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준다며, 쑥쓰럽지만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모든 솔루션이 100%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은영은 6,7회에서 다뤄진 '부부 성관계'에피소드를 거론하며 "부부 성관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는 부끄러워하고 힘들어한다. 그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이야기했다.
 
6회에 출연했던 이승준-이효숙 부부는 '섹스리스'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오은영의 상담 2개월후 부부는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남편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만취하여 필름이 끊기는 바람에 경찰과 구급대원에게 실려서 집에 돌아오는 사건이 있었다고. 아내는 "두발로 나가서 네발로 기어왔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부부는 나름대로 솔루션을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원하는대로 손잡기같은 가벼운 스킨십이나 운전석 옆자리 동승같은 요구들을 조금씩 받아줬다. 아내가 곤란한 질문을 할때마다 윽박을 내거나 대화를 회피하던 남편도 지금은 최대한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남편은 "방송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지거나 좋아진 점은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아내도 "아직은 마음이 크게 열리거나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내 사람이니까.' 조금 더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면 잘되지않을까. 같이 노력해보자"며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전혀 다른 성향 때문에 갈등을 빚었던 안주영-김수연 '베개(베짱이+개미)부부'의 후일담도 공개됐다. 오은영은 아내의 의존적인 성향에 대하여 "남편은 배우자인데 부모같은 절대적 사랑을 요구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으며 "부부가 함께하는 행복을 깨닫고 나누는 나누는 과정을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베개 부부 역시 섹스리스 부부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오은영의 제안대로 주1회 이상 부부동반 외출을 함께하고 소비활동의 즐거움을 누려보기도 하는 등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중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게 고맙다"고 전했다. 아내 역시 "너무나 고맙고 사랑한다.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가자라고 말하고 싶다"며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이밖에도 남편이 9년째 월급을 비공개하며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던 '비공개 부부'는, 현재는 재무상담을 받으며 서로의 경제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방송에서 후일담이 공개되지않은 부부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자막을 통하여 '아홉 부부들이 저마다의 방식과 속도로 힘을 내고 있다'고 부부 솔루션이 현재 진행 중임을 강조했다.
 
오은영은 "누구에게 태어날지는 선택하지 못하지만, 배우자는 내가 선택할수 있다. 결혼은 인생에서 주도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과 고통이 있겠지만, 그 또한 부부가 힘을 합해서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이혼할게 아니라면 부부사이 불편함이 있을 때에 때를 놓치지말고, 사랑과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문제와 직면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격려했다.
 
<결혼지옥>은 경제문제-육아와 산후우울증-성격차이-황혼갈등-부부관계까지 다양하 문제로 고통을 겪는 요즘 부부들의 애환을 보여주며 공감을 받았다. 냉철한 분석과 조언으로 적재적소의 해법을 찾아내는 '상담의 신' 오은영의 여전한 대중적 위상과 신뢰도 건재했다.
 
하지만 여러 상담 프로그램을 넘나드는 오은영의 지나친 다작과, 돌려막기식 솔루션 패턴에 대하여 식상함이라는 숙제도 남겼다. 부부간의 문제나 오은영의 전문 영역을 넘어선 분야에 이르기까지 섣부른 조언이나 개입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이미 기존 부부 동반 예능이나 관찰예능에 여러 차례 출연했던 연예인-셀럽 출연자들의 방송출연에 대한 진정성에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기존 10부작으로 편성되었던 <결혼지옥>은 높은 화제성과 상담신청이 쏟아지며, 재정비 기간을 거쳐 오는 9월부터 정규편성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결혼지옥 오은영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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