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첫 회 0.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지난 7월 28일 10회에서 15%를 돌파했다.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방영되는데 비영어권 국가에서도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점점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외신 CNN에서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를 보도하며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될 수 있을까?"라고 분석했다.
 
소덕동 사람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소덕동사람들 에피소드에 나온 팽나무

▲ 소덕동 사람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7화-소덕동사람들 에피소드에 나온 팽나무 ⓒ 김인철

 
극 중에서 우영우(박은빈 분)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으면서 서번트 증후군을 보인다. 아버지 우광호(전배수 분)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어일우'(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서울대 법대와 로스쿨을 졸업했다. 하지만 우영우가 아무리 천재여도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편견을 넘진 못한다. 하지만 법무 법인 한바다의 대표 한선영(백지원 분)이 그녀를 스카우트한다. 우영우는 해박한 법률지식과 기발한 발상으로 의뢰인들의 억울한 사건을 해결한다.

선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만의 매력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악역이 없는 선한 드라마다. 악역인 권민우(주종혁 분) 변호사 마저도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 그로 인해 드라마가 밋밋할 수도 있지만 다른 매력으로 극을 전개한다. 우선 주·조연을 맡은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는다. 특히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의 자연스러운 자폐 스팩트럼 장애인 역할과 사수인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와의 케미가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의 재미를 더한다.

장애를 편견없이 대하는 송무팀 직원인 이준호(강태오 분)와의 연애도 오래 전에 죽은 나의 연애세포를 부활 시킬 만큼 달달하게 만든다. 학창 시절 우영우를 괴롭히던 반 아이들에게서 보호해주던 친구 동그라미(주헌영 분)의 우정과 독특한 인사법, 그리고 사회에서 만난 친구 최수연(하윤경 분)과의 '티키타카'도 보기 좋다. 

특히 우영우와 로스쿨 동기인 최수연(하윤경 분)은 극 초반에는 다른 드라마처럼 우영우의 라이벌이자 괴롭히는 역할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로스쿨 시절부터 우영우가 도움이 필요 할 때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한 존재로서 도움을 줬다. 그는 동료로서도 매회 봄날의 햇살이 되고 있다.

사건을 끌지 않고 대부분 한 회에서 에피소드를 마무리 하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회차별 에피소드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사건들이다. 살인 누명을 쓸 뻔 했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이야기인 '펭수로 하겠습니다' 편이 그렇고, 욕심 많은 두 형들의 꼬임에 넘어가 빚만 질 뻔했던 '삼형제의 난' 에피소드, 그리고 행복로 개발로 인해 강제로 마을을 떠날 뻔한 '소덕동 이야기'도 그렇다. 

배우 구교환이 열연한 '피리 부는 사나이' 편은 아이의 교육과 놀 권리라는 측면에서 어른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손잡기는 다음에' 편은 장애인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었다. 특히 10회 사건 피해자와 주인공인 우영우와의 연애가 비교되며 몰입했다. 그리고 준호와의 감정에서 내내 물러서기만 하던 우영우가 준호의 집 앞에서 한발짝 다가서며 장애인의 사랑은 주체적이지 못하다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
 
내가 고래였다면. 이상한 변호사 6화, 내가 고래였다면의 한 장면. 최수현이 백화점을 싫어하는 우영우와 함께 백화점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위아래 모녀들 사이에서 우영우를 챙기는 최수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내가 고래였다면. 이상한 변호사 6화, 내가 고래였다면의 한 장면. 최수현이 백화점을 싫어하는 우영우와 함께 백화점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위아래 모녀들 사이에서 우영우를 챙기는 최수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김인철

 
우영우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항상 이렇게 소개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1화에서 3초 간 시간차를 둔 후 마지막 '역삼역'이라고 말할 때 웃음이 터졌다. 넷플릭스 영어 자막 번역가가 이 부분을 번역하느라 꽤나 고생했다는데 그랬을 것 같다.

이 드라마의 여러가지 장점중 가장 큰 매력은 장애를 동정이나 흥미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소하지만 비장애인들이 행했던 차별의 언어와 편견을 깨닫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남편을 다치게 한 할머니를 변호하는 정변호사와 우영우의 대화에서 정변호사는 이렇게 말한다.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실례인 건 같네."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나 같은 비장애인이 장애인 앞에서 생각 없이 했을 표현이나 단어 또는 행동을 상황과 설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장애인 쉼터에서 만난 자폐 스펙트럼 이용인

지난 7월 장애인 주간 쉼터에서 대체인력 파견 업무를 했다. 오랜만에 사회복지사로 사회복지현장을 접하니 모든 것들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대체인력 파견 업무 첫날, 몸이 불편한 이용인들이 무거운 볼링을 어떻게 레인으로 굴릴 수 있을까 싶었다. 경증 이용인들은 스스로 볼링을 쳤고, 중증 이용인들은 낙차를 이용하는 기구를 이용하여 볼링을 쳤다. 사회복지사들이 레인 앞에 놓인 기구에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이용인이 볼링공을 밀어서 레인으로 보냈다. 

장애인 단기쉼터에도 우영우와 비슷한 자폐 스펙트럼을 보이는 이용인들이 있다. 수시로 박수를 치고, 몸을 앞 뒤로 흔들고, 상대를 빤히 응시한다. 하지만 그 시선은 상대방과의 소통의 시선이라기보다는 갇혀 있는 자신을 향한 시선이다. 
 
심리 미술 장애인 시설에서 진행한 심리미술 프로그램이다. 이 날은 이용인들이 자신이 완성시킨 미술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전시하고 설명했다.

▲ 심리 미술 장애인 시설에서 진행한 심리미술 프로그램이다. 이 날은 이용인들이 자신이 완성시킨 미술 작품을 사람들 앞에서 전시하고 설명했다. ⓒ 김인철

 
쉼터 이용인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식단표, 일일 프로그램, 시간표 등 모든 것이 글자와 그림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프로그램도 사진교실, 생활요리, 볼링, 심리미술 등 요일별로 다양했다. 생활요리, 심리미술, 사진수업 등 대부분 활동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지역아동센터에 있을 때도 일 년에 한두 번 의무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교육을 받을 때만 이용인들의 불편함을 조금 이해할 뿐 아직은(?) 그들의 삶이 나의 삶이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장애인과 함께 이동할 때는 반 걸음 뒤에서 걸으세요."

지난해 노인돌봄센터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 장애인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고나서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서 실습을 했었다. 그때 교육 내용이 떠올라 뒤로 반 걸음을 했다. 

사회복지사 한분이 휠체어를 탄 젊은 이용인 자리로 나를 안내하며 이용인이 화장실을 갈 때나 식사를 할 때, 옆에서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도록 보조를 해달라고 했다. 자유 활동 시간엔 이용인들이 보석 십자수 놓기, 레고 쌓기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 혹시... 집에 포켓몬 카드 있어요?"
"난 포켓몬 카드 많아요. 9999장 있어요."
"내가... 포켓몬 카드 사진 찍어서 보내줄게요."


이상한 변호사의 우영우가 고래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휠체어를 탄 젊은 이용인은 내게 포켓몬의 종류와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분이 내 스마트폰에 포켓몬을 잡는 어플도 설치해주었다. 자유롭지 못한 팔과 손이지만 네모난 화면 속에서 콩콩 뛰는 포켓몬을 나보다 훨씬 잘 잡았다.
 
포켓몬 카드  단기 알바를 했던 장애인주간쉼터에서 활동보조를 도왔던 이용인이 포켓몬카드를 보내주었다.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했듯이 포켓몬 카드거 보물이다.

▲ 포켓몬 카드 단기 알바를 했던 장애인주간쉼터에서 활동보조를 도왔던 이용인이 포켓몬카드를 보내주었다. 우영우가 고래를 좋아했듯이 포켓몬 카드거 보물이다. ⓒ 김인철

 
"선생님, 언제까지 나올 수 있어요?"


대체인력 사흘째 날 젊은 이용인이 언제까지 나올 수 있는지 물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이용인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언제 다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다음달에 이곳으로 배치가 되면 다시 올 수 있다고 했다. 

대체인력파견을 마친 다음날 아침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어제 종일 활동을 보조했던 이용인이 보낸 문자였다. 포켓몬 카드가 가득 든 박스 사진 두장이 보였다. 사진 보내줘서 고맙고 다시 보자는 답장을 보냈다. 자극적인 드라마가 주류인 시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주제로 한 선한 드라마 한 편이 우리 사회에 여전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개선하는데 좋은 영향을 주기를 기대한다.

7월 28일, 사회복지시설 대체인력 파견 담당자에게 8월에도 장애인 주간 단기 쉼터에 배치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박은빈 변호사 자폐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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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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