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김대원

강원 김대원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강렬한 홈 유니폼 색깔을 자랑하는 두 팀이 올 시즌 강릉에서 마지막으로 열리는 오렌지 더비에서 만났다. 순위로는 어웨이 팀 제주 유나이티드(3위)가 한참이나 위였지만 최근 10게임을 치르며 겨우 1게임만 이긴 것이 전부였으니, 최근 10게임 기록(4승 5무 1패)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홈 팀 강원 FC는 자신이 있었고 꼭 이겨야 했다. 최하위 성남 FC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 승리에 대한 간절함은 혼자서 2골 2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친 김대원의 한 마디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골을 터뜨린 김대원은 일요일 저녁 강릉종합운동장에 찾아온 1454명 홈팬들 앞에서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신에 주위로 몰려온 동료들마다 눈을 맞추며 "집중해!" 외마디를 외쳐주었다.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26일 오후 7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김대원의 2골 2도움 활약에 힘입어 4-2로 완승을 거두고 지난 달 18일 FC 서울과의 홈 게임 1-0 승리 이후 5게임만에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강원 FC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김대원'

지난 수요일(22일)에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현재 득점 선두 스테판 무고사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1-4로 완패하고 돌아온 강원 FC는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으로 돌아가기 전 강릉에서의 마지막 홈 게임을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나왔다.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작 후 22분 만에 강원 FC의 새로운 공격 자원으로 떠오른 양현준이 오른쪽 끝줄 앞에서 제주 유나이티드 김봉수와의 어깨 싸움을 이겨내고 밀어준 공이 골문 앞 뒤엉킨 선수들 몸에 맞고 흐르자 김대원이 달려들어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김대원의 첫 골 과정에서 일부러 뒤로 흘려주는 역할을 해준 골잡이 이정협은 42분에 김대원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기막힌 다이빙 헤더로 12게임만에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이틀 전 만 31살 생일을 맞이했던 강릉 사위 이정협은 그동안 자신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준 최용수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며 감사와 미안함이 담긴 인사로 골 세리머니를 대신했다.

그래도 갈 길 바쁜 강원 FC는 후반전 시작 후 111초만에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오른쪽 윙백 김진호가 과감한 측면 드리블 돌파로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무너뜨렸고 골 냄새를 맡은 김대원이 김진호의 역습 드리블 속도에 맞추어 달려들어가 이 게임 결승골이 된 오른발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 골은 김대원의 시즌 8호골(4위)로 찍혀 최근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엄원상(울산 현대), 이승우(수원 FC)와 나란히 득점 랭킹 상위권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제주 유나이티드가 이대로 주저앉을 팀이 아니었다. 3-0 점수판이 된 뒤 5분 35초만에 따라붙는 골을 주민규가 페널티킥으로 넣은 것이다. 제르소의 빠른 드리블 돌파 순간에 강원 FC 수비수 임창우의 거친 태클이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 단짝 제르소와 주민규는 64분에 또 하나의 멋진 골을 만들어내며 이 게임을 안갯속으로 몰아넣었다. 제르소가 왼쪽 측면에서 기막힌 왼발 터닝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이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주민규가 골문 앞에서 솟구치며 이마로 꽂아넣은 것이다. 주민규는 이 골들로 김천 상무의 국가대표 골잡이 조규성(11골, 게임 당 0.61골)을 따돌리고 득점 랭킹 2위(12골, 게임 당 0.67골)까지 뛰어올라 2년 연속 득점왕 욕심을 품기 시작했다. 

3-0으로 오랜만에 완승 분위기를 만들었던 강원 FC가 그 분위기를 오래 끌어가지 못하고 3-2까지 따라잡힌 상황이 벌어졌으니 강릉의 일요일 저녁 분위기가 갑자기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김대원의 오른발 끝이 한 번 더 반짝반짝 빛났다. 6월의 마지막 게임, 김대원이 아니었다면 강원 FC는 홈팬들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했을 것이다.

78분에 귀중한 쐐기골이 또 하나의 프리킥 세트 피스로 나왔다. 오른쪽 측면이었으니 역시 키커는 김대원이었고 비교적 길게 넘어온 프리킥 크로스를 믿고 반대쪽에서 달려든 임창우가 정확한 헤더 골을 내려찍어 넣었다. 약 25분 전 페널티킥을 내주는 반칙을 저질러 마음 한쪽이 무거웠던 임창우가 이 게임 승점 3점을 가져오는 쐐기골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예상보다 힘들게 승점 3점을 얻은 강원 FC는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수원 블루윙즈를 11위로 밀어내고 다득점(강원 FC 20득점, 수원 블루윙즈 13득점) 차 10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이제 강원 FC는 다음 달 2일(토) 오후 8시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가 최하위 성남 FC를 만나게 되며, 다음 달 8일(금) 오후 7시 30분 김천 상무를 불러 춘천에서 다시 만나는 홈 게임 일정을 펼친다. 3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7월 2일 오후 6시에 7위 FC 서울을 제주 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2022 K리그 1 결과(26일 오후 7시 30분, 강릉종합)

강원 FC 4-2 제주 유나이티드 [득점 : 김대원(22분), 이정협(42분,도움-김대원), 김대원(47분,도움-김진호), 임창우(78분,도움-김대원) / 주민규(53분,PK), 주민규(64분,도움-제르소)]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40점 12승 4무 2패 28득점 14실점 +14
2 전북 현대 32점 9승 5무 4패 21득점 14실점 +7
3 제주 유나이티드 29점 8승 5무 5패 22득점 18실점 +4
4 인천 유나이티드 FC 28점 7승 7무 4패 23득점 19실점 +4
5 포항 스틸러스 27점 7승 6무 5패 23득점 17실점 +6
6 대구 FC 23점 5승 8무 5패 25득점 23실점 +2
7 FC 서울 22점 5승 7무 6패 20득점 19실점 +1
8 수원 FC 21점 6승 3무 9패 26득점 29실점 -3
9 김천 상무 19점 4승 7무 7패 20득점 22실점 -2
10 강원 FC 18점 4승 6무 8패 20득점 28실점 -8
11 수원 블루윙즈 18점 4승 6무 8패 13득점 22실점 -9
12 성남 FC 12점 2승 6무 10패 13득점 29실점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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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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